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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4월 12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54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쉰네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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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조정이 위기에 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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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년 정월 어느날, 임금은 이해의 복을 빈다는 명분으로 숭교사에 갔다오다가 갑자기 불어치는 회오리바람에 일산대가 꺾어지는 변을 당하였다.

임금은 이것이 대단히 불길한 징조라며 문밖출입을 금하고 궁성안에만 박혀있다가 숭교사 주지가 찾아와 부추기는데 넘어가 상고전 후원에서 관등회를 열었다. 그런데 이때 상고전 뒤쪽 대부(왕가가 리용하는 창고)의 기름창고에 화재가 일어 천추전을 비롯한 주변건물들까지 타버리는 참변을 당하였다.

전해오는 말로는 천추태후와 치양의 꼴을 보다못해 격분한 궁성 노비들이 작당을 하고 불을 놓았다고 하는데 어쨌든 이 화재로 하여 왕궁의 기본처소들이 재가 되고말았다.

임금은 하늘이 자기를 외면했다 한탄하던 나머지 병이 들어 자리에 눕고말았다. 아예 초탈에 빠져 음식을 들지 않았으며 병문안 오는이들도 들여놓지 않고 정무일체를 조정에 떠맡긴채 두문불출하고 나앉은것이였다.

처음에는 임금이 하도 골이 아프니 머리쉼을 하는겸 안정하느라 그러겠지 하고있던 대신관료들이 점차 긴장해지기 시작했다. 임금이 식음을 전페하고있다는 그것이 예감이 좋지 않았던것이다.

참지정사며 중추원사며 중추원 부사 채충순이며 친종장군 유방이며 중랑장들인 탁사정, 하공진 등은 궁성의 요소요소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임금의 호위에 들어갔다. 지금같은 시기에 임금을 개떡같이 알고있는 김치양이 무슨 도깨비짓을 해올는지 모르기때문이였다.

한편 김치양은 임금이 병석에 들어 반삭(보름)을 넘기고서도 일어나지 못하자 삵웃음을 지으며 무릎을 쳤다.

《태후께서 다시 섭정을 하셔야겠소.》

치양은 두눈에 피발이 돋아서 태후를 부추기고 나섰다.

《지금은 이전과 다르오. 페하의 나이가 서른이요, 서른! 아이가 아니라는 말씀이라구요.》

천추태후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룡상이 비여있으니 하는 소리가 아니요.》

《좀 더 지켜보는 수예요. 대신관료들이 또 욱 들고일어나면 어쩌겠소?》

《그건 내게 맡기오. 아예 두부모 베듯 해치우고말테니. 난 더 못참겠소.》

《해치우다니? 누구를 말이요?》

《누군 누구겠소. 날 쓴외 보듯 하는것들이지.》

《당신 지금 우리 페하를 노리는건 아니요?》

《그렇다면 어쩔셈인가?》

순간 태후의 가느다란 팔이 허공을 그었다.

찰싹- 하는 소리와 함께 치양은 볼을 싸쥐였다.

《어따대고 감히 손찌검이야!》

치양이 불그락푸르락하며 쏘아보자 태후는 한걸음 다가들었다.

《차라리 날 죽이고말지, 나를!》

태후는 활활 불이 이는 눈으로 치양을 쏘아보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 서슬에 치양은 찔끔 목을 옴츠렸다가 다시금 뽑아들었다.

《강조가 쳐들어올수 있단 말이요. 그 털부숭이가 옥좌를 타고앉을수 있다는걸 몰라?》

《그 사람은 절대로 그런짓은 안해! 아니면 내 손바닥에 장을 지져!》

가쁜숨을 몰아쉬며 손바닥을 내젓던 태후는 갑자기 흠칠하며 치양을 뜯어보다가 급기야 마구다지로 달려들었다.

《뭐, 그렇다면 어쩔셈이냐? 내 아들을 감히…》

천추태후는 치양의 턱수염을 잡고 늘어지며 요동을 쳤다.

《룡상이 탐나면 탐난다고 해! 나두… 내 아들두 다 죽이고 어서 그 더러운 욕심을 채워라! 이 짐승같은…》

《으악!…》

치양은 태후에게 볼따귀를 꼬집히고 눈알을 허비우자 기겁해서 뿌리치며 물러섰다.

《누가 아들을… 페하를 죽인다고 했어? 엥이…》

치양은 태후를 힝 하니 들어 침상에 메치고 씨근덕거리다가 휙 나가버렸다.

그 시각, 은천은 궁성 내성 안대문인 근전문을 두드리고있었다.

《누구든 들여놓지 말라는 친종장군나리의 분부시오!》

숙위군사는 막무가내로 막아나섰다.

《친종장군에게 내가 만나잔다고만 전하라. 밖에서 기다릴터이니.》

그 말에 군사는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잠시후에 유방이 반색을 하며 나왔다.

《페하께서 어떠하시오?》

은천의 물음에 유방은 금시 얼굴을 흐리며 머리를 가로저었다.

《병세가 돌아서긴 힘들것 같소.》

《그러하면…》

《다들 안절부절못하고들 있구려. 어쩌면 좋을지.》

《치양이쪽에선 무슨 기미가 안 보이오?》

《그자의 끄나불이 방금전에 대정문을 나가는걸 보았다는 보고가 있소.》

《대정문을 나갔다고? 그 작자가 궁성밖을 나갔으면… 궁성호위 외군을 찾아간게 아니요?》

《그렇게 생각되시오?》

《궁성밖을 둘러막고볼 심산일수 있지요.》

《치양의 군사가 우리 모르게 늘어나기는 했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요. 하공진의 한개 위가 있지 않소.》

《하공진의 부대가 치양의 군사를 견제할수 있다는거겠소?》

《그렇소. 나는 치양의 끄나불놈이 궁성 외군을 거쳐서 금교역(우봉고을)까지 나갈것 같아 그러오.》

《금교역이라면 …》

《우봉고을 두목이 치양의 일족이 아니요? 그 고을 향군(지방군)이 공개된 수보다 서너배는 더 많다고 들었소. 그우로 평주고을도 그 족속이 쥐고있으니 그곳 군사가 또 그만할거요.》

《그러니까 치양이 수하의 군사가 오륙천정도는 된다는 소린데…》

《그 력량으로 강조어른의 군사를 견제하려 하지 않을가 예상이 되여 그러오.》

《치양이네 작자들이 강조어른이 군사를 파할것을 예견해서 미리 막을 방책을 세울수 있다 생각되시오?》

《그렇소.》

《강조어른에겐 련락을 띄웠소?》

《곧 띄우려 하오. 페하께선 침상곁에 중추원사 최항과 중추부사 채충순이만 있게 하고 다른 대신들은 얼씬도 못하게 하시오. 그래서 겨우 채충순에게 잠간 만나자고 전갈을 띄웠는데 아직 안 나오고있소. 페하의 지시가 있어야겠기에 지금 채충순에게 부탁하려고 기회를 보고있는중이요.》

《내 생각에는 일각이 새로우니 우선 사람을 띄우고 페하의 어명은 받는 차례로 뒤따라 보내는것이 좋겠소. 강조어른에게 빨리 개경을 지원하라 청해놓고 보는 수란 말이요.》

《그게 좋겠소.》

《강조어른에게 군사를 청하는 일은 내가 맡으리다.》

《그럼 믿겠소. 페하의 어지는 인츰 받아 보내리다.》

《그리고 어련하시겠소만 대량원군을 빨리 모셔와야 하리라 생각되오.》

《그것도 페하의 어명이 있어야 하는만큼 우리가 알아서 할것이요.》

유방은 머리를 끄덕였다.

《또 한가지》 은천은 다급히 말을 이었다. 《내전안에 치양의 끄나불이 또 있을것이니 그 선을 차단해야 할것이요.》

《그 일에 한해서도 최선을 다하고있소. 내 앞서 말한 그 치양이 끄나불도 즉시 잡아 묶으려다가 그자의 뒤를 밟아서 궁성밖 치양이 부대의 군사규모와 당면한 기도를 더 알아보려고 그냥 놔두었소. 미행을 조직해놓았으니 걱정마시오.》

《그럼 난 자리를 피하겠소.》

은천은 되돌아섰다.

자기 처소로 돌아오던 은천은 근전문밖 내성 서켠둔덕에 자리잡고있는 국사당쪽에 얼핏 눈길을 주었다. 그곳에 천추전이 불타버린 후 림시로 거처를 잡고있는 천추태후가 들어있기때문이였다.

지금 천추태후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을가. 그가 치양과 무슨 작당을 하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가 임금의 상태를 봐야겠다며 침전으로 들어가자 할수도 있지 않는가. 태후는 임금의 동향을 몹시 알고싶을것이였다.

은천은 천추태후가 치양의 장단에 놀아나지 않게 이제라도 눌러놓는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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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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