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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7월 7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58,마지막회)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쉰여덟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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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는 특종보도감이 아닐수 없었다.

부향녀가 승용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그의 옆으로 까만 유리로 덮인 승용차가 달려와 멈춰섰다.

이어 《선생님!》 하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손잡이를 잡았던 부향녀의 손은 스르르 풀어졌다. 너무도 귀익은 목소리였다. 당장 달려가 부여안고 못다 준 사랑을 부어주고싶었던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는 돌아섰다. 허둥지둥 그의 모습을 찾았다.

까만 승용차에서 내린 한 녀인이 다가오고있었다.

네가?! …

그 녀인은 자기가 지금껏 보아오던 《보라매》가 아니였다. 보기에도 흉측스러운 옷가지와 길고 갈색인 머리칼은 온데간데 없다. 대신 조선치마저고리와 윤기를 머금은 까만 머리태가 눈에 안겨들었다. 유아독존으로 검은 안경을 끼고 차겁고 랭담한 자세로 나타나던 그가 아니였다. 그는 분명 어릴적에 품에 안겨 생글생글 웃던 그 소녀, 민족의 넋을 찾고 자기의 옛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조선녀성 리진미였다.

목이 꽉 메였다. 눈굽이 찌르르해왔다.

《진, 진미야!-》

《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리진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푹 숙였다.

부향녀는 그 녀자의 두팔을 잡았다.

《아니다. 용서는 내가 네게 빌어야 한다. 20여년전에 벌써 내가 너를 찾았어야 했었는데…》

《아니예요. 전 성진아저씨한테서 다 들었습니다. 선생님이 큰아버지를 잃은 마음속 고통을 안고 저를 찾아 고생하시다가 심장병까지 만났다는것을 말입니다. 제가 나쁜 년이였어요. 제가…》

리진미의 눈가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부향녀는 그의 량어깨를 부여잡았다.

《아니다. 네가 이렇게 자기의 모습을 찾은걸 보니 난 기쁘기만 하구나.》

리진미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를 마주보았다.

《이제부터는 이전처럼 큰어머니라고 불러도 될가요?》

《큰어머니! …》

혼자소리로 뇌이던 부향녀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리진미의 눈가에는 실망의 빛이 어렸다.

《그러니 아직도 절…》

부향녀는 자애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미야, 난 네 어머니가 되고싶구나!》

《예- 에?! …》

놀라움과 기쁨의 환희가 리진미의 목구멍을 꽉 메워놓았다.

《어… 어머니!-》

리진미는 드디여 어머니를 찾았다. 수십년세월 차디찬 풍토의 칼바람속에 잊고 산 어머니였다. 이제는 자기에게 더는 포근하고 따스한 품이 없다고 스스로 포기한 그였다. 그런데 오늘은 이렇게 더러운 부패물에 오염되였던 자기에게도 뜨거운 모성애를 지닌 어머니가 두팔을 벌려 안아주는것이 아닌가.

그는 부향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

《엄마야!-》

《내 딸아!-》

《다시는… 다시는 엄마의 품을 떠나지 않겠어요.》

《오냐, 우리야 한식솔인데 왜 갈라져서 살겠느냐.》

《어머니!-》

그들의 눈가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솟구치고있었다. 그것은 바로 서로가 마음과 마음을 함께 한 두 인간의 뜨거운 화합의 열광이였다. …

며칠후 그들을 태운 승용차는 도꾜의 거리를 누비며 달리고있었다. 갈라져있던 친구들인 고성길과 리민수를 나란히 묻은 묘를 찾아가는 길이다.

부향녀의 무릎에는 그동안 젊은 력사학자들과 함께 완성한 론문이 놓여있었다. 옆에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으려는 리진미가 앉아있었다.

《어머니, 이걸 보시면 우리 아버지들이 기뻐하시겠지요?》

부향녀는 한손으로 진미를 꼭 껴안았다.

《그렇지 않구. 옛시절의 불쾌한 감정을 버리고 우리가 함께 완성한 이 론문을 보시면 그분들은…》

부향녀는 말끝을 흐렸다. 그의 눈가에 물기가 핑하니 돌았다.

리진미는 얼른 제 손수건으로 부향녀의 눈굽을 닦아주었다.

《전 지금에야 사람이 사는듯 한 느낌을 가지군 해요. 우리 집에 걸려있는 <만경대고향집>을 보면서 인제야 나 같은 인간도 마음편히 안겨살 마음의 집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말이예요. 어머니, 난 오늘에 와서야 자기의 정신적기둥을 가지게 되였어요.》

《그래, 우리 민족의 운명이시며 미래이신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사랑과 믿음이 없다면 우리 해외동포들이 어떻게 애국의 길을 끝까지 걸어갈수 있겠니.》

《저도 그분의 대해같은 민족사랑의 뜻을 받들어 어머니처럼 애국애족의 푸른 잎새를 피워가겠어요!》

리진미의 가슴은 흥분으로 끓고있었다.

지금까지 이 진미는 인생의 거처지도, 정착지도 없이 살아온 방랑기자에 불과한 몸이 아니였던가. 비로소 오늘에야 나의 거처지, 정착지인 우리 민족의 품, 진정한 조국의 품을 찾았다. 새롭게 태여난 이 걸음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을 위한 길에 바쳐질것이다.

부향녀는 뜨거운 격정으로 상기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꼭 그렇게 해다오. 그게 우리 세대들의 절절한 부탁이다.》

《참 어머니, 생각나세요?》

《뭘 말이냐?》

《내가 언제인가 어머니에게 한 질문이 말이예요?》

《원 자식두, 갑자기 지나간 소리는 왜 하는거냐?》

리진미는 심각한 기색을 지었다.

《아니예요. 결코 이것은 무심히 흘러보낼 일이 아니예요. 그때 난 어머니에게 갈라진 민족, 모래알처럼 지구상에 뿌려진 민족이 어떻게 자기의 력사를 지키고 민족의 흥망을 담보할수 있는가고 물었지요.》

부향녀는 진미를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그랬었지. 그때 나는 비록 오늘은 외세에 의해 갈라진 민족이지만 육체에 흐르는것은 하나와 같이 조선사람의 피라고 말했지.》

리진미는 다시 부향녀의 팔을 껴안고 품에 파고들었다.

《그래요. 그러면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우리 민족은 불신과 오해의 언덕을 넘어 화해와 단합의 령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서로의 붉은 피들이 하나로 융합되면 화산의 용암보다 더 뜨거운 애국애족의 분출로 민족의 기개와 위용을 떨쳐가게 될거라구 말이예요.》

부향녀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넌 아직도 기억하고있었구나.》

《아니예요. 전 이 심장속에 깊이 새기고있어요. 민족의 화해와 단합! 바로 여기에 우리의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이예요.》

《네 말이 옳다. 그래서 민족이란 흩어지면 약소민족이 되고 합쳐지면 강한 민족이 된다고 하지 않느냐.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외세를 몰아내면 우리 같은 해외동포들이 분렬의 장벽이 없는 조국땅에 모여살 날도 결코 먼 앞날의 일이 아니란다.》

부향녀는 리진미를 꼭 껴안았다. 그들은 서로 한몸이 되여 하나의 목소리로 웨치고있었다.

겨레의 화해와 단합에 민족의 미래가 있으며 바로 여기에 조국의 흥망성쇠가 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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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백쉰여덟번째시간에 걸쳐 장편소설 량흥일 작《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전부 보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