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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6월 25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52)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쉰두번째시간입니다.

><

그러나 시간이 되지 않았다. 또 그자들이 그렇게 한다고 해서 가만있을수는 없는것이다.

맹수는 일단 먹이를 정하면 무조건 덮치고야마는 법이다.

온몸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손조차 물기를 실컷 먹어 미끈거렸다. 그는 옆에 놓인 수건으로 손바닥과 얼굴을 문대고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드디여 택시가 네거리교차점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이제는 딴 도리가 없다!

조성호는 비장한 각오를 가지고 택시의 뒤에 바투 다가섰다. 앞차에 탄 부향녀와 지향숙의 모습이 또렷하니 보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 시선을 줄 겨를이 없었다. 오직 택시의 앞만을 주시했다.

아닌게아니라 교차점을 지나 얼마간 달렸는데 대형화물차가 미친듯이 달려오는것이 보였다.

바로 저놈이 틀림없구나!

그는 무섭게 경적을 울리며 택시와 나란히 섰다. 그리고는 대형화물차가 거의 다가왔을 때 속도를 내여 택시의 앞으로 나섰다.

택시는 갑자기 앞을 가로막는 승용차에 질려 급정지했다.

운전사의 욕설이 튀여나왔다.

《아니, 저 자식은 왜 저래? …》

그와 동시에 부향녀와 지향숙의 입에서는 《아!-》 하는 비명소리가 울렸다.

대형화물차를 몰던 놈도 후닥닥 놀랐다.

갑자기 튀여나온 승용차가 자기의 먹이감을 가로막는게 아닌가?

조향륜을 틀며 그것을 피해 지나치려 했지만 그 차는 여전히 길을 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자기를 향해 육탄으로 달려오고있었다.

조성호는 정신을 집중하여 그자의 앞을 막으며 도로의 한옆으로 유도했다. 덩지큰 호랑이가 몸집작은 토끼를 단숨에 덮치는 순간이였다.

아차하는 순간 조성호는 차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 다음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

《성호동무! 성호동무… 정신차리세요.》

애절한 처녀의 목소리가 간간히, 그러면서도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는 간신히 눈을 떴다. 지향숙이 눈물을 흘리며 자기를 부르고있었다.

어디를 상했는지 온몸이 쑤셔왔고 도무지 힘을 쓸수 없었다. 기운을 모아 그는 처녀에게 물었다.

《서… 선생님은 무사? …》

지향숙이 다소 마음이 놓이는지 눈굽을 훔치며 머리를 끄덕였다.

《그래, 난 아무 일도 없네.》

부향녀는 자기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사건의 전말을 어떻게 가늠해야 할지 알수 없었다.

《오빠!-》

방금 멎어선 승용차에서 스미에가 튀여나왔다.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이렇게 조성호를 따라나섰던것이다.

《스미에, 정말 고맙다. 네가 아니였다면…》

《오빠, 힘을 내. 죽어서는 절대로 안돼요.》

스미에는 그의 손을 꼭 부여잡고 간절히 당부했다.

부향녀는 뭐가 뭔지 도무지 알수 없었다.

이 일본처녀는 분명 향숙이가 말하던 그 녀자일것이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났으며 또 성호는 무엇때문에 대형화물차를 맞받아나갔는가?

지향숙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김성진이 모든 전말을 이야기했다.

《성호동문 지금까지 남모르게 아주머니의 신변을 보호해왔습니다. 오늘도 폭력배들이 사둔님의 목숨을 노린다는것을 알고…》

《예-에?! …》

김성진은 스미에를 진정시켰다.

《스미에, 정말 고맙소.》

그러면서 그는 지향숙에게 눈길을 돌렸다.

《향숙선생, 이 스미에는 바로 성호동무와 어릴적에 함께 방랑생활을 해온 처녀요.》

《예?! 아니 그럼…》

지향숙은 너무도 놀라운 사실앞에 굳어졌다.

모든 사연을 알게 된 부향녀는 너무도 억이 막혀 뭐라고 말할수 없었다. 그가 왜 그렇게 그림자처럼 자기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는지 가히 짐작되였다.

내가 왜 그것을 몰랐는가? 어째서 그의 행동을 보면서 덜퉁하고 분주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진속을 들여다보지 못했는가?

그는 조성호의 머리맡에 풀썩 주저앉았다.

《이 사람아! 그런걸 난 또…》

목이 꺽 메였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로 그를 위로한단 말인가.

조성호는 그의 손목을 잡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선생님! 베를린에 같이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제 한몸을 내대여 바쳐 스승을 구원하고도 미안한감을 금치 못해하는 그에게 부향녀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서 떠나십시오. 그 먼 비행길을 홀로 가셔야 하겠는데 건강에 주의하십시오. 참, 이 몰골을 한 나에게 향숙동무가 시집오겠다고 할가요?》

그속에서도 그는 제 습관은 못 버리고있었다. 먼길을 떠나는 부향녀의 마음을 안심시키느라 그는 익살을 부리고있었다.

《보기 싫어요. 누가 저 같은 사람한테 시집가겠대요? 정말 보기 싫어요.》

지향숙의 눈가에는 뜨거운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원망스러웠다.

이렇듯 장한 일을 하면서 어쩌면 말 한마디 하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아, 이런 사람을 내가 잠시나마 오해하다니… 난 정말 맹꽁이였어.

조성호는 처녀의 손을 꼭 잡았다.

《향숙이, 우리 원장선생님에게 우리의 결혼식장에서 좋은 말씀을 해달라고 부탁하기요.》

부향녀는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훌륭한 세대들을 위해서라도 떠나야 할 길이였다.

조성호는 구급차에 실려 멀어져갔다. 부향녀에게는 그가 더 가깝고 친근한 자식처럼 안겨들었다.

지향숙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 눈가에는 벌써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선생님! 제발 그만두십시오. 나쁜 놈들이 베를린까지 따라가면 어떻게 합니까?》

《그만해라!》

너무도 예리하게 울리는 부향녀의 목소리였다.

《넌, 아직 다는 모르고있는것 같구나. 무엇때문에 성호 그 사람이 제 목숨까지 내대면서 위험한 곳에 뛰여들었겠니?》

부향녀는 김성진에게로 몸을 돌리며 간절히 부탁했다.

《부위원장동지, 제 비록 비행기안에서 숨을 거둔다고 해도 이번 길만은 꼭 가게 해주십시오. 우리 성옥이 할아버지가 살아있다고 해도 저를 막지 않았을겁니다.》

그는 늙은이답지 않게 시원스러운 걸음으로 택시에 먼저 올라탔다.

얼마후 부향녀를 태운 려객기는 하네다비행장에 연한 연기를 내뿜으며 창공으로 박차올랐다.

고공에서 눈아래로 떠가는 흰구름떼를 바라보며 그는 속삭였다.

여보! 난 떠나요. 설사 도중에 숨진다 해도 당신이 걸은 그 길에서 물러서고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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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쉰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