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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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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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4월 27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3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백서른세번째시간입니다.

 

찬수는 어쩔수없이 이 별장벽화를 그리는데 자기가 빠져서는 안될 형편에 처해있다는것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과연 자기의 예술가적량심을 꺾고 다만 미술장치사의 립장을 세워주기 위하여 그들이 요구하는 그림 아닌 그림을 그려주어야 옳을가 다시한번 생각해보았다.

《뭘 그렇게 깊이들 생각합니까? 말 좀 하십시오!》

미라는 또 찬수의 얼굴을 훑으며 미소를 띠였다.

이윽고 찬수는 무게있는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별장벽화가 춘화도나 라체화나 종교선전화로 되여서는 안될줄 압니다. 이 별장건물은 지금만 있을것이 아니라 앞으로 수십년뒤 후대에 이르기까지 남아있을것이 아닙니까? 그렇기때문에 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립장에서 벽화를 그리되 후대들에게서 욕을 먹지 않을 예술적향기가 짙은 그림을 그려야 할줄 압니다.》

찬수는 이렇게 말하며 미라의 얼굴을 비로소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이 순간 미라는 얼굴빛이 갑자기 달라지더니 이윽고 《그럼, 결국 우리아버지가 요구하는 그림이나 내가 요구하는 그림은 그리지 못하겠단 말씀입니까?》 하고 꼬집어 묻는다.

지용세는 찬수의 대답이 혹시 위험하게 나올가봐 념려되여 《아닙니다.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 결국 벽화를 더 예술적으로 가치높게 그리기 위해서 한 말씀입니다.》 하고 변명 비슷하게 말하면서 미라의 기분을 살피였다.

《어쨌든 미국손님들의 비위에 맞게 잘 그려주셔야 합니다.》

《네, 그건 념려마십시오.》

지용세는 선선히 대답했다. 그는 벽화주문을 못 맡을가봐 은근히 걱정되였으나 미라의 태도에 일변 안심이 되자 마음이 흐뭇해졌다.

《그럼, 아주 오늘 계약하고 착수금을 좀 드릴가요?》

미라는 지용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어느덧 또 찬수에게로 시선을 옮기였다.

어딘지 모르게 찬수의 얼굴엔 미라의 시선을 끄는 그 어떤 매력이 있는 모양이였다.

무겁게 다문 입, 빛나는 두눈, 알맞은 몸집과 체격에 곁에 앉은 윤산이보다는 훨씬 미술가다운 기풍이 넘치고있었기때문이다.

《자, 그럼 잠간만 앉아계세요.》

미라는 응접실을 나갔다가 조금후 다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명함이 한장 들려있었다.

《내 명함을 가지고 한국산업사에 가셔서 우선 먼저 이 정도만 받으세요.》

미라는 지용세에게 명함을 내주었다.

명함 뒤면에는 《현금 10만환을 오늘 미술장치사에 벽화착수금으로 지불하시오.》라고 씌여있고 미라의 수표가 또렷이 눈에 띄였다.

이때 윤산은 옆눈으로 명함을 힐끔 보았으나 찬수는 별로 볼 생각도 없이 담배만 피우고 앉아있었다.

《그런데 참, 두분은 누구누구십니까? 성함을 알아둡시다.》

미라는 찬수와 윤산을 바라보았다.

《네, 난 윤산이라 합니다.》

윤산이가 씽긋이 웃으며 먼저 말했다.

《남평입니다.》

찬수는 시치미를 뚝 따고 또렷이 말했다. 그 어조는 너무도 애교가 없고 무뚝뚝했다.

《아이유, 어쩌면 두분이 다 두자 성명입니까? 호호호… 남평, 윤산! 과연 예술가다운 성함들이군요.》

미라는 간드러지게 한바탕 웃으며 찬수와 윤산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찬수는 속으로 괴로운 웃음이 북받쳐올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이윽고 찬수는 더 앉아있을 필요가 없었으므로 지용세에게 눈짓을 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서른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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