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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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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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4월 17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28)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백스물여덟번째시간입니다.

 

4

 

종로네거리 종각뒤에서 동쪽으로 뚫린 좁은 골목길에 캬바레, , 선술집, 오뎅집, 내외주점, 랭면집, 다방, 복덕방, 전당포, 관상쟁이 간판들이 처마를 잇대여있는 풍경은 대낮부터 가히 볼만 한바가 없지 않았다.

벌써 낮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지나가는 고리대금업자며 미군놈에게 이끌려 어디로엔가 따라가는 매춘부며 행인들의 우아래를 훑으며 바싹 붙어 따라가고 지나치는 소매치기며 아무에게나 찍자를 부리며 싸움하려 대드는 깡패, 부랑자, 사기군, 브로카(협잡을 기본으로 하는 장사군), 뚜쟁이들이 좁은 골목길을 오락가락하며 번잡스럽게 했다.

캬바레와 빠의 쓰레기통을 둘러싸고 어린 거지들이 울며 때리며 차며 싸움들을 한다.

그들은 서로 먼저 쓰레기통을 뒤적거려 귤껍질과 과일껍질을 골라 내려다가 싸움이 벌어진것이다.

큰 거지 한 녀석이 깡통을 들고 어디서 나타나더니 어린 거지들이 뒤적거려 찾아낸 귤껍질을 가로채여 덤벅덤벅 베여먹으며 슬금슬금 종각쪽으로 사라져버리는가 하면 해빛이 비치는 양지받이에는 머리가 어깨를 덮은 아편쟁이들이 펄썩 주저앉아서 옷자락을 뒤적거리며 이를 잡아죽이고있었다.

어떤 행인이 담배꽁초를 내버리고 지나가자 이를 잡던 그들은 서로 그것을 주어 빨으려고 뛰여간다.

먼저 주은자는 큰 승리나 한듯이 뻐끔뻐끔 빨아 연기를 삼키며 빙긋이 웃고는 제자리에 와앉는다.

아편쟁이들은 양지가 사라지자 다시 양지쪽을 찾아서 그옆으로 옮겨갔다.

려관거리로 통한 길모퉁이에 오색유리창을 끼운 캬바레 《하와이》가 있고 그곁으로는 처마를 나란히 하고 《현대미술장치사》란 간판이 붙은 2층목조건물이 눈에 띄였다.

이 건물 아래층은 문이 활짝 열렸고 마치 누구 집 차고나 비슷하게 넓은 세멘트바닥에는 채색과 뼁끼방울들이 떨어져 너저분했고 한쪽벽밑에는 채색그릇이며 뼁끼통들이 쭉 놓여있으며 또 한쪽벽밑에는 큰 간판들이며 화판들이 여러개 비스듬히 기대여져있었다.

리봉을 떼여버린 쪼골쪼골한 검정색중절모를 쓰고 뼁끼묻은 가죽잠바를 입은 30살가량 된 화공 하나가 길게 길러넘긴 머리에 검정실로 짠 그물모자를 쓰고 검정샤쯔에 파이프(물주리)를 문 화공 하나와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각각 무슨 그림인지 화판을 세워놓고 붓을 움직이고있었다.

가죽잠바를 입은 화공은 최강이였고 검정샤쯔를 입은 화공은 윤산이였다.

《여보게 윤군!

가죽잠바가 검정샤쯔를 불렀다.

《왜 그래?

《그런데 새로 들어온 그 사람 말야! 어쩐지 좀 이상하지 않아?

《왜? 뭐가?

검정샤쯔가 궁금한듯이 되물었다.

《자기 성명두 똑똑히 말하지 않고 좀 거만하단 말야!

《그야 우리보다 실력이 있어 그런게지!

《아무리 실력이 있으면 뭘 해! 제나 내나 이런데 온 이상 무슨 화가로 행세하려구? 하하하…》

최강이가 너털웃음을 웃어제끼였다.

《좌우간 실력은 있어! 올라가보게. 그 사람은 그러니 소위 팔방미인이지. 동양화두 잘 그리더군! 8.15전에 일본서 입선된 사람이니 그만한 실력이 있겠지… 역시 예술이란 년조를 무시할수 없어!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이런 상업미술방면으로 들어왔어? 예술가로서는 제나 나나 몰락이야!

최강이가 중얼거렸다.

《어쨌든 우리 사로 봐서는 잘됐어. 단 한사람이라도 실력이 뛰여나야지, 어중이떠중이 엉터리들만 모아다두면 뭘 해!

윤산이가 말했다.

《그러나 그 사람 멋도 모르고 이런데 들어왔지! 결국은 간판쟁이밖에 될게 없는데… 왜 그 사람 학교에라두 취직하지 않고 이런데 온담! 허기야 학교에 취직하는것이 그리 쉬운것 아니지만…》

최강이가 또 중얼거렸다.

《말말게. 학교이야긴… 미술교원노릇 하기두 여간 어려운게 아니야. 대구에서 온 내 친구 하나는 마리야녀학교에 취직했다가 단박 학생들의 배척을 받지 않았느냐 말야.

윤산이가 말하자 최강이가 뒤를 이어 《아니, 저 사람두 그런 사람이나 아닌가? 어느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척을 받고 쫓겨나온…》 하고 의심스럽게 말했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스물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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