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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2월 6일 《통일의 메아리》
고목도 잎은 푸르다(8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량흥일 작 《고목도 잎은 푸르다》, 오늘은 여든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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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향녀가 그에게 곱게 두눈을 흘겼다.

《아이참, 당신은 고향음식만 보면 꼭 어린애라니까…》

고성길은 저가락으로 빨갛게 고추물이 든 가재미식혜를 입에 넣었다.

《음, 그거 맛이 괜찮구만. 그래, 당신이 담그었소?》

두눈에 웃음을 일렁이며 부향녀는 맛스럽게 입을 놀리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하루에가 했어요.》

고성길은 우물거리던 입을 멈추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하루에가… 그래, 언제 왔댔소?》

《어제 집에 왔다가 오늘 아침에 대학에 갔어요. 래일부터 시험이 있어서 시간을 내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고성길은 수저를 밥상우에 놓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애도 우리 나라 음식을 곧잘 하는구만. 이젠 다 컸소.》

《그래요. 그애를 안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던 때가 어제일 같은데 벌써 어엿한 대학생이 되였으니…》

지나온 길을 더듬는 부향녀의 얼굴색은 흐려지고있었다.

고성길이 안해의 무릎우에 손을 얹었다.

《또 가슴아픈 시절을 생각하느라고 하지 말구 어서 밥이나 먹기요. 참, 하루에가 그새 시험공부때문에 몹시 축갔겠는데 별식이라도 좀 해주었겠지?》

부향녀는 수저를 잡으며 곱게 눈을 할겼다.

《아이, 당신은 딸이라면 그저 오금을 못쓴다니까요.》

《그애야 남들보다 불쌍하게 자란 애가 아니요. 난 그애의 얼굴에 그늘이 비끼는것을 원치 않소.》

부향녀의 눈굽이 찌르르 저려났다.

《고마워요.》

고성길은 향녀의 표정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오래간만에 이 식혜를 먹어보니 고향생각이 절로 나는구만.》

그는 회억의 실머리를 찾듯 이마살을 쪼프렸다.

《우리 함경도에서는 이런 식혜음식을 즐겨하군 했소. 지금도 어머니가 선창가에서 물좋은 가재미와 명태들을 사다가 식혜를 담그던 모습이 선하구만. 우리 동네에선 저마끔 자기들이 담근 이 음식들을 이집저집 나누어가며 맛보이군 했지. …》

그의 눈가에는 어느새 물기가 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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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 《고목도 잎은 푸르다》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여든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