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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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6월 9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44)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마흔네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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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향녀는 병원에 출근하는 길로 손녀의 입원실에 들어섰다. 뜻밖에도 나이가 지숙한 여러명의 사람들이 아직 의식을 차리지 못한 성옥이를 근심어린 눈길로 지켜보고있었다.

김성진과 고명철, 김경아도 함께 있었다.

《원장선생님! 그동안 마음고생이 얼마나 많으십니까?》

한 중년의 사나이가 그에게 다가왔다.

《아니, 전번에?! …》

사나이는 부향녀의 손을 부여잡고 기뻐했다.

《예, 그렇습니다. 선생님에게서 담낭수술을 받았지요.》

부향녀도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의 몸을 내리훑었다.

《원장선생님, 걱정마십시오. 이렇게 건강해서 앞에 서있지 않습니까.》

그제서야 부향녀도 마음이 놓인다는듯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어떻게 다들? …》

김성진이 어리둥절해하는 부향녀에게 그들을 소개했다.

《이분들은 상공련과 조신협에 소속되여있는 동포기업가들과 은행가들입니다. 모두들 성옥이 아버지의 회사를 돕겠다고 이렇게 왔습니다.》

《아니, 그럼! …》

부향녀의 눈가에는 뜨거운것이 핑하니 돌았다.

머리희슥한 늙은이가 그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원장선생, 이 늙은게 부끄러운 마음으로 찾아뵙습니다. 선생의 소행을 위대한 장군님께서 높이 평가해주시였다니 머리가 숙어집니다. 나같이 제 근심에 옆사람을 돌아볼념도 못할 때 조국에서는 또다시 교육원조비를 보내왔습니다. 우리 장군님께서 보내주셨단 말입니다. 조국을 어떻게 안고 살아야 하는가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담낭수술을 했던 사나이가 부향녀에게 자리를 권했다.

《선생님, 면목이 없습니다. 제 목숨을 구원해준 은인의 집에 불이 붙었다는것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으로 앉아있은 저였습니다. 옆집 불난데 물을 아끼지 말라고 했는데 난 제 집 우물에 자물쇠를 잠그어놓았으니… 용서하십시오.》

그는 자신에 대한 죄책감에 잠겨 부향녀의 손에 은행권을 쥐여주었다.

《아니, 이러시면? …》

《성의이니 물리칠 생각은 마십시오.》

이어 저마다 자기들의 마음이 담긴 은행권들을 내놓았다.

부향녀의 눈굽은 뜨거워졌다.

《정말, 정말 고맙…》

《받아드십시오. 아무리 숲이 무성한 산도 개척하면 길이 나지기마련이 아닙니까. 힘들어도 용기를 내십시오. 이 성옥이와 같은 후대들을 위해서도 우리가 길을 내야 할게 아닙니까.》

《그렇지 않구요. 사람이 쓰러지기는 쉬워도 일어서기는 힘든 법이지요. 정의란 언제나 부정의와의 첨예한 대결에서 빛을 내는 법이지요.》

부향녀는 그들의 뜨거운 성의에 목이 꽉 메였다.

《제게 이렇게 힘을 주시니 정말…》

일본반동들의 갖은 모략과 방해책동으로 자기들의 기업도 지탱하기조차 힘든 그들이였다. 그러나 다 같은 조선동포라는 의무감에 부향녀가 겪고있는 난관을 외면할수 없었다. 어떻게 하나 그앞에 막아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성의를 고여가는 동포상공인들이였다.

《아니웨다. 고맙다는 말은 오히려 우리가 위대한 장군님께 드려야 합니다. 일시나마 난관앞에 주저하며 애국의 넋을 잊을번 했던 우리들을 일깨워주시고 손잡아 일으켜주신 위대한 그이께 말입니다.》

부향녀는 눈굽을 흐렸다.

해외동포들에 대한 장군님의 한량없는 믿음과 사랑이 수많은 동포들을 애국의 참된 길로 불러일으켜주었던것이다.

《고마워요. 여러분들의 성의를 전 언제나 잊지 않겠어요.》

《허, 여직껏 우린 원장선생님을 메스와 같은 사람으로 여겼는데 오늘 보니 약솜이나 다름없구만요.》

그들은 너나없이 롱질을 한마디씩 해가며 웃었다.

부향녀도 눈굽을 찍으며 따라웃었다.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인가. 힘을 주고 웃음을 주며 떠밀어주는 저 깨끗한 마음들이…

고명철은 지금 바늘방석에 앉은것만 같았다. 동포들의 도움으로 자기의 회사가 구원될줄은 꿈에도 몰랐던 그였다.

중년의 사나이가 그의 손을 잡았다.

《이보라구, 명철사장! 우리모두 조국의 품에 자기의 운명을 전적으로 의탁하고 서로 힘을 합쳐 보란듯이 허리를 쭉 펴고 살아갑시다.》

곁에 있던 사람이 한마디 덧붙였다.

《임잔 정말 훌륭한 어머니를 모시고있네. 저렇듯 굳센분을 잘 모시라구. 그가 지닌 사랑과 넋이 어디서부터 오는건지 잘 알아야 하네!》

《저를 일깨워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고명철은 일시나마 그릇된 생각을 가졌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어머니처럼, 이들처럼 티없이 순결하고 변함없는 마음을 간직하고싶었다.

《여보!-》

김경아가 그에게 다가왔다.

거치른 일본땅의 모진 풍파에 부대끼면서도 오염되지 않고 고마운 조국을 위해 푸른 잎새를 펼친 거목으로 서있는 그들의 모습이 가슴뿌듯하니 안겨들었다.

부향녀는 이들의 믿음과 기대에 꼭 보답해야겠다는 의지를 가다듬으며 그들을 바래웠다. 다시 손녀에게 다가온 그는 성옥이의 머리를 살며시 쓸어주며 속삭였다.

《성옥아! 너도 저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지? 그들처럼 강해야 한다. 네 할아버지도 비록 다리를 잘리웠지만 꿋꿋이 일어났단다. 왜 그랬겠니? 그것은 바로 다시는 허리를 굽히고 살아서는 안될 조선사람이기때문이란다.》

부향녀는 김성진을 찾아 그의 사무실로 갔다. 그는 책상우에 자기가 지금까지 보관하고있던 일기장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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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마흔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