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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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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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4월 29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34)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백서른네번째시간입니다.

 

 

7

 

그들은 별장을 나와 다시 차에 몸을 실었다.

차는 천천히 비탈길로 미끄러졌다.

소나무사이로 뾰주름히 보이는 펑퍼짐한 골짜기 외딴집쪽을 향하여 좁은 길이 한가닥 휘여져 돌아간것이 찬수의 시선을 류달리 끌었다.

바로 그 외딴집에 영옥이가 피신하고있건만 찬수는 그것을 알리 없었다.

여기저기 소나무사이에서 어린아이들과 수건쓴 아낙네들이 갈퀴로 락엽을 긁고있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어느 지점에선가 거리는 그렇게 가깝지 않았으나 차안에서도 넉넉히 보일만 한 거리에서 어떤 솔밭사이로 수건을 푹 눌러쓰고 몸에 잘 맞지 않는 다 해진 치마저고리를 입은 녀인 하나가 솔가리를 긁다가 슬그머니 얼굴을 돌리며 돌아서는것이 눈에 띄였다.

그러나 찬수는 그저 무심코 그 녀인에게서 시선을 돌리고말았다.

그 녀인이 바로 영옥이였건만 찬수는 그것을 알리 없었고 차에 찬수가 탔건만 영옥이 또한 그것을 알리 없었다.

차는 어느덧 산모퉁이를 돌고있었다.

눈을 지그시 감고 좌석등받이에 몸을 기대인 찬수는 오늘 이 별장이 있는 산골에서 판이한 두개의 세계를 발견하였다고 느껴졌다.

부화한 미국식생활양식에 젖어 용모와 음성까지 조선녀성과 같지 않을뿐아니라 색정적인 농화장에 사치스러운 달린옷을 입고 꾀꼬리처럼 노래만 하는 박춘식의 딸 미라의 세계와 그 반대로 몸에도 맞지 않는 다 해진 옷을 입고 땔나무를 긁는 소박한 촌녀인의 세계! 그것은 확실히 찬수의 눈에 판이한 두개의 세계로 보였던것이였다.

차가 평지로 내려설무렵 찬수는 감았던 눈을 스르르 떴다.

맨발을 벗은 녀인들, 살이 꾸역꾸역 나오는 다 해진 홑옷을 입은 어린아이들이 솔가리나무동을 이고 지고 가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박박 긁어가고 뜯어간 밭두덩과 논두둑에서 손을 홀홀 불며 갈퀴질을 하고있는 어린아이들을 보았을 때, 누런 시래기를 보퉁이에 싸서 머리에 이고 짝짝이 고무신을 끌면서 어린아이를 업고 지나가는 녀인들을 보았을 때 찬수의 기분은 오늘따라 더한층 우울해졌다.

마을앞 동회 정문앞으로 차가 지나칠 때 여러 어린아이들과 녀인들이 솔가리나무단을 표독스럽게 생긴 산림경찰에게 빼앗기고 우는 꼴을 본 찬수는 분격이 치솟아올라와 견딜수가 없었다.

차는 어느덧 미아리고개를 달리고있었다.

미아리고개에는 더 많은 궤짝집과 움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너무나 말쑥하게도 땔나무가 한개비도 보이지 않는 부엌들이 들여다보였다.

누데기도 없어서 포대쪽으로 허리를 두른 녀자들이 궤짝집으로 들랑거리고있었다.

찬수는 선뜻 며칠전 자기가 형무소에서 차동무에게 부탁받은것을 전하려고 김만국을 찾아 문화동에 갔을 때 그곳 역시 이곳이나 마찬가지로 빈민굴이였던것이 머리속에 떠올랐다.

차는 어느 틈에 시가지로 들어와 달리였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서른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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