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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7(2018)년 3월 9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37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오늘은 서른일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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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거란의 1차침공을 물리치다

8

 

기치창검을 추켜든 군사행렬이 얼어붙은 청천수를 건너 거란군진영으로 들어가고있었다.

동방의 청룡기, 서방의 백호기, 남방의 주작기, 북방의 현무기가 펄럭이는 한가운데에 중앙의 구진기, 등사기와 함께 《고려군 중군사 서희》라는 글씨가 씌여진 지휘기가 우뚝 솟구쳐 때마침 불어오는 갈바람에 기세좋게 기폭을 드날렸다.

바로 그 지휘기를 든 기마수앞에 새 갑옷을 떨쳐입은 서희가 앉아가고있었다.

합문사 장영의 보고를 받은 임금은 그 즉시 박량유와 서희를 개경으로 호출하였다. 그리고 어전회의를 열고 론의를 거듭한 끝에 서희를 화통사로 내세운것이였다.

이틀전 일이였다.

《적장은 아직 우리가 화친서신을 자기 왕에게 보낸줄을 모르고있노라. 거란조정에서 아직 우리 서신을 받지 못하였거나 서신을 받고 자기측 수장에게 화친담판을 하라고 소식을 띄웠으나 미처 닿지 않고있는것 같다. 아무랬거나 적장과의 담판은 조금도 지체할수 없는것이라 그가 마침 담판을 요구한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아니된다만 그가 문사가 아니라 무사를 요구하니 이를 맞추기가 조련치 않구나.

군 수장을 나오라 하며 정전담판을 하자 함은 필시 싸움에서 진 분풀이를 하며 시간을 끌자는 속심같은데… 혹시나 거란왕이 싸움을 계속하라 일러오면 싫든 좋든 또 붙어보려는게 분명하다.

우리는 박시중과 서희시랑이 어렵사리 마련한 이번 싸움의 승리를 허사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될지어다.

적군 수괴가 음흉하기 이를데 없는데다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어 감히 짐에게 항복하러 나오라 하였던 사실을 그대들도 알것이로되 그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분이 치밀어 진정할수 없노라.

하늘 무서운줄 모르는 되지 못한 그놈의 버릇을 고쳐주는 겸 적군을 언변으로 몰아내여 만대에 공을 세울 생각이 있는 사람은 나서라!》

임금이 이렇게 호소하였는데도 감히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어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있는 때에 불쑥 서희가 한발 나섰다.

《소신이 적군과 직접 싸운 부수장이라 장수 대 장수의 담판을 제기한 적장의 요구에 들어맞사옵고 저의 기본관직이 내의시랑이라 페하의 측근보좌벼슬로서 화통사의 직함에도 능히 어울리는것이니 제가 한번 어명을 받들가하나이다.》

《그대는 엊그제까지 전장에 부대낀 몸인데 견디여낼수 있을가?》

임금은 내심 반가와하면서도 겉으로는 반신반의하는 흉내를 내였다.

《수장급담판이라 신이 나감이 마땅하나 나이탓인지 심신이 예전같지 않사와…》

박량유가 미안한듯 보태고 나서는것을 서희는 가볍게 밀막아버렸다.

《상군사나리는 고려국의 시중이라 페하 다음가는 지체여서 격에 닿지 않소이다. 적장이 아무리 흰소리쳐도 그는 료국 동경류수로 우리로 말하면 일개 지방장관에 불과한자올시다. 그러고보면 내가 나가는것도 황송하게 여겨야 할것이오이다.》

《그대 말에도 일리가 있소. 그대는 수장급군사담판과 이 나라 임금의 전권을 가진 화통사로서의 외교담판을 겸하여 치르어야 하는 중임을 명심하고 성공하기 바란다.》

이렇게 되여 지금의 이 담판에 수석으로 나선 서희였다.

일단 담판수석이 락착되자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대신 반렬 이곳저곳에서 제나름의 훈수질이 튀여나왔다.

《이기기는 우리가 이겼는데 적장에게 찾아가는 모양새가 한수 지고 들어가는것 같은게 마음에 안 드오니 적장더러 청천수를 넘어오라 함이 어떨는지…》

《적장이 저희 왕의 어지를 받고난 뒤에 그가 다시금 통지해오기를 기다렸다 나감이 어떨는지…》

《적측에서 어떤 조건부를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니 거란왕이 우리의 서신을 받고 어떤 최종결심을 내렸는지 파악한 뒤에 그에 대한 대처안을 가지고 감이 더 좋지 않을는지…》

등등…

하지만 대신들의 그런 제의는 즉시에 무시되고말았다.

은천이 나서서 《얼핏 보면 우리가 적군영에 머리숙이고 찾아가는것으로 보일수 있으나 실은 그 반대이로소이다. 적의 군영이라는 곳이 다름아닌 우리 고려땅이라 주인이 제 집마당을 오가는셈이니 그게 낯 깎이울 일이 아니라는것이옵고 우리는 도적을 쫓는셈으로 문밖에서 일을 보아야지 도적을 문안으로 들어오라 할수는 없는것이오이다. 더우기 적을 청천수계선에서 막자 함이 당초의 목적이였고 그걸 성취한 후에 와서 청천수너머로 적 수괴를 끌어들이는것은 허용할 일이 아니오이다.

상처투성이인 적에게 바투 가서 어서 떠나라 독촉하는 의미에서도 우리가 적을 찾아감이 마땅한것이오이다.》라고 말한 뒤에 이어서 《거란왕이 우리의 서신을 받고 어떤 결심을 하는가 하는것도 우리는 크게 상관할바가 아니라 보오이다. 서신에는 거란의 이번 침공이 화친을 표방하던 종래의 립장과는 정반대의 무례한 행동이라고 단죄하였고 화친의 담보로 국교는 수립할수 있으되 우선 고려지경을 범한 군사행동을 철회하고 고려출병군 수장에게 퇴군령을 내리게 한 뒤에 그 결과를 보아가며 차후에 결심할것이라 하였은즉 거란왕이 어떻게 결심했든 우리는 승자가 패자를 대하는 고자세로 림하면 되리라 보오이다.》 하였기때문이였다.

서희는 적의 군영이 바라보이는 등성이에 이르자 행렬을 멈추고 군막을 치게 한 뒤 전령을 띄웠다. 적측에서 마중나오라 통지한것이였다.

얼마간 지체한 뒤에 전령이 저만 달랑 되돌아왔다.

그가 내여민 종이말이를 펴본즉 《회견절차를 알리건대 나 소손녕은 대국의 귀인이라 고려 수장은 나를 귀인으로 대하되 우선 말에서 내려 걸어와 뜰에서 절하고 당상에 올라서도 북남으로 방향을 잡고 그대가 남쪽에 낮추 앉도록 함이로다.》라고 씌여있었다.

서희는 별로 성을 내지 않고 빙긋이 웃고나서 몇글자 써주기를 《당하에서 절함은 신하가 임금에게 하는 인사법이요, 나와 그대는 량국의 대신격이라 그에 해당한 례법을 알아서 다시 알려오라.》 하였다.

적장은 모르는척 다시 같은 내용의 종이말이를 곱씹어 보내고 서희 역시 같은 글자를 써서 보내니 적장은 아예 영문을 닫아매고 기척을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말거나 서희 역시 군막으로 들어가 바둑을 두고앉아 태평스레 머리쉼만 하였다.

그렇게 하루밤을 보내고 다시 또 하루낮, 하루밤을 보내고나서야 사흘째되는 날 아침 적장은 하는수 없었던지 자기가 정하였던 회견방식과 절차를 취소한다 알리고 영접군사가 서희를 안내하게 하였다.

적장 소손녕이 서희의 주장에 응한것은 자기 왕으로부터 받은 추궁도 있는데다 자기 등뒤에 전개해있는 후속부대들이 밤사이에 고려군으로부터 또 한차례 급습을 받았기때문이였다. 그것만이 아니라 고려군의 대부대가 흥화진을 우회하여 압록강대안에 계속 집결하고있고 압록강하류와 닿은 서해우에 고려군 수군이 집결하고있다는 급보가 뒤따라 날아왔기때문이였다.

서희는 개경을 떠나오면서 룡당포(내미홀)와 부포(강령), 월포(은률), 진남포(남포), 철산포(철산) 등지의 수초군(고려수군관하의 해안 경비력량)들을 압록강하류와 면한 룡포(룡주)해안에 도착시키도록 하였었다. 한편으론 안북부성에 련락하여 하군사 최량으로 하여금 흥화진과 그아래 여러곳의 성들에서 기마습격대를 파하여 거란군 후속부대들을 다시한번 두들겨패게 하였다. 적장이 잔꾀를 부리지 못하게 한번 더 뒤통수를 후려친것이였다. 그리고 일부 군사를 압록강대안까지 이동시켜 10여리구간에 점점이 벌려서서 불을 피우게 하여 대부대가 전개한것처럼 보이게 했다. 정 시간을 끌면 압록강쪽에서 고려륙군이 내리몰고 서해로부터 고려수군을 올리몰아 거란군의 퇴로를 전면차단하고 싹 쓸어 격멸해버릴터이니 알아서 결심을 하라는 독촉이였다.

저희 임금으로부터 패전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추궁을 받은데다 밤사이에 등허리가 시큰하게 또 한번 얻어맞아 기가 쑥 움츠러든 소손녕으로서는 이제 퇴로까지 막히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더는 시간을 끌 배심이 없었고 앞서 겪은 전투들에서 서희의 비범함을 알고난 뒤여서 그의 담을 시험해보려던 장난질을 서둘러 그만둔것이였다. 사실 소손녕이 저희 왕으로부터 받은 서신에는 더 손실을 당하기 전에 적당히 체면유지를 해놓고 돌아오라는 내용이 찍어 밝혀있었던것이다.

소손녕은 서희를 맞아들여 그가 요구한대로 동서방향으로 나란히 마주앉았다.

총이 굵은 검붉은 수염발이 귀밑에서부터 물결쳐 흘러내린 소손녕은 척 보기에는 우직해보였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글깨나 읽어본 선비형의 모상이 배여있었다. 버릇처럼 깃털붓을 만지작거리는것이라든지 포개앉은 두다리의 꺾임새가 정바른것이라든지 적장으로보다는 동경류수라는 문인관리직에 더 들어맞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겉모양과는 달리 소손녕의 입에서는 무지한 말마디들이 튀여나왔다.

《당신네 고려는 옛 신라땅에서 건국하였고 고구려의 옛 땅은 우리 나라가 차지하였는데 어찌하여 당신들은 우리 땅을 침범하였는가? 그리고 우리와는 국경이 린접되여있으면서도 왜 바다건너 송나라와만 친교하는가? 이런 까닭으로 이번에 징벌하러 온것이니 먼저 고구려땅을 내놓겠다 약속하고 이어서 국교를 수립하면 무사할것이고…》

《그게 아니면?!》

《무사치 못할것이다.》

《하하하… 왓하하하…》

서희는 앙천대소하지 않을수 없었다.

《앞서 내가 례법을 다시 알고서 대면하라 하였거니와 당신은 력사를 다시 깨치고 와서 나와 상면하는게 좋을것 같소.》

《내가 력사를 모른다고?…》

《내 말을 똑똑히 들으라. 우리 고려는 바로 고구려의 후계자이다. 그러기에 나라이름도 고려라 부르고 고구려의 도읍이던 평양을 국도로 정한것이다. 그러니 경계를 말한다면 귀국의 동경도 우리 고려의 국토이고 그뒤로 썩 더 가서 연경 못미처 료하까지가 우리 경계로 되는것이다. 침범은 당신들이 하고서 우리 보고 침범이라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궤변인가?》

《?!…》

소손녕은 무슨 말인가 하려 했으나 당연한 력사적사실을 까밝힘에 할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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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 《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서른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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