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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5월 14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31)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서른한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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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저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며 두눈을 감았다. 수술장에 들어서기까지 이미 몸에 익은 수술공정들을 수십번이나 반복해본 그였다.

그러나 그는 다시 그것들을 되새기였다.

드디여 결심을 내린 부향녀는 《메스!》 하고 말했다.

손에 쥔 수술칼이 그를 빤히 올려다보고있다. 저도 모르게 흘러간 날들이 피뜩피뜩 스쳐갔다. 자기의 목숨을 끊어버리려고 하던 그 칼,

죽음의 수천리길을 헤치고 찾아온 남편의 다리를 자른 그 칼이였다. 오늘은 바로 이 칼날에 손녀의 운명이 매달려있다.

살리느냐, 죽이느냐! …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렸다.

이러다가 혹시 이애를 살려내지 못한다면…

순간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자기에게 간절히 웨치던 성옥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히 들려왔다.

《할머니, 절대로 력사자료들을 넘겨주어서는 안돼요! 제발 부탁이예요!》

그래, 해야 한다!

그는 상처자리에 수술칼을 대고 힘을 주었다.

다행히 복강내출혈은 없었다.

어떻게 시작되고 봉합까지 끝냈는지 알수 없었다. 극상해야 한시간이나 걸렸을 시간이 천년인생살이나 한것처럼 길었다.

《어머니!》

경아가 다가와 부축했다.

부향녀는 굳이 그를 밀어냈다. 그는 혼자서 수술장밖으로 걸어나갔다.

긴장된 눈초리들은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누구 하나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후들거리는 걸음을 옮겨짚는 부향녀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성옥아, 이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 눈을 떠야 한다. 살아야 한다! …

그는 자기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우에 쓰러졌다. 꼭 강인하게 자신을 지탱하던 기운이 깡그리 진해버리고만것이다.

《어머니, 어머니! 정신 차리세요? 예, 어머니!》

경아가 그를 부여잡고 애타게 불렀다.

부향녀는 두눈만 물끄러미 떴을뿐 대답이 없었다. 자기의 인생이 너무도 허무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까지 모진 아픔과 괴로움을 참고 이겨내며 살아왔다. 식민지 조선사람이라는 수모를 당할 때에도, 《똥벌레》라는 별명으로 갖은 인격모욕을 당할 때에도 그랬다. 지어 제손으로 애인의 다리를 자를 때에도, 피를 토하며 쓰러진 남편의 죽음앞에서도 참고 다시 일어난 그였다. 일본반동들의 갖은 음해와 책동속에서도 조국을 그리며 지치지 않고 앞으로만 걸어온 그였다. 허나 오늘만은 도저히 자신을 이겨낼수 없었다.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손녀의 목숨앞에 자신을 일으켜세울 힘이 없었다. 이대로 영영 한줌의 흙으로 변해버릴것만 같았다.

모두들 안타까운 시선으로 부향녀를 내려다보고있었다. 하지만 누구 하나 그를 부를념을 못했다. 아픔중에서 가장 큰 아픔을 당한 늙은이를 뭐라고 위안할수 있단 말인가.

이때 김성진이 양복을 단정히 입은 중늙은이를 앞세우고 들어섰다.

그는 어지간히 흥분된 표정으로 부향녀의 머리맡에 다가왔다.

《아주머니, 부의장동지가 찾아왔습니다.》

《?! …》

부향녀는 흐리마리한 눈길을 그에게로 돌렸다. 정말 낯익은 총련중앙상임위원회 부의장의 얼굴이 보였다. 일어서야 하겠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켰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고명철과 김경아가 그를 도와주었다.

부의장은 그들을 만류하며 오히려 제손으로 부향녀를 침대에 눕혀주었다.

《원장선생님,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으셨습니까? 게다가 오늘 이런 불행을 당하셨으니…》

그는 부향녀의 두손을 꼭 잡았다.

《그러나 신심을 잃지 마십시오. 선생님은 꼭 다시 일어나셔야 합니다. 방금전 조국에서 전문이 왔는데 오늘 위대한 김정일장군님께서 원장선생님에 대한 말씀이 계셨다고 합니다.》

모두들 놀라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위대한 장군님께서 말입니까!》

부향녀는 두손으로 부의장의 팔을 꼭 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부의장은 그를 안정시켰다.

《그냥 누워계십시오. 오늘 아침 일군들을 부르신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금 재일조선인동포들에 대한 일본극우보수세력들의 모독과 중상, 탄압이 그 어느때보다도 로골화되고있다고, 그속에서도 우리 총련의 동포들은 조선민족의 넋, 애국의 넋을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고 하시면서 친히 원장선생님에 대하여 말씀하시였답니다.》

《예, 저에 대해서 말입니까?!》

부향녀는 믿어지지 않는 사실앞에 몸을 일으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습니다. 그이께서는 몇달전에 일본에서 사는 칠십고령의 재일동포녀성이 남편의 뜻을 이어 과거 일본이 비법적으로 날조한 <을사5조약>의 무효성을 론증하는 론문을 완성하여 조국에 왔다고 하는데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자신께서는 그 소식을 듣고 그를 한번 만나보려고 했지만 지방현지지도에 나가있어 만나지 못한것이 못내 아쉽다고 하시였답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지금도 그가 비록 년로한 몸이지만 조국의 력사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길을 걷고있다고 하는데 자신은 그의 애국심에서 큰 힘을 얻는다고 하시였답니다. 그러시면서 자신께서는 원장선생님이 애국애족의 이 길을 끝까지 걸어나가리라고 굳게 믿는다고 말씀하시였습니다.》

부향녀는 목이 꽉 메여왔다. 한미한 늙은이에 불과한 자기의 자그마한 행동을 두고 그렇듯 과분한 평가를 주시고 크나큰 믿음을 안겨주시니 북받치는 격정을 금할수 없었다.

그의 주름진 눈가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있었다.

《위대한 김정일장군님! 고맙습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고명철은 코마루가 찡해옴을 금할수 없었다. 지금껏 그는 이국땅에서 어머니가 겪는 고충과 아픔이 무의미한것으로만 생각해왔다. 조국과 멀리 떨어져 사는 자기들에게는 그 품의 손길이 너무도 멀리에 있는것으로만 여겼다. 그런데 친자식인 자기도 불만스럽게 여겨오던 어머니의 고행에 찬 길을 바로 위대한 장군님께서 헤아려주시고 세상에 더없는 최상의 믿음으로 안겨주시지 않는가.

아, 정녕 위대한 김정일장군님의 품은 우리 해외동포들모두가 안겨살 위대한 품, 영원한 삶의 품이였구나!

고명철은 비로소 어머니가 왜서 그토록 조국을 그리워하고 그 품을 위해 자기의 마지막숨결까지 깡그리 바쳐가려 하는가를 깨닫게 되는것 같았다.

부향녀는 부의장의 손을 뜨겁게 잡았다.

《부의장동지, 저는 일어서겠습니다. 아무리 모진 아픔과 슬픔이 가로놓인대도 다시는 쓰러지지 않겠습니다. 우리 조선민족의 자애로운 어버이이시며 스승이신 위대한 장군님의 크나큰 믿음이 저를 지탱하여주는데 제가 어찌… 그이의 뜨거운 정과 사랑을 저의 자양분으로 받아안고 애국의 한길에 영원히 청춘으로 살겠습니다.》

《원장선생님!》

《부의장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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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서른한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