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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5월 12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30)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서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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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벅지까지 드러나게 찢겨진 옷을 부여잡고 성옥은 구석에 폴싹 주저앉았다. 그러면서도 놈들을 쏘아보는 눈길만은 떨구지 않았다.

《독종같은 년! 아직도 굽어들지 않을테냐?》

《이놈들아, 내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고 해도 네놈들에게 머리를 숙일줄 아느냐!》

《그래? 좋다. 야! 이년을 갈기갈기 칼탕쳐버려.》

옆에서 때를 기다리던 졸개들이 너도나도 칼을 빼들고 다가들었다.

성옥은 비장한 결심을 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설사 죽어도 할머니를 욕되게 하고싶지 않았다. 그는 앞에서 다가들며 자기를 부여안으려는자의 배를 힘껏 옷빈침으로 찔렀다.

《아이구 배야, 이년이 바늘을 들고있었구나.》 하며 그자는 배를 그러안고 주저앉았다.

이때 두목놈이 《쌍년, 어디 죽어봐라!》 하며 옆으로 다가들어 그의 옆구리에 칼을 박았다.

고성옥은 눈앞이 아찔했다. 비록 이역땅에서 살아도 조국의 참된 딸이 되라고 이야기하던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는 정녕 그 다심한 손길을 잡아보지 못하고 그 정깊은 목소리를 영영 들어보지 못한단 말인가.

순간 돌발적인 일이 벌어졌다. 세명의 사나이들이 뛰여들어 폭력배들을 후려치기 시작했던것이다.

《이 더러운 놈들! 어디 죽어봐라.》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지만 그들의 손놀림과 발놀림은 기계처럼 빨랐다. 폭력배들은 비록 칼을 들었지만 어쩌지 못하고 씩씩대기만 했다. 한 사나이의 주먹에 아래턱이 돌아간 두목놈은 그 자리에 개새끼처럼 찔 늘어졌다. 그는 또 재빠른 련결타격으로 칼을 들고 다가드는 두놈을 강타하여 쓰러뜨렸다.

그런데 이때 대여섯이나 되는 사내들이 흉기들을 들고 또 나타났다. 아마 어느 놈이 구원을 청했는지, 아니면 주변에 대기하고있던 작자들인지도 모른다.

싸움이 더 크게 번져지리라는것은 너무도 명백했다. 그럴수록 불리한것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성옥의 생명이였다.

《선생님, 저희들이 이자들을 맡겠으니 어서 피하십시오.》

그러나 이미 폭력배들은 그들이 빠지지 못하게 둘러싸고 조여들었다.

그때까지 벽체에 기대여 겨우 몸을 지탱하던 고성옥은 《아저씨!》 하고는 정신을 잃었다.

두목놈을 비롯해서 여러 놈을 쳐갈긴 사나이는 다름아닌 조성호였다.

그들은 성옥이를 에워싸고 놈들과 대치했다.

수적으로 엄청난 대결이였다. 싸움판에서 이미 찌들어진 놈들의 손에는 각종 흉기가 쥐여져있었다.

이때 기적이 일어났다.

허우대가 큰 사나이 세명이 폭력배들의 뒤를 덮쳤던것이다. 그들의 몸동작은 날래기 그지없었다. 교예사처럼 허공을 날며 놈들을 요정냈다. 그런 속에서 한 사나이가 소리쳤다.

《빨리 환자를 데리고 빠지시오!》

조성호와 동행했던 두 사나이도 간청했다.

《선생님, 어서 가십시오.》

조성호는 성옥을 들춰업었다.

《성옥아! 성옥아! 정신차려라, 응. … 넌 죽으면 안돼! …》

복면을 한 사나이가 그에게로 다가왔다.

《경찰들이 오겠는데 빨리 병원으로 가시오.》

그들은 폭력배들을 거꾸러뜨리며 조성호에게 길을 개척해주었다.

《고맙소.》

… 조성호가 업어온 성옥을 맞이한 사람들은 어쩔바를 몰라했다. 응급처치는 하였지만 피는 여전히 멎을줄 몰랐다. 갈기갈기 찢어진 치마저고리는 붉은 피로 화락 젖어있었다. 죽은듯 아무 움직임도 없는 성옥이다. 생각은 뻔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했다. 차디찬 서리에 시들어가는 꽃송이앞에 눈물만 뿌려줄뿐이였다.

《전, 못하겠어요. 이애의 몸에 어떻게 수술칼을 댄단 말이예요.》

김경아는 성옥을 부여안고 절망으로 몸부림쳤다. 온몸이 분쇄기안에서 갈기갈기 찢어져나가는것만 같았다.

시간을 다투며 요구하는것은 수술이다. 출혈은 심했지만 심장은 뛰고있었다.

김성진이 나직이 딸에게 일렀다.

《그렇다구 손도 써보지 않고 이렇게 있으면 어떻게 한다는거냐?》

《아버지! 전 못해요. 난 저애에게 두벌죽음을 줄수 없단 말이예요.》

모두가 엷은 한숨을 내쉬기만 했다. 마지막숨을 몰아쉬는 생명앞에 누가 감히 수술칼을 내댄단 말인가.

흑빛으로 변한 그들의 얼굴들에는 차거운 눈물만이 흘러내렸다.

고성옥의 혈압은 급격히 떨어졌고 맥박조차 거의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심한 출혈로 해서 수술을 한다 해도 전혀 소생할 가망이 보이지 않았다. 옆구리를 찌른 칼로 하여 장이 파괴되지 않았다고 장담할수도 없었다.

수술준비를 갖춘 간호원들은 안타까와 어쩔바를 몰라했다.

웃음을 주고 기쁨을 주며 조국의 고마움을 노래하던 그가 이렇게 죽어가다니…

침침한 기운에 눌린 수술장에 무겁게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네가 칼을 못 들겠다면 내가 하겠다.》

《?! …》

모든 시선이 목소리의 임자에게 쏠렸다.

다름아닌 부향녀였다. 그는 이미 모든것을 결심한듯싶었다.

놀라운 눈빛들이 그에게 날아왔다.

친어머니도 거절하는 일을 그가 맡아나서다니… 두벌자식을 눈동자처럼 아끼며 사랑하던 그가 손녀의 몸에 설마 칼을? …

김경아가 그에게 매달렸다.

《어머니, 제발 빌어요. 그애가 마지막길을 편히…》

부향녀는 그의 팔을 뿌리치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만해라. 성옥이는 그렇게 쉽게 죽을 애가 아니다.》

김성진도 자기의 불안을 터놓았다.

《일없겠습니까?》

《성옥이를 살려내지 못하면 나도 없어요. …》

드디여 수술이 시작되였다.

부향녀는 성옥의 얼굴을 한참동안 들여다보았다. 얼마나 귀여운 애인가. 인생의 행복과 기쁨을 맛보게 하여준 사랑하는 손녀였다. 대학생이 되였다고 그토록 기뻐하며 노래를 불러도 조국을 그리는 동포들의 노래를 부르겠다던 성옥이였다. 진종일 맺힌 고달픔이 바로 저애가 있어 녹아내리고 육신이 거뜬해지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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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서른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