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간 아침 7시~9시 낮 1시~3시 저녁 9시~11시 주파수안내 단파 : 6 250KHz, 5 905KHz, 3 970KHz 초단파 : 97.8MHz, 97MHz, 89.4MHz
주체 107(2018)년 2월 8일 《통일의 메아리》
조상의 땅을 지켜 ( 23 )

장편사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성환 작 《조상의 땅을 지켜》,오늘은 스물세번째시간입니다.

> <

그때 패서도 안위사로는 상공부 시랑이 임명되고 은천은 부사로 되여 례성강너머 내미홀일대를 맡았었다. 실태를 알아보러 내려간 은천에게 강조는 처음부터 삿대질이였다.

《기우제란것이 비가 안 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농사군들스스로가 하는것인데 조상전래의 그 풍속을 몰라서 조정의 령으로까지 기우제를 하라 말라 복닥소동인가 말이요. 그런것이나 생각해내는게 조정관리들소임이라면 서당훈장을 데려다 앉혀도 되겠소.》

강조는 임금은 슬쩍 피하고 조정 신하들이 무능하다며 질책을 련발했다.

하지만 은천은 강조의 진짜불만이 무엇인가를 잘 알고있었다. 지난해 중앙군 6위를 통솔하는 병부의 시랑자리를 놓고 강조가 물망에 올랐다가 미끄러진것이 속에서 내려가지 않아 그러는것을.

강조는 반갑다며 은천을 술상에 초청해놓고서도 대장쟁이 메 휘두르듯 은천을 두들겼다.

은천은 강조의 기분을 아는지라 탓하지 않고 그의 혀바닥이 두들기는대로 듣고앉았다가 《그래도 고을의 장자분께서 손수 기우제를 하면 하늘이 더 감복하야 비를 당겨내릴수도 있는것 아니요.》 라고 한마디 퉁을 주었는데 이에 반발하듯 튀여나온 강조의 욕설이 그만에 사달을 내고말았다.

《그렇게 기우제가 중한것이면 그대가 한번 여기서 해보시오. 참, 그대는 성함이 제비모양 강자에 은혜 입을 은자하고 하늘모양의 천자를 쓴다 하셨지요?》

《그래서요?》

《하늘의 은혜를 입어 높이 나는 제비이신데 하늘과 잘 통하는분이 수범을 보이시라 그 말이요.》

《좋소이다. 내가 이미 페하께서 올리시는 기우제에 참석하였던지라 페하의 기운을 빌어 내미홀에 힘을 보태드리겠소이다. 하지만 제상은 장자께서 차리셔야 하오이다.》

《좋을대로… 하지만 그대 힘이 보태여질것 같지를 않소.》

《그건 왜서요?》

《제비라는건 낮추 날아야 비가 오는 법인데 그대는 너무 높이 나는 제비라서 하는 말이요.》

강조는 은천이 시작부터 조정에 발을 들여놓은 벼슬아치인것을 내놓고 시기하고있었다. 갈그락질이 천성인 강조에게는 정말이지 약이 없었다. 친하자고 하면서도 노상 꼬집고 비틀기였다.

《어서 제상이나 차려주시오, 내 낮추 날아줄것이니.…》

은천이 그만 말씨름하고 자리를 일자는 뜻을 비치자 강조는 그냥 앉아있으라는 손시늉을 하며 퉁명스레 내쏘았다.

《그런데 말이요, 내 이미전부터 말하려 했던것인데… 그대의 함자는 음미해볼수록 무엄하단 말이요.》

《뭣이라고요?》

《은천… 하늘 천자를 함부로 쓰셨단 말이요.》

《함부로 쓰다니… 내 성함은 우리 부친께서 늘그막에 본 자식이라 하늘이 은혜를 베풀어서 내리주셨다고 감복한터에 지어준것인데…》

《거듭 말하는데 하늘 천자를 함부로 쓰셨소. 예로부터 하늘 천자는 하늘이 땅에 내려주는 임금을 점지받은이만이 쓰는 이름자란 말이요. 보시오, 우리 태조께서도 아명이 약천이라 임금이 되신다는 뜻이였는데 그대로 되지 않으셨소. 그런데 그대도 은천이니 천자가 되신다 그 뜻이 아니요?》

《말씀이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구려. 가만 듣고있자 하니까 나중엔…》

은천은 너무 놀라 기절할 지경이 되였다.

《아아, 너무 격하진 말고… 좌우지간에 그 함자가 편안치를 않소.》

강조는 우에서 내려온 놈팽이를 보기 좋게 골려준것이 그 이상 깨고소할수가 없는 모양 입귀를 벌쭉거리며 웃음을 참느라 억지 재채기를 해댔다.

하지만 아닌 말로 강조처럼 해석을 한다면 사정이 전혀 달라지는것은 사실이였다.

아닐세라 강조의 이 말이 어느새 조정으로 날아올라가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가버리고말았다.

은천은 긴장해졌다. 임금의 총애를 받는다 하면 덮어놓고 시기가 따라붙기마련인것이 조정세태가 아닌가.

다행히도 이 일은 서희의 입김으로 눅잦혀졌다. 당자가 아닌 부친이 지어준 이름이고 부친이 꼭 천자가 되기를 바라서 지은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납득한것이였다.

그러나 이 일이 있은 즉시로 은천은 이름자를 베풀 은자에 내천 자로 고쳐서 호적에 등록하고 일상 사무문서에도 그렇게 표기했다.

은천은 강조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했다. 작고한 최승로대감께서 늘쌍 강조를 경계하라 하던 말이 떠올랐던것이다. 그가 반역까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그는 남을 깔보고 헐뜯기 좋아하는편이였다. 그것이 그의 인격을 여지없이 떨어뜨리고있었다.

임금이 이번 서경순행길에 은천을 데리고온것은 은천이 혹여 그 일로 해서 주눅이 들지 않을가 걱정이 되여 왼심을 써준것일수도 있었다.

은천은 골머리 아픈 조정관리생활에 은근히 회의심이 솟구쳤다.

벼슬이란 해먹을것이 못돼, 말 한마디에, 행동거지 하나에 너무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놀음이야.

은천은 그만에 의기소침해져버렸다.

서희형님이 오래전에 말했었지. 실체를 잘 다지고 천천히 들어와도 된다고 했던가. 어린 나이때부터 조정일에 부대껴온 그로서 그도 조정관리가 얼마나 힘에 부친 일인가를 체험으로 알고있었기에 그런 말을 하였으리라.

엥이, 될대로 되여라. 적당히 량수거지하고 조용히 도사리고 사는 수다.

은천은 이렇게 생각하고말았다.

> <

지금까지 장편사화소설《조상의 땅을 지켜》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스물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