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11월 1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보도/ 아시는지요?/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문예물/ 동영상/ 사진/ 청취자마당
방송시간 아침 7시~9시 낮 1시~3시 저녁 9시~11시 주파수안내 단파 : 6 250KHz, 3 945KHz, 3 970KHz 초단파 : 97.8MHz, 97MHz, 89.4MHz
주체108(2019)년 6월 21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50)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쉰번째시간입니다.

><

                                                37

 

부향녀는 홀로 남편의 묘앞에 서있었다.

여보! 오늘은 별스럽게 당신이 그립군요. 저는 오늘 내 운명의 마지막이 될수도 있는 길을 떠나요. 하지만 당신이 걸어온 길이고 또 온 민족이 가는 길이기에 주저없이 떠나는 저예요. 기다려주세요.

꼭 당신의 곁으로 돌아오겠어요.

무겁게 공동묘지를 내리던 그는 잠시 멈춰섰다. 미덥고 살뜰하던 고성길의 눈빛이 자기를 바래우는것만 같았다. 이어 그는 힘있게 발길을 내디디였다.

부향녀는 그길로 병원에 들렸다.

《어머니, 제가 깨우겠어요.》

딸에게로 다가가는 며느리를 부향녀는 만류했다.

《놔둬라. 이렇게 얼굴이나 보고 떠나면 된다.》

손녀는 어제 저녁에야 정신을 차렸다. 수술효과는 예상외로 좋았다. 고성옥은 자기의 수술을 할머니가 직접 했다는것을 알고는 눈물을 흘렸다.

할머니를 찾아오겠다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할머니가 쉬겠는데 놔두세요. 아마 잠이라도 깊이 드셨다가 깨여나면 흰머리카락이 줄어들수도 있지 않나요. 난 할머니가 늙는게 정말 싫어…》

부향녀는 잠든 손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성옥아, 용쿠나! 네가 이 늙은 할머니에게 힘을 주는구나. 내가 돌아올 땐 꼭 비행장에 나와야 한다.》

고명철과 김경아가 그에게 다가왔다.

《어머니, 꼭 가셔야 하겠습니까?》

눈물이 글썽해있는 아들을 바라보는 부향녀의 가슴은 쩌릿해왔다.

《너희들이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구나.》

《아니예요. 불효한 이 자식때문에 어머니가…》

고명철은 자기의 잘못을 질책하며 흐느꼈다.

《그만해라. 네 눈물을 보니 먼길을 떠나는 이 에미의 가슴이 좋지 않구나.》

고명철은 눈굽을 훔쳤다. 그러면서 애써 웃음을 지었다.

《알겠어요, 어머니. 앞으로는 제가 자식구실을 바로하겠습니다.》

《그래, 난 너희들에게 그 이상 더 바랄게 없다.》

하루에가 들어섰다.

《어머니, 시간이 됐어요.》

김경아가 부향녀를 따라서며 강조했다.

《어머니, 이 주머니에 약을 넣었어요. 잊지 말고 꼭꼭 잡수세요. 그리구 트렁크의 작은 주머니에도 있구요.》

《오냐, 알겠다. 너희들은 내가 어델 간다고 하면 꼭 어린애취급을 한다니까.》

아닌게아니라 김경아가 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 한다.

《어머니, 인제라도 다른 사람이 가면 안될가요? 편치않은 몸으로 떠났다가 혹시…》

부향녀가 그의 말허리를 꺾었다.

《그만해라. 저 성옥이를 좀 보려무나. 다 죽었다던 저애가 어떻게 다시 살아날수 있었겠냐? 이 할미가 수술했기때문에… 아니다. 그건 그애의 정신이 강했기때문이다.》

그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복도로 걸어나갔다.

승용차곁에는 지향숙이 초조한 기색으로 서성거리고있었다.

《성호, 그 사람은 어데 갔냐?》

《조금전에 손전화를 받고는 잠간 기다리라고 하면서 저쪽으로 뛰여갔습니다.》

그러면서 지향숙은 혼자소리로 쫑알거렸다.

《항상 제 혼자서 무슨 큰일이라도 하는듯 헤덤빈다니까.》

부향녀는 그의 마음을 눅잦혀주었다.

《남자들이란 다 그런거다. 그게 샌님처럼 가만히 앉아서 주는 밥이나 먹는 사람보다야 낫지 않느냐.》

지향숙은 무엇인가 더 말을 하려다가 입술을 옹다물었다.

부향녀는 부드러운 어조로 질책했다.

《아직 그와 화해를 못한 모양이구나. 처녀가 그렇게 자존심을 너무 세워도 안된다. 내막을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무턱대고 서리를 뿜는 녀자를 누가 좋아하겠냐. 그러지 말구 이번에 돌아오면 차근차근 이야기해보려무나. 난 성호 그 사람을 믿는다.》

지향숙은 머리를 숙이고 묵묵히 신발앞머리로 땅바닥만 허볐다.

정말 선생님의 말씀대로 그가 내 인생의 영원한 반려자로 남아있을가?

《참, 아직 <나까이리력서>를 보내준 사람을 찾지 못했느냐?》

《예. 그렇지만 제 생각에는…》

《무슨 짚이는데라도 있는게로구나.》

지향숙은 주밋거리며 제 생각을 터놓았다.

《전, 그 <보라매>라고 하는 기자선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설마 진미가? … 그애라면 얼마나 좋겠느냐.》

이때 조성호가 숨이 턱에 닿아가지고 뛰여왔다.

《선생님! 늦어서 미안합니다.》

지향숙은 그를 곱지 않은 눈으로 흘겼다. 시간이 급한데 오늘따라 능구렝이처럼 움직이는 그가 민망스러웠다.

조성호는 부향녀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물었다.

《저어… 선생님! 베를린행을 며칠 미루면 안되겠습니까?》

부향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혹시 자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조성호는 몹시 딱한 인상으로 주밋거렸다.

《그런건 아니지만…》

그가 말끝을 맺기도 전에 부향녀의 고집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렇다면 어서 떠나자구.》

하지만 조성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였다.

《선생님! 사실 그런게 아니라…》

부향녀는 얼굴에 랭담한 표정을 지었다.

《정 그렇다면 임잔 떨어지게… 내 혼자서 가지.》

조성호는 당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런게 아니라…》

《임잔 이번 걸음이 얼마나 중요한 길인지 알고있겠지. 사람이 공과 사는 갈라서 행동해야지.》

조성호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운전좌석에 앉았다. 일단 부향녀가 고집을 쓰기 시작하면 꺾기가 힘들다는것을 그는 잘 알고있었다.

뭐라고 말해도 오늘 길은 지체시킬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그의 얼굴은 거멓게 죽어가고있었다.

부향녀도 어째서 그가 저렇듯 안절부절을 못하는지 알수 없었다.

얼마후 승용차는 출발했다.

><

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쉰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