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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6월 7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4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마흔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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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자기의 군용가방에 대해서 묻다가 나중에는 그에게 달려들어 변태적인 성행위로 자기의 수욕을 채웠다. 마치 먹이를 덮치는 승냥이처럼 연약한 녀인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옷을 벗기고 마음대로 그의 육체를 롱락하였다.

비극적인 자기 운명에 한탄하면서도 유끼오는 딴 도리가 없었다. 인생의 지나친 처사에 엇서기를 단념한듯 한 체념의 그림자가 그의 육신에 서서히 깃들기 시작했던것이다. 항거는 너무도 무의미한것이라고 생각했다. 칼을 빼들며 미쳐날뛰는 자앞에서 자신은 너무도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오직 살아서 아들을 만나야 한다는 생각뿐이였다.

남편은 물론 아들에게 죄되는 일인줄 알면서도 묵묵히 그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후 그자는 더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때의 치욕이 전후 도꾜에서 되살아날줄이야 어떻게 알았는가.

전쟁마당에서 살아돌아와 술미치광이로 되여버린 남편을 저주하며 간신히 살아가는데 거리바닥에서 그놈의 얼굴을 보았던것이다.

눈앞이 아뜩했다. 잠자리에 누우면 금시 그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것만 같았다. 이름은 알수 없고 오직 자기를 《동양의 사꾸라》라고만 자칭해나선자였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남편의 횡포와 그자에 대한 공포심은 유끼오로 하여금 귀향길을 택하게 했던것이다.

그때부터 그는 도꾜를 멀리했으며 지금까지 단 한번도 걸음을 하지 않았다. 지어 무로우가 이전 안해와 결혼식을 할 때조차 몸이 불편하다는 구실로 걸음걸이를 회피한 그였다. 아들이 도꾜에 있는 대학에 입학했을적에도 기쁨보다도 속으로 눈물을 흘린 그였다.

그렇지만 아들의 날개만은 꺾어버릴수 없었다.

남편과 아들에게 진 죄를 무엇이라고 변명할수도 없는 억울한 처지에 놓인 그였다. 그리하여 그는 누구에게도 자기의 깨끗치 못한 과거사를 꺼내놓지 못했다.

… 유끼오의 이야기를 듣고난 부향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원한 밤공기가 그를 휘감았다. 그렇지만 그의 마음은 도저히 진정할수 없었다. 눈앞에는 《동양의 사꾸라》의 일기장이 떠올랐다.

참혹한 성학대로 수많은 우리 조선처녀들을 학살한 네놈이! …

분노로 치를 떠는 그에게 유끼오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향녀, 그래 내가 이 수치스러운 과거를 어떻게 내 아들에게 말할수 있단 말인가, 응?》

부향녀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절절한 어조로 말했다.

《말해야 해요. 당신들이 당한 치욕은 성욕에 미쳐버린 그 <동양의 사꾸라>라는자와 그 졸개에 의해 감행된것이지만 20만에 달하는 우리 조선녀성들은 강제로 랍치당하여 일본군의 집단적인 성폭행대상으로 자기의 육체를 짓밟히고 무참히 학살되였어요. 바로 구일본당국이 조직한 반인륜적인 행위였단 말이예요. 그런데 당신의 아들인 무로우 고이찌로는 이른바 〈애국〉이라는 미명하에 자기의 량심을 속이며 흘러간 력사를 외곡하고있어요. 바로 구 일본에 의해 유린당한 수많은 나라 인민들뿐만아니라 제 부모들의 피눈물나는 과거에 대해서도 다 부정하고있단 말이예요.》

《뭐라구?! …》

유끼오는 두눈을 멍하니 뜬채 아무 말도 못했다.

부향녀는 무로우가 감행하고있는 력사외곡책동과 그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었다.

《그래, 유끼오는 이 땅에서 또다시 자기들이 겪은 참화가 되풀이 될것을 바라지는 않겠지요. 알아야 해요. 바로 일본의 후대들은 자기의 선대들이 어떤 치떨리는 만행과 략탈정책을 벌려왔는가를 똑똑히 알아야 한단 말이예요. 그릇된 교육과 의식으로 자란 세대가 주인이 될 일본의 앞날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단 말이예요.》

유끼오는 풀썩 주저앉았다. 산골에서 살면서 오직 자식의 앞날만을 축복하여 기도를 드려온 그였다. 그런데 그렇듯 위험천만한짓을 하고있다니… 하늘이 통채로 무너져내려앉는것만 같았다. 그의 생각은 갈수록 깊어만졌다.

그래, 향녀의 말이 옳다. 상처가 아프다고 들어낼 생각은 하지 않고 품고있다면 그것이 무로우에게 전염될수 있다. 더우기 오끼나와에서 돌아오지 못한 다미꼬가 이 사실을 안다면 내 얼굴에 침을 뱉을것이다.

유끼오는 날이 새도록 잠들지 못했다. 그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 피눈물로 얼룩진 자기의 과거를 써넣고있었다.

부향녀는 하루에에게 제 친어머니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말할것인가 하는 근심으로 잠을 이룰수 없었다.

… 렬차에서 내린 부향녀와 조성호는 곧장 역홈으로 나갔다.

조성호가 느닷없이 생각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전 이번길에 력사를 지키는 문제는 단순히 한 민족의 력사만이 아니라 한 인간의 운명을 지켜주는 중요한 문제라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새삼스럽게 그런 말은 왜 또…》

《아닙니다. 심장이 뜨겁지 못한 사람은 결코 력사라는 거대한 학문을 껴안을수 없다는것을 전 선생님에게서 다시금 느끼게 되였습니다.》

부향녀는 엷은 웃음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난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했네. 그렇지만 임자들은 꼭 그러리라고 믿네.》

역건물의 모퉁이에서 무로우 고이찌로가 다가왔다.

《원장선생님!》

부향녀는 놀란 눈빛을 인차 거두었다.

《당신이군요.》

《원장선생님이 저의 어머니를 찾아가셨다는게 사실입니까?》

그의 기분은 몹시 울적해있었다. 그는 오늘 아침 《보라매》라는 녀기자에게서 이 소식을 전달받았던것이다.

《그래요. 우리 저쪽에 가서 이야기를 좀 나눌가요?》

그들은 역전공원에서 마주섰다.

어머니인 유끼오의 편지를 든 무로우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과연 이것이 사실이란 말인가?

부향녀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래, 선생은 다미꼬와 당신의 어머니가 왜서 그놈들에게 치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세요?》

《? …》

《그자들을 부추긴것은 바로 당신네 구일본당국이였어요. 수십만의 조선녀성들을 강제로 유인, 랍치하여 끌고 다니며 갖은 악랄한 방법으로 성폭행을 가하도록 부추기고 조직하였기때문이란 말이예요. 그래 당신은 아직도 력사외곡이라는 비렬하고 너절한 방법으로 피에 굶주린 야수들이 감행한 죄악의 력사를 부정하고 가리울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요?》

무로우는 아무말없이 후줄근하게 서있었다.

《박사선생, 나로 말하면 일본땅에서 의학공부를 한것으로 하여 강제로 구일본군의 부상자치료에 내몰렸던 사람이예요. 그 까닭에 나는 당신의 아버지였을수도 있는 일본의 전쟁미치광이들이 저지른 치떨리는 죄악을 목격한 사람이기도 해요. 바로 그런것으로 하여 나는 인류앞에 력사의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는거예요.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당신은 내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할만큼 백치는 아니고 일본의 력사를 위조할수 있을만큼 <천재>는 못된다는것을 알아두세요.》

부향녀는 자리를 떠났다.

무로우는 한동안 망연한 자세로 서있었다. 편지를 움켜잡은 손으로 버드나무를 들이쳤다.

이 괴로움과 고통을 무엇으로 표현할수 있단 말인가? 나처럼 불행한 녀성의 몸에서 태여난 하루에! 그가 그처럼 존경하고 따르는 저 조선녀성, 부향녀의 증언을 내 무엇으로 부정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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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마흔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