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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4월 11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15)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열다섯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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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감돌았다.

《허허, 그건 모르는 소리다.》

아버지는 엇드레질을 하는 진미를 안아일으켰다.

《진미야, 지금은 살림이 어려워 커가는 네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지만 앞으로 꼭 좋은 날이 있을게다. 아무렴, 이 애비가 딸자식의 소원을 못 풀어주겠냐.》

《…》

리민수는 진미를 꼭 껴안았다.

《참, 우리 진미는 옛이야기를 좋아하지. 내 옛말을 해줄가?》

리진미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정말이나요?》

《그럼. 자, 저 그림을 좀 보거라.》

리민수는 벽에 걸린 수묵화를 가리켰다.

《넌 저게 무슨 섬인지 아니?》

《우리 나라의 섬인 독도가 아니나요.》

《그래, 이 아버지의 고향이지…》

리민수는 축축히 젖어드는 마음을 억누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노래에서처럼 우리 나라 동해바다에 있는 외로운 섬이 바로 독도란다. 옛적부터 그곳은 고급어족이 많은 어장으로 손꼽히웠지. 그러나 그곳에는 먹을 물이 바르고 돌투성이 섬이여서 사람들은 가까운 곳에 있는 울릉도에 살림들을 펴고 드나들었구나. …》

해마다 5~6월이면 범선을 끌고 독도에 며칠씩 나가군 하던 울릉도사람들은 이날도 차비를 갖추고 바다로 나왔다. 그들중에는 결혼한지 1년도 못되는 한 젊은이도 있었다.

그가 문을 나서려는데 해산이 림박한 안해가 부득부득 따라섰다.

《아니 여보, 그 몸으로 어딜 따라간다고 그래?》

남편은 만류했지만 안해는 막무가내로 제 먼저 범선우에 올랐다.

《아이, 일없어요. 아직 스무날정도는 더 있어야 한댔어요. 그리구 집안에 혼자 있자니 갑갑해서 못 견디겠어요.》

남편을 따라가서 그의 일손을 거들어주고싶었던것이다.

그때 어부의 가족들은 남편들과 함께 독도에 자주 나가군 했다. 그들은 잡은 물고기를 손질하여 돌우에 펴놓고 말리우기도 하고 초절임하기도 했다.

안해는 며칠새에 무슨 큰일이 있겠는가고 하며 굳이 남편을 따라섰다. 하지만 이틀째 되는 날에 그는 심한 진통을 겪었다. 당장 해산할것만 같았다. 이제 다시 울릉도로 간다는것은 말도 되지 않았다. 함께 온 아낙네들이 이 소리 저 소리를 합쳐가며 끝내 아이를 받아내고야말았다.

《그때 태여난 아기가 바로 나란다.》

《그러니 독도는 바로 아버지의 고향이군요.》

리진미는 그림을 의미깊은 눈빛으로 들여다보았다.

《그래, 아버지의 고향이지…》

《아버지, 나도 조국이란데 가면 항상 조선치마저고리를 입을수 있나요?》

《그렇지 않구. 아마 그땐 어머니가 네가 시집갈 때 입을 옷까지 다 장만해줄게다.》

… 이렇게 가정의 약속이 얽혀있는 수묵화와 조선치마저고리였다. 바로 그때 리진미의 나이는 열살이였다. 그렇지만 20여년이 지난 오늘까지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독도였고 입어보지 못한 조선치마저고리였다.

그런데 오늘 부향녀가 그의 소원을 풀어주었다. 연분홍색비단으로 지은 조선치마저고리였다.

가슴 뭉클 젖어드는 뜨거움을 금할수 없었다. 더 차겁고 랭정하게 대해야 할 부향녀이다. 그런데 오히려 얼음으로 빚은 이 심장이 스르르 녹아지는듯 한 느낌이다. 암울한 세상살이에 산전수전의 고비를 넘으며 어머니라는 부름조차 기억에서 지워버린 그였다.

량부모를 잃은 어린 가슴에 자리잡은 의혹과 원망은 까닭없이 한 녀성 부향녀를 저주하며 방황하였다. 그 발자국은 뉴욕의 거리들에도 찍혀있고 마닐라와 시드니, 몽떼까를로와 바이루트의 밤길에도 비껴있었다. 그것은 살아있는 인생의 타락이였고 지옥의 대문을 넘어서는 시각에도 바래워주는 손길조차 없을 몸서리치는 고독이였다. 가진것이란 부모가 물려준 유산인 두뇌가 전부였고 천행으로 조선학교에서 배운 글이고 작은 지식이였다. 그것으로 오늘을 이루었고 오직 한가지의 목적 《동양의 사꾸라》를 세상에 고발하자는것이다.

리진미는 조선옷의 고운 바탕에 떨군 자기의 눈물방울을 보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낮으나 날카로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용서! … 나는 결코 그것을 바랄수 없는 인생이다. 단지 내가 누구인가를 그들이 알게 하리라. …》

그것만이 선량한 사람인 부향녀에게 하자는 속죄가 아니란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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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열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