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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7(2018)년 4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53)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 오늘은 쉰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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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반격하는 태후의 발길질에 거시기를 채이며 뒤로 벌렁 나자빠진 치양은 한참동안 숨이 막혀 꺽꺽거리다가 그대로 양탄자우에 퍼더버린채 허거픈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부… 불한당?! 흐흣…》

엉거주춤 일어서며 넘어진 초대를 바로세운 치양은 입을 삐쭉했다.

《속절없이 썩어가던것을 고이 품어 피워주었더니 한다는 소리 보아. 그래도 이 오래비덕에 젊은 시절 즐거이 보내고 자손까지 보게 된줄 알고나 그런 소리여? 이제 그 아들이 룡상에까지 오를 판인데!》

《개떡같다.》

발딱 일어선 태후는 음란한 춘화도가 그려진 탱화병풍을 휘장으로 획 당겨 가리워놓고 다시 침대에 올라앉아 홀짝홀짝 울기 시작했다.

《내 덕에 호사나 하면 되였지 그 잘난 종자를 룡상에까지? 흥, 망상도 분수에 닿는 망상을 했어야지.… 아, 이년이 혼이 나갔지, 나갔어!…》

《그러지 말게. 사람이 무서운게 없게 되니… 천하가 내 차지다 생각되매 그런 꿈도 꾸는거여. 어찌겠어, 이제는 쒀놓은 죽이라 쓰든달든 먹고봐야 할것이구만그래.》

치양은 풀어진 머리칼을 걷어쥐고 옹쳐매며 씨벌였다.

《보기엔 만만한것들인데 정작 손을 대볼라치면 풀쐐기 쏘듯 톡 내쏜단 말이야.》

치양이 하는 수작인즉은 조정의 관료들을 끌어당기려 했다가 거절당한것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제 족속들이나 잘 채근해요. 임금께서 하도 무던하시니 그런대로 견뎌배기는줄 알고 처신하라고.》라고 퉁을 준 태후는 《생각할수록 미안쩍기 그지없어. 이 에미 허물을 한번도 나무라지 않고 이날 이때까지 말없이 공경하는 그 애 정상을 생각하면…》라면서 다시금 눈물을 줄줄이 흘리였다.

《아, 그래서 나도 이러는것 아니여? 같은 값이면 제 동생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하자고 말이여.》

치양은 제 종자를 받은것은 생각지도 않고 태후의 몸에서 난 아들이니 임금의 동생이라고 당치 않은 억지를 써대고있었다. 치양자신이 왕가의 사둔갈래이니 영 남남은 아니라고 자부하는 측면도 은연중 작용하는것이였다.

임금의 에미인 천추태후는 대종(왕욱- 태조 왕건의 넷째아들)의 딸이니 왕가의 직계혈족이나 치양은 대종의 처4촌조카이므로 왕가의 사둔계렬이 된다. 하지만 치양은 왕가의 인척일뿐인 자기의 처지를 굉장히 큰 존재로 스스로 올려추어가지고 제 아들을 얼마든지 룡상에 올려앉힐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이였다.

마침 임금이 두 녀인을 거쳤으나 아직은 자손을 보지 못하고있는것이 치양이 이런 허황한 꿈을 꾸게 하는 좋은 계기로 되게 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 임금인 성종은 이런 경우까지 다 예견한듯 안종(태조 왕건의 다섯째아들)의 아들 왕순을 제 손으로 고이 길러(왕순의 어머니 효숙왕후 황보씨는 아들을 낳고서 인차 죽었다.) 왕송에게 넘겨주면서 이 애가 12살이 되는 해까지 아들을 낳지 못하면 이 애(왕순)를 일찌감치 태자후보로 책봉해두라고 죽기 전에 유언하고 그에게서 맹약을 받아놓았었다. 결국 왕송은 임기 일곱번째 해에 왕순을 태자로 내정함을 선포하였었다. 그런데도 치양은 감히 친계혈족의 씨를 몰아내고 인척의 씨를 앉히려고 작당하고나선것이다.

사람이 자고자대하면 과대망상에 빠지기 쉬운 경우가 바로 이들의 처사를 놓고서도 알수 있게 한다. 망상 그자체는 벌써 리성을 잃은데서 오는것이다. 리성을 잃은 망상가들의 운명은 대체로 비참한 결말을 보기십상이다.

이들의 과대망상이 기포처럼 부풀게 된데는 임금의 잘못도 없지 않다.

나이가 어리다고 할말이야 못하랴. 임금은 어미건 외숙이건 그른것은 그르다 꼬집어놓았어야 할것이나 그 일을 하지 않았었다.

임금인 왕송의 왕비인 신정왕후 류씨는 몇달 같이 살아보지도 못하고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맥없이 죽고 그다음에 침전에 불러들인 궁녀 김씨는 임금의 총애를 빗대고 교만하게 치마바람을 일구다가 온전한 신하들만 못쓰게 만들어버리고말았다.

융대라고 하는 상인인 경주사람이 빚진자들을 자기 노비로 삼았다가 궁녀 김씨에게 바쳤는데 김씨는 이 노비들을 평장사 한린경과 시랑 김락에게 주면서 자기의 후원자가 되여달라 하였다. 왕비로 책봉하도록 상주시켜달라 부탁한것이였다.

이들은 임금과 잠자리를 같이하는 궁녀가 선사하는지라 안 받겠다고 하면 실례되는것 같아 노비들을 받아두었는데 어사대에서 이 사실을 캐여내여 임금에게 보고했다.

임금은 이 사실을 보고받은 즉시 궁녀 김씨는 벌금을 내게 하고(기록에는 구리 100근을 내게 하였다고 되여있다.) 평장사 한린경과 리부시랑 김락은 귀양을 보내게 하였다. 조정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명분에서였다.

아낙의 오지랖 넓은짓에 얼떨결에 걸려들어 쓸만 한 관리 두명이 졸지에 궁성밖으로 내쳐지였다.

하지만 칠 놈은 치지 못하고 변두리를 쳐서 기둥을 놀래워보려는 얼떨떨한 처벌에 치양의 족속들이 띠끔할리 만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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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 《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쉰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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