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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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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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5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4)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

오늘은 네번째시간입니다.

<담배잎도 약으로>

 

임진조국전쟁이 끝난지도 긴 세월이 흐른 어느해 남한산성에서 있은 일이다.

남한산성의 군사들속에는 특별히 《송도내기》라고 불리우는 젊은 군졸이 있었다. 수백명의 군사들속에 송도에서 온 군졸이 여러명이나 되였지만 그만이 유독 《송도내기》라고 불리우게 된것은 그가 쩍하면 《우리 송도에서는…》 하고 서두를 떼는 까닭에 그런 별명이 붙게 된것이였다.

송도자랑이 입에 붙은 《송도내기》한테 추위가 닥치자 한가지 불쾌한 일이 생기였다.

남들보다 몸이 든든하다고 자처해온 그한테 병치고도 아주 고약한 병이 생긴것이였다.

그때문에 누구보다도 화포를 배우는 교련에 열성이던 그가 군교들한테서 《굼벵이》라는 모욕까지 받는 정도였다.

그런 모욕을 받을 때면 《송도내기》 는 울화가 치받쳐 자기를 저주했다.

하필 골라골라 남보이기 창피스러운 병에 걸려가지고 이런 수치를 당할건 뭐람.

자칫하다가는 창피스러운 그 병때문에 집으로 쫓겨갈수도 있었다. 전복을 벗기우고 고향으로 쫓겨가는 자기를 그려보느라니 기가 막혔다.

《송도내기》가 굳이 화포를 배우려 하는데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그의 할아버지는 임진조국전쟁때 리순신장군이 이끈 조선수군의 포수였는데 여러차례나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위력한 화포로 숱한 왜적선을 불태운 군공자였다.

그의 아버지도 포수였다. 관군의 포수였던 아버지는 몇해전에 안주성을 지켜싸웠다. 그때 안주성에는 화포가 몇문밖에 안되였지만 그의 아버지와 군사들이 어찌나 명포수였던지 오랑캐군이 그 불벼락앞에 넋을 잃었다.

안주성을 지켜 화포를 쏘다가 화약이 떨어지니 창을 꼬나들고 최후의 마지막순간까지 싸웠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송도내기》를 크게 격동시키였다.

나도 아버지처럼 화포를 배워가지고 나라를 지켜싸우는 명포수가 될테다.

이런 꿈을 가졌기에 관가에 찾아가 화포가 많은 남한산성의 군사로 자청한것인데 이곳에 온지 반년도 안되여 고약한 병에 걸렸으니 기가 막힐만도 하였다.

그동안 병을 고쳐보려 애쓴것을 생각하면 저절로 얼굴이 붉어지는 《송도내기》였다.

글쎄, 나이 스물이 되도록 멀쩡했던 엉치밑이 굼실굼실하더니 아파나고 그 자리를 손으로 더듬었더니 콩짜개만 한 도드라기가 만져졌다.

도드라기는 인차 커져 지금은 밤톨만 해졌는데 때없이 터지면서 피가 나고 그럴 때면 더 쓰리고 아파났다.

전장에서 싸워야 하는 군사에게는 날랜것이 선차인데 밑에 난 덩어리때문에 움직이기가 괴로와 자연 동작이 둔해질수밖에 없었다.

다른데 난 병이라면 남들에게 내놓고 보이고 그에 맞는 약을 제때에 구해다 쓸수 있었지만 엉치밑의 병이여서 한동안은 참고 견디였다.

정 견디기 어려워서야 남몰래 산성아래의 마을에 사는 의원을 찾아가 보였더니 그 덩어리란것이 입에 올리기도 멋적은 치질이라는것이였다. 의원은 아무 산에나 흔한 오이풀을 뜯어다 물에 끓여가지고 단지에 붓고 엄지손가락이 나들만 한 구멍을 뚫은 널판자로 뚜껑을 덮은 다음 그우에 걸터앉아 구멍을 통해 치질자리에 뜨거운 김을 쏘이면 며칠만에 날수 있다는 처방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렇게 하였건만 전혀 효험이 없었다.

할수없이 다시금 의원을 찾아갔더니 그는 이번엔 오이풀대신 느티나무가지를 써보라고 하였다. 그 처방도 오이풀처방과 다를바없었다.

가까운데 사는 의원의 의술로는 병을 고칠수 없겠다고 생각한 그는 수십리 멀리 떨어진 다른 마을의 의원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분지씨가루를 치질에 바르면 병을 고칠수 있다는 그 의원의 처방도 써보았지만 역시 효험이 없었다.

이쯤되니 그렇게 열성이 나서 화포를 배우던 《송도내기》는 손맥이 풀려 만사가 귀찮기만 하였다.

만사가 귀찮으니 마지못해 교련에 나섰고 결국은 《굼벵이》라는 모욕을 면할수 없었다.

날이 갈수록 병은 더 심해지고 그의 입에서는 한숨소리가 잦아졌다. 쓰러지기 전에 화포배우기를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가는것이 어떨가.    요즘은 이런 생각까지 걸음걸음 고개를 쳐들며 그를 괴롭혔다.

바로 그때 《송도내기》의 고통을 걱정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전라도 전주태생인 오장이였다.

어느날 점심무렵 오장은 인편에 집에서 보내온 짐을 받았는데 그속에는 담배잎이 댓근이나 들어있었다.

그러지 않아도 담배가 떨어져 몹시 궁금해하던 오장은 목마른 사람 샘을 만난듯 환성을 질렀다.

냉큼 놋으로 만든 담배대에 담배잎을 부스러넣고 뻐금뻐금 담배를 피우던 오장은 《송도내기》가 생각나 무릎을 쳤다.

《아, 그렇지!》

오장은 곧 군영의 뒤마당에 홀로 앉아 한숨을 짓는 《송도내기》를 찾아갔다.

또다시 대통에 담배잎을 부스러넣고 부시를 쳐서 불을 붙인 그는 담배대를 《송도내기》에게 내밀었다.

《이보게, 자네 병때문에 속개나 태우는데 이걸 좀 빨아보라구.》

오장이 담배를 피우는걸 본적 있는 《송도내기》는 시무룩해서 대꾸했다.

《그게 몹시 귀하다는데 나까지 피울게 있소이까.》

오장은 소리없이 웃으며 말했다.

《담배란게 수십년전에는 몹시 귀한 물건이여서 량반부자들이나 피웠다누만. 허나 근래에는 내 고향 전주뿐아니라 도처에 많이 심으니 나 같은 백성들도 피울수 있다네. 그건 그렇고, 요 담배란게 참 요물은 요물이야. 심심할 때 피우면 심심한걸 달래주는 심심초요, 속상할 때 피우면 속상한걸 달래주는 위안초이거던.》

《송도내기》는 귀가 솔깃해졌다. 담배란게 정말 위안초일가.

담배대를 받아든 《송도내기》는 군침을 삼키고나서 물부리를 입에 물었다.

두볼이 쏙 들어가도록 몇모금 빨던 그는 너무도 가슴이 뻐근해서 쿨룩쿨룩 기침이 나갔다.

눈물까지 글썽해서 기침을 하고난 그는 고개를 저었다.

《이게 여간 독초가 아니구만요. 에― 에― 난 돈을 준대도 이런걸 피우지 못하겠소이다.》

오장은 철썩 《송도내기》의 등을 치고나서 담배대를 받아 입에 물었다.

《어― 구수하다.》

《송도내기》는 미간을 찌프렸다.

《흥! 쓰고 매캐한 담배가 꿀맛이란 말 누가 곧이듣겠소이까. 내 보기엔 쓸모가 전혀 없는것 같소이다.》

오장은 맛좋게 담배대를 빨며 웃음을 지었다.

《모르는 소리, 담배를 태우면 진이 나오는데 그 담배진이 헌데엔 제일이야.》

그 말에 《송도내기》의 귀가 다시금 솔깃해졌다.

헌데라면 살가죽이 헐어서 상한 자리를 가리키는 말인데 치질도 헌데라고 할수 있지 않을가. 치질도 헌데라면 담배진이 약으로 될것이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담배진을 써본대서 손해볼것은 없을것이다.

《송도내기》는 오장을 쳐다보았다

《담배진을 좀 주겠소이까?》

《그건 왜?》

《저… 거기에 좀 발라볼가 해서요.》

오장은 곧 정색해졌다.

《송도내기》가 치질에 걸려 제 홀로 약을 구해다 쓰는걸 알고있지만 의술에 문외한인 그로서는 그동안 강건너 불보듯 할수밖에 없었다.

(담배진이라?…)

언제인가 손등에 난 헌데에 대통의 담배진을 장난삼아 발랐었는데 그게 인차 아물었다. 그때문에 담배진이 헌데에 좋다는걸 알게 되였고 헌데가 나면 그렇게 고치였다.

오장은 기대가 잔뜩 어려있는 《송도내기》의 얼굴을 건너다보며 말했다.

《자네 머리가 핑핑 도누만. 담배진이 헌데에 좋으니 치질이라고 안 맞겠나. 헌데 보름가량 담배가 똑 떨어져 오늘 처음 담배를 피우니 언제 이 대통에 치질에 바를만 한 량의 담배진이 생기겠나.》

오장은 실망해하는 《송도내기》의 손을 잡고 눈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상심말게. 꿩대신 닭이라고 담배진대신 담배잎을 물에 달여쓰면 될게 아닌가. 안 그래?》

오장은 담배대를 털며 말했다.

《말이 났을 때 뿌리를 빼야 한다고 지금 당장 해봅세.》

군영의 부엌으로 간 오장은 제가 직접 화로에 쇠남비를 놓고 담배잎을 달였다.

물이 한동안 끓자 가는 담배잎을 건져내고 걸죽해질 때까지 졸였다.

《자, 이젠 된것 같애. 이 약을 가져다 하루 몇번씩 발라보게.》

그날부터 《송도내기》는 짬만 있으면 약물을 발랐다.

약물을 바른지 사흘째 되는 날 그렇게도 애를 먹이던 밑이 편안해져 손으로 만져보니 늘 피와 진물이 배여 미끈거리던 덩어리가 말라있었다.

《거참, 신기한데.》

약을 바른지 열흘만에는 덩어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뜻밖에 담배잎의 덕으로 병을 고친 《송도내기》는 날아갈것 같았다.

《내 더욱 분발해서 명포수가 될테다.》

열심히 포쏘는 법을 배운 그는 이듬해 명포수로서 오랑캐를 물리치는 싸움에서 조선사람의 본때를 보여주었고 담배잎의 달인 물이 치질에 명약이라는 비방도 항간에 널리 퍼졌다고 한다.

이처럼 슬기롭고 문명한 우리 선조들은 오랜 옛적부터 로동과 생활속에서 조선사람의 체질에 맞는 가지가지의 비방들을 찾아내고 더욱 활용하는 과정에 백과전서적인 의학의 한 분야를 개척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민간료법이였다.

민간료법은 현대의학과 더불어 오늘도 사람들의 병을 미리 예방하고 원만히 치료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있으니 참으로 선조들이 물려준 의학지식이야말로 얼마나 자랑스러운 재보인가.

 

지금까지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 이런 제목의 야담을 네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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