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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3월 14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101)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백한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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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호는 처녀의 이야기에 퍽 흥미를 느끼는듯싶었다. 이따금 눈총을 쏘며 질책하기도 하고 큰소리로 웃어대기도 했다.

그들사이는 어제와 오늘의 인연같지 않았다.

《오빠! 자꾸만 그렇게 절 몰아대지 말아요. 내가 배운 재간이란 이게 단걸 어떻게 해요. 이 일본에서 정조란 코풀고 버린 휴지장이나 같은거예요.》

조성호는 처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뭐라고 더 말할 기분이 나지 않아 맥주잔을 기울였다.

《스미에, 이제는 네 나이도 어지간한데 언제까지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겠니.》

스미에는 코웃음을 쳤다.

《흥, 누가 날 비웃는다는거예요? 난 그래도 내 몸에 달린것을 가지고 부모가 준 목숨을 유지하고있어요. 하지만 그들은 남의 피로 제 몸뚱아리에 비게층을 덮지 않나요.》

스미에는 도저히 그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조성호는 간절한 어조로 그를 타일렀다.

《어지러운 감탕속에 산다고 스스로 마음까지 더럽혀서야 안되지. 이제는 우리가 어릴 때 고아의 설음을 안고 이리저리로 굴러다니던 때의 습관을 버려야 해. 타락한 생활은 인생을 망치는 길이야. 그러니 가정도 어서 꾸리고…》

스미에는 깔깔 소리내여 웃었다. 그는 한팔을 들어 조성호의 어깨우에 껴안듯 올려놓고 그에게 기댔다.

조성호는 그의 행동을 뿌리치지 않았다.

《그럼, 오빠가 나와 살아주겠어요? 난 오빠라면 일생 제일 값진 써비스로 모시겠어.》

그러다가 갑자기 가느다란 숨을 내그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 일본엔 오빠와 같은 사내는 없단 말이예요. 오직 계집의 몸뚱이에 욕심을 들이는 색마들뿐이지 우리 같은건 사람으로 보는 놈은 하나도 없어요. 악덕으로 치장된 이 땅에선 진정한 사랑이란 말도 되지 않는거예요.》

스미에는 괴롭게 울분을 토하고는 맥주를 들이켰다. 그의 눈가에는 물기가 일렁이였다.

《나도 녀자예요. 왜 가정을 꾸리고 제 자식을 품에 안고싶지 않겠나요. 그렇지만 난 유치하고 좀상스러운 자들의 씨는 받고싶지 않단 말이예요.》

처녀는 조성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어깨를 떨었다.

《내 말을 명심해라. 자기가 역스러운 오물들속에 묻혀있다고 생각하는것자체가 바로 거기서 벗어날수 있다는것을 의미한다. 너는 더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 또 동생들에게 다시는 그런 일을 시키지 말아. 너희가 아무리 그런 방법으로 이 사회에 도전한다고 해도 얻을것이란 아무것도 없다. 범죄는 어데까지나 사회의 암이야.》

스미에는 무겁게 얼굴을 떨구었다. 식탁에는 그의 눈물이 고이고있었다.

조성호가 손수건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눈물을 닦아라. 남들이 보면 뭐라겠니?》

처녀는 눈굽을 찍어갔다.

《아, 나도 일본계집이 아니라 오빠처럼 조선사람으로 태여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가요. 이 땅에서 기여다니는것들은 사람의 육체를 갉아먹으며 기생하는 좀벌레들에 불과해.》

이윽고 처녀는 울었던 모양같지 않게 얼굴에 웃음을 피여올렸다.

《정말 고마워요. 오빠가 아니면 이 땅에서 누가 나를 사람으로 여겨주겠어. 난 내 일생에서 제일 행복한 시절은 어릴적에 오빠랑 함께 여기저기로 헤매던 때였다고 생각해. 아무리 고아래도 우리에게도 우정과 의리가 있지 않았나요.》

《그래서 고생속에서 맺은 우정이 제일 값비싼것이라는 말도 있지 않니.》

《그때문에 오빤 의젓한 학자님이 된 오늘날에도 우릴 잊지 않고있는게 아니나요. 아무리 두터운 의리도 돈과 권세앞에서는 물로 되기싶다고 했지만 오빠만은 변함없이…》

《됐다. 그만해라.》

조성호는 가방에서 얼마간의 돈을 꺼내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자, 얼마 되지는 않지만 받아둬라.》

처녀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듯 아부재기를 쳤다.

《이거, 날 어떻게 보고 이래요? 나한테 돈이 없을것 같아서 그러나요.》

하지만 조성호는 막무가내로 처녀의 손에 쥐여주었다.

《오빠가 받으라면 받아야지. 많지는 못하지만 새 생활을 꾸리는데 보태거라.》

처녀의 눈귀에는 다시금 뜨거운것이 고이였다.

《고마워요. 오빠도 홀몸으로 살아가기 힘들겠는데…》

《나야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니. 그런데 너희들이야 어디…》

스미에는 뜨거운것이 목구멍에 꽉 메여 그냥 눈굽만 훔쳤다.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나직한 소리로 말했다.

《오빠, 다시한번 부탁하는데 제발 몸조심하세요. 이제 지성병원 원장선생에게 무슨 일이 꼭 생길거예요.》

조성호의 숱진 눈섭은 긴장해서 굳어졌다.

《왜, 무슨 소릴 들은게 있니?》

《원장선생 아들의 회사가 파산에 직면한것이랑, 하루에가 회사에서 해고당한것이랑 다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거예요.》

조성호는 스미에가 너무도 심각한 문제를 알고있다는것을 짐작했다. 그가 일반 폭력배들이나 대상해서는 이렇게까지 자상히 알수 없을것이다.

《그건 어디서 들은 소리니?》

스미에는 허리를 펴며 얼굴에 웃음을 지었다.

《아이참, 이 스미에가 어제날처럼 좀것들하구만 대상하는줄 아세요.》

처녀는 다시 허리를 수그리고 소곤거렸다.

《오빠만 알고있어요. 난 지금 몇주일째 주문봉사를 하고있어요.》

《주문봉사?! …》

《그래요, 늙은이인데 아직 성욕은 젊었더군요.》

《그러니 그한테서 들었다는거냐?》

《예, 내가 샤와를 하고 나오는데 누구와 전화로 그렇게 말하더군요.》

조성호는 스미에에게 그 늙은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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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한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