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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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5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3)

야담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

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이쏘기의 특효약 바위옷>

 

고려 초엽 나라의 북쪽변방 흥화진성에서 있은 일이다. 거란의 소손녕이라는 적장이 수십만 대군으로 고려를 침략했다가 수치스러운 대참패를 당하고 쫓겨간 몇해후에도 그놈들은 빈번히 나라의 변방을 침범하여 흥화진성의 군사들은 어느 하루도 발편잠을 잘수 없었다.

어떤 날에는 아침식전부터 시작된 격렬한 싸움이 그 이튿날까지 지속되기도 하였다.

고려를 기어이 집어삼키려는 거란이였으니 어떻게 하나 압록강연안의 성들을 빼앗고 그것을 발판으로 또다시 더 큰 전란을 일으키려 하였다.

고려의 조정에서는 싸움으로 해가 뜨고 싸움으로 해가 지는 변방의 진성들에 쓰러진 군사들을 대신할 새로운 군사들을 보내주군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흥화진성에도 백여명의 군사들이 새로 보충되여왔다. 그들속에 15살 난 애된 군졸이 있었는데 군사들은 그를 가리켜 《애숭이》라고 불렀다.

흥화진성에 행장을 풀어놓기 바쁘게 오랑캐와의 싸움에 나선 애숭이군졸은 남다른 고통을 겪게 되였다.

한것은 어인탓인지 전장에 나서자 갑자기 쇠꼬챙이로 이몸을 쑤시는것 같은 이아픔이 시작된것이였다.

그가 이아픔으로 고통을 겪는다는것을 안 좌상군졸이 제가 알고있는 비방대로 약을 써주었다.

좌상군졸로 말하면 진성근방의 마을에 태를 묻은 사람으로서 거란오랑캐들에게 부모처자를 다 잃고 그 원쑤를 갚으려 군사가 된 사람이였다.

인정도 많고 항간에 전해오는 의술의 비방들도 적지 않게 알고있는 그가 군사들이 앓을 때면 온갖 지성을 다해 고쳐주니 온 흥화진성이 《좌상》이라 부르며 존경하고있었다.

좌상군졸은 키도 작고 나이도 제일 어린 애숭이가 자기 아들처럼 여겨져 그한테 더 마음이 끌렸다.

거란군에게 잘못된 아들이 살아있다면 15살이니 애숭이와 동갑이였다.

좌상군졸이 심혈을 기울여 앵두나무뿌리며 벌둥지, 분지나무뿌리를 달인 약을 련거퍼 써주었지만 애숭이군졸의 이쏘기는 아무런 차도가 없었다.

흥화진성의 《명의》라는 좌상군졸의 비방마저 전혀 효험이 없게 되니 애숭이군졸은 이게 다 거란오랑캐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애숭이군졸은 더욱 분이 나서 거란오랑캐라면 기를 쓰고 해보았다.

그날도 아침부터 거란군이 달려드는 바람에 시작된 한차례의 싸움은 점심시간이 썩 지나서야 고려군의 승리로 끝났다.

거란군이 늘 그러했듯 무수한 주검들을 남기고 물러가자 고려군사들은 웃고 떠들며 유쾌한 쉴참을 펼치였다.

쉴참이면 누구보다 익살을 피우기 즐겨하는 털보오장이 애숭이군졸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오늘 싸움에서 보니 글쎄 애숭이녀석이 말이요…》

하더니 그는 한쪽볼에 입김을 불어넣어 볼이 불룩 나오게 하고 또 한쪽눈은 감으며 활쏘는 시늉을 하였다.

그렇게 하니 그의 얼굴은 쏘는 이로 하여 한쪽볼이 벌에 쏘인듯 퉁퉁 붓고 그때문에 한쪽눈마저 찌글써해진 애숭이군졸의 이그러진 얼굴이였다.

털보오장의 신통한 시늉에 군사들은 벌써부터 웃음집이 흔들거려 킥킥댔다.

좌상군졸은 그 익살이 애숭이의 심화를 건드릴가봐 털보오장에게 그만두라는 눈짓을 하였으나 털보오장은 눈치가 무딘척 그냥 활쏘는 시늉을 하며 제 하고싶은대로 말을 내뱉았다.

《거란놈들을 향해 활을 쏜다는데 글쎄 분명 이쪽놈을 겨눈것같은데 저쪽놈이 너부러지고 또 저쪽놈을 겨누고 쏜것 같은데 이쪽놈이 화살에 맞아 너부러지더란 말이요. 내 지금껏 궁술이 대단한 명궁들을 수태 보았지만 이쪽놈을 겨누고 저쪽놈을 맞히는 그런 명궁은 보지 못했소. 아마도 그런 명궁은 천하에도 없을거요!》

그 말에 군사들은 배를 그러쥐고 죽겠다고 웃어댔다.

어찌나 익살스러운지 털보오장을 핀잔하려던 좌상군졸마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입을 싸쥐였다.

좌상군졸이 터져나오는 웃음은 애써 참았지만 찔끔 솟구친 눈물만은 어쩔수 없어 눈굽을 닦고나니 곁에 있던 애숭이가 보이지 않았다.

(?…)

가만 생각해보니 좌상인 자기도 애숭이처럼 그런 놀림을 당했다면 기분이 상해 자리를 피했을것이였다.

그래서 좌상군졸은 털보오장에게 눈을 흘기며 일렀다.

《앞으로 그애를 성나게 하지 말게.》

털보오장은 여전히 익살을 부렸다.

《사람이 한바탕 크게 웃으면 만병이 떨어지니 이아픔따위를 근심하겠소이까.》

그 말에 말문이 막힌 좌상군졸은 급히 애숭이 군졸을 찾아나섰다.

한참만에 오늘 싸움에서 고려군이 진을 쳤던 바위츠렁우에 앉아 눈굽을 훔치는 애숭이를 찾아낼수 있었다.

그에게 다가간 좌상군졸은 웃으면 만병이 떨어진다던 털보오장의 말이 떠올라 벌씬 웃었다.

《얘야, 웃음이 명약이라던데 너도 웃어라.》했더니 애숭이군졸은 이아픔으로 퉁퉁 부어오른 제 얼굴을 가리켰다.

《한쪽얼굴이 퉁퉁 부어서 활을 겨누니 아마 오장어른의 눈에는 내가 이쪽놈이 아니라 저쪽놈을 겨눈것으로 잘못 보였겠지요. 그렇게 보였으면 남들은 웃겠지만 내가 분한건 이 바위츠렁에서 퉁퉁 부은 얼굴때문에 몇놈을 똑바로 겨누지 못해서 더 잡을수 있는 오랑캐를 놓치고만것이예요. 그러니 지금도 쏘는 이발이 나한텐 원쑤나 마찬가지란 말이예요.》

그 말에 좌상군졸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녀석이 얼마나 원쑤를 미워했으면 이러겠는가.

무슨 말로 애숭이를 위로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이던 좌상군졸의 눈길에 기쁨이 어려들었다.

그의 눈길은 바위우에 말라붙은 바위옷에 멈춰있었다.

바위우에 가죽 같은것이 덮인 모양이 마치나 바위에 옷을 입힌것 같아서 바위옷이라고 불리우는 이 식물은 독이 세서 그것을 진하게 달여가지고 암짐승에게 먹이면 배안의 새끼까지 떨어졌다.

그런 바위옷의 달인 물로 사람이 입안을 가신다면 이발을 쏘게 하는 나쁜 벌레를 죽일수 있을것이다.

이쏘기가 벌레의 탓이라고 여기는 좌상군졸은 제 생각이 하도 그럴듯해서 무릎을 쳤다.

《됐어!》

그길로 좌상군졸은 바위옷을 뜯어다 진하게 달였다.

그는 바위옷을 달인 물이 찰랑거리는 약그릇을 애숭이군졸에게 내밀며 말했다.

《얘야, 이번엔 꼭 효험이 있을테니 이 약물로 입안을 가셔야겠다.》

벌써 여러번이나 좌상군졸이 주는 약물들을 써보았지만 전혀 재미를 못 본 애숭이는 별로 시답지 않아했다.

《그게 뭔데요?》

《이건 오늘 네가 활을 잘못 쏘아 원쑤 몇놈을 놓친 그 바위츠렁에 돋아난 약재를 뜯어 달인거란다.》

심드렁해서 약그릇을 받아든 애숭이군졸은 내키지 않았지만 좌상군졸이 시키는대로 약물을 한입 물었다가 뱉아버렸다.

그렇게 하기를 몇번째만에 잔뜩 이그러졌던 애숭이군졸의 얼굴이 환해지고 이어 놀라움이 가득해졌다.

과연 효험이 있을가 하여 가슴을 조이던 좌상군졸이 급히 물었다.

《그래 어떠냐?》

애숭이군졸은 미처 대답할 사이없이 또 약물을 입에 물고 두눈을 끔뻑했다.

《이녀석아, 꿀먹은 벙어리처럼 굴지 말고 어서 말을 하려무나.》

이윽고 약물을 뱉고난 애숭이군졸은 후― 하고 큰숨을 내쉬고나서 대꾸했다.

《이 약 하늘신선이 보내준 명약같애요. 입에 문지 잠간만에 이쏘기가 멎고 온몸이 거뜬해지니 이게 하늘의 조화가 아니고 뭐겠어요.》

좌상군졸은 너무 기뻐 애숭이군졸의 어깨를 툭 쳤다.

《하늘의 조화는 무슨 하늘의 조화? 이건 우리가 선조들이 물려준 이 땅을 지켜 내 나라의 한치한치마다에 애국의 마음을 심으니 바로 그래서 이 땅이 선사하는 명약이란다.》

애숭이군졸이 좌상군졸의 두손을 움켜잡으며 부르짖었다.

《정말 그렇소이다!》

이렇게 되여 이 나라의 어디에 가나 흔히 보는 바위옷이 이쏘기를 멈추는 특효약으로 알려지였고 후세에도 그 비방이 길이길이 전해질수 있었다.

 

지금까지 《우연히 알게 된 명처방들》, 이런 제목의 야담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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