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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 106(2017)년 9월 8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 (200)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 작《동틀무렵》,오늘은 이백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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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석 아닌 목석

1

 

려수에서 떠난 서울행 급행렬차가 강경, 론산의 금강평야를 지나 계룡련봉이 가깝게 보이는 련산부근의 고원지대로 헐떡거리며 달리기 시작했을 때는 차창밖이 벌써 어두워지고있었다.

3등객실 한쪽구석에 앉아 담배를 피워물고 계룡련봉을 내다보며 깊은 명상에 잠겼던 찬수는 다시 눈을 지그시 감았다.

고향마을에서 젊은 의사 리준호와 작별한 그날 밤의 일이 눈앞에 다시 토막토막 련상되였고 그 이튿날 죽촌리가 그를 잡으려고 들이닥친 경찰대로 하여 삼엄한 분위기속에 휩싸이던 일이 눈앞에 얼른거리였다.

그는 5촌의 집으로 옮겨가 안방에 박혀 며칠동안 치료를 받는통에 다행히 경찰에게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홍인제로부터 신변이 위험하니 마을을 속히 떠나라는 간곡한 권고를 받고 드디여 떠나오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던것이다.

찬수는 마을을 떠나오기 바로 전날 밤 사랑방에 나가 농민들을 격려해주고 앞으로 반드시 미국놈이 물러가고 조국의 평화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굳센 신념을 북돋아주었으며 그날을 앞당기기 위하여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는것을 강조해주었다.

그가 고향마을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송림리, 용바위 등 여러 마을에서 절량농민들이 참다못해 일으킨 시위는 결국 경찰의 탄압으로 말미암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일반 농민들속에서 미제와 리승만을 반대하는 감정은 더욱더 고조에 달하고있다는것과 이 땅에서 빈궁과 기아와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하루바삐 조국의 평화적통일이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각성이 날로 높아간다는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던것이다.

찬수는 이번에 고향마을에서 시위를 일으킨 농민들을 자기 그림의 모델로 속사할수 있었던것이 몹시 기뻤고 또 큰 수확이였다고 생각되였다.

그는 서울에 올라오면 먼저 지용세를 찾아서 다시 하숙을 구하고 그전 하숙에 맡겨두었던 짐을 옮겨다놓은 다음 이번에 속사한 고향마을의 농민군상들을 대형화판에 옮겨 그리려 하였다.

그는 어느덧 담배꽁초를 밟아끄고 지팽이를 짚고 일어섰다.

고향마을을 떠나오면서 주막거리에서 리발은 했지만 입은 양복은 초라했고 쌍지팽이를 짚은 꼴이 보기에 매우 딱하였다.

찬수는 겨우 사람들의 틈을 헤치고 식당차칸을 찾아갔다.

고향을 떠나올 때 5촌이 려비로 쓰라고 자기 양복주머니속에 돈을 넣어주었던것이였다.

식당차안에는 빈자리가 별로 없었다. 그는 엉거주춤하고 한참 서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그는 빈자리를 발견하고 찾아가 앉았다.

바로 이때 찬수가 앉은 정면쪽 문이 열리며 1~2등실 객차에 탄 손님 두세명이 들어왔다.

찬수는 무심히 그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치다가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호화스러운 양장을 한 미라가 그중에 끼워있었기때문이였다.

찬수는 못 본체 하고 시선을 피하려 하였으나 어느 틈에 미라는 찬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있었다.

미라는 동행이 없었던지 다른 사람들과 한좌석에 앉지 않고 곧바로 찬수가 앉은 좌석으로 향해 걸어왔다. 찬수의 맞은편 자리는 마침 비여있었다.

미라는 찬수와 마주앉으며 《아이유, 남평선생 아니십니까?》 하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였다.

찬수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악수는 했으나 기분은 몹시 불쾌하였다.

《그동안 어디 계셨습니까? 병원에 가보니까 퇴원을 하셨다구 해서 퍽 미안하게 생각했어요.》

미라는 찬수의 표정을 살피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정말 남선생님께 너무도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후 퇴원하실 때까지 가서 뵙지 못한데는 적지 않은 사정이 있었어요. 결국 그것이 다 스틸맨때문이였다는것을 아셔야 해요.》

미라의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피여올랐으나 그것이 찬수의 감정을 흔들지는 못했다.

《뭐, 난 지금 와서 그런것 알려구 생각지는 않습니다.》

찬수는 서글프게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런데 상처는 좀 어떠세요?》

《네, 때가 되면 낫겠지요.》

《모두 내게 책임이 있습니다.》

《…》

《사실은 그동안 선생님이 어디로 옮겨가셨나 무척 찾았습니다. 나는 병원측에 강경히 항의했습니다. 내가 보낸 환잔데 어째서 내 말없이 퇴원을 시켰느냐구…》

미라가 혼자서 열심히 재잘거리고있는 동안 접대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양정식 두명분.》

미라가 먼저 말했다.

《아니요, 나는 조선정식을 주시오.》

찬수는 미라의 주문을 취소했다. 그가 내는 서양음식을 얻어먹기가 기분상 불쾌했기때문이였다.

《그뒤 나는 남선생님이 그날 병원에서 내게 하신 충고를 결코 잊지 않고있습니다.》

미라는 이 순간 심각한 표정으로 찬수를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 그대로 실행하실수 있습니까?》

찬수는 정색을 하고 태연하게 물었다.

《할수 있습니다. 하지 못할 리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미라는 자신있게 말하며 방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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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이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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