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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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6월 11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45)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마흔다섯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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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김성진은 침통한 표정을 하였다.

《그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부향녀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비록 결심하고 온 걸음이지만 정작 모든것을 터놓자니 마음 한구석이 묵직했다.

다미꼬가 날 원망하지 않을가? 아니, 더는 이대로 묻어둘수는 없어.

《부위원장동지, 전 결심했습니다.》

김성진은 그의 두손을 꼭 잡았다.

《아주머니, 정말 힘든 결심을 하셨습니다.》

《전 다미꼬의 비참한 죽음이 하루에의 마음속에 더 큰 상처를 남겨두는것만 같아 며칠동안 주저해왔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그애를 위하는 진정한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눈먼사랑이 그애의 눈을 내 손으로 가리우는짓을 한셈이지요. 녀자의 가장 고통스러운 수치가 뭔가를 알기에 녀자로서 동정했단 말입니다. 전, 하루에에게 친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렵니다. 그애만이 아닌 무로우 고이찌로도 저들의 일본이 과거 우리 조선녀성들에게 얼마나 귀축같은 만행을 저질렀는가 하는것을 알게 하렵니다. 그들을 위해서, 일본녀성들을 위해서, 이 지구상의 성노예피해자들을 위해서 비록 늦은감은 있지만 이 일기장을 세상에 공개하렵니다.》

《옳습니다. 자기가 알고있는 과거를 사람들앞에, 세계앞에 꺼내놓지 않는것은 일본의 력사외곡책동을 반대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유해로운것이지요.》

김성진은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계속 말을 이었다.

《아주머니도 잘 알고계시지 않습니까. 력사란 과거와 현대를 이어주는 다리라는것을 말입니다. 더우기 지금 우리 조국은 물론 세계의 모든 나라들에서 일제의 성노예행위를 최대의 반인륜적인 행위라고 규탄하며 이를 사죄하고 배상할것을 강력히 요구하고있지 않습니까.》

부향녀는 이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1990년대초 남조선에서 살고있는 일본군성노예의 피해자인 한 할머니가 첫 공개증언을 하면서부터 이 문제는 세상에 알려지게 되였다. 그는 일본정부를 상대로 태평양전쟁과 그 이전시기 조선인희생자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고 일본법정에서 성노예피해상황을 증언하기도 했다.

온 세계가 이 문제를 국제법의 란폭한 위반으로, 세계최대의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 락인하고있지 않는가. 정의와 진리를 사랑하는 목소리들은 한결같이 웨치고있지 않는가. 그런데 나는 지금껏 그것을 품고 주저하지 않았는가. 저 일기장을 공개해서 그들을 매춘부라고, 돈벌이를 위한 성적행위를 했다고 망발을 줴쳐대는 이 일본의 비렬한 행위를 까밝히려고 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자식앞에 얼굴을 들지 못한 어머니의 아픔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아온 무로우와 같은 력사가들이 진실을 알게 해야 한다. 늦게나마 정의로운 세계민심에 내 목소리를 합쳐야 한다.

김성진은 갑자기 생각난듯 한 소리로 말했다.

《참, 때마침 오셨습니다. 내 진작 그 말부터 했어야 했는데… 허 참, 이 건망증이란…》

김성진은 자기의 행동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책장을 열고 그속에서 뭔가 꺼내들었다.

두눈에 의혹이 짙게 실린 부향녀는 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헤덤비는지 알수 없었다.

이윽고 국제우편봉투를 책상에 내놓는 김성진은 전에없이 밝은 기색이였다.

《이것 보시우. 도이췰란드의 한스 베르메트선생이 아주머니앞으로 초대장을 보냈습디다.》

갈증이 나도록 기다리던 소식이라 부향녀는 몸을 일으키며 다가갔다.

《그게 정말이세요?》

김성진이 내미는 봉투를 받으니 안도의 숨이 나갔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몇달동안 흘러가는 시간의 분과 초를 쪼개가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이제나저제나 기다린 소식이다.

《이제 며칠후에 베를린에서 세계력사학자들의 모임이 있는데 거기에 참가해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구 또 부탁한것도 얻었답니다.》

부향녀는 봉투를 열고 초대장과 함께 한스의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의 미소가 서렸다.

《이젠 됐어요.》

김성진은 더없는 기쁨속에 싸여있는 그를 바라보며 넌지시 물었다.

《언제쯤 떠나시겠습니까?》

《려권수속이 끝나면 인차 가야지요.》

심상스럽게 말하는 그를 보며 김성진은 심중한 기색을 지었다.

《요즘 병도 심한데 비행기를 타고 그 먼곳에 갔다온다는게 어쩐지…》

부향녀는 괜한 걱정이라는듯 그를 나무람했다.

《원, 별걱정을 다하십니다.》

그날 저녁 부향녀는 하루에를 자기 방에 조용히 불렀다.

《내가 지금까지 너한테 진실을 말 못했다.》

《어머니,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부향녀는 한숨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너의 친어머니 다미꼬는 폭격으로 죽은게 아니다. …》

부향녀는 그에게 유끼오에게서 들은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해주었다.

하루에는 놀란 눈길로 부향녀를 바라보았다.

《?! …》

부향녀는 《동양의 사꾸라》의 일기장을 꺼내놓았다.

《똑똑히 읽어보아라. 이 책은 바로 너의 어머니를 강간하고 학살한 그 원쑤놈의 일기장이다. 여기에는 지난 시기 일본이 감행한 반인륜적인 만행이 그대로 적혀있단다.》

온밤 하루에의 방에서는 불이 꺼지지 않았다.

새날이 밝아오는 창가에 하루에가 그려놓은듯 서있었다. 그의 손에는 어린아이의 옷이 쥐여져있었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하루에의 눈가에는 물기가 맺혀있었다. 어린시절엔 이 옷에 담겨진 의미를 모르고 입었다. 수십년세월이 흐른 오늘날 그 옷은 너무도 엄청난 사실과 하많은 사연을 말해주고있었다.

《어머니!-》

입가에서 흘러나온 말이였다. 기억에조차 떠오르지 않는 친어머니의 모습으로, 따스하고 포근한 사랑으로 여겨지는 유물이였다. 아니, 자기가 당한 수치와 모욕, 일본인으로서 이 땅에 던지는 어머니의 피의 절규가 그대로 응축된 력사의 증거물이였다.

부향녀가 문을 열었다. 그는 하루밤사이에 달라진 딸의 표정과 자태를 보며 나직이 찾았다.

《하루에야… 내가 너무 모질지 않았느냐? …》

하루에는 부향녀에게 돌아섰다. 눈가에는 물기가 핑하니 돌았다.

《전, 이 모든것을 몰랐더라면 어머니를 리해하지 못했을거예요. 오늘에야 어머니가 어떤분인지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루에가 두손을 모아잡고 무릎을 꿇었다.

부향녀는 《내 딸아! …》 하며 그를 품에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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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마흔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