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2(2023)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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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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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4월 15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27)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백스물일곱번째시간입니다.

 

찬수는 지선생의 그러한 경력을 어느 정도 알고있었다.

《자네나 나나 량심적으로 살아가세. 원쑤놈들을 당장 몰아내지야 못할망정 정신이야 똑바루 가지구 그놈들에게 꺾이지 말아야지. 다 이제 때가 있느니…》

지선생은 의미깊은 어조로 찬수를 격려해주었다.

《어쨌든 자네나 나나 우선 살아야 하네. 자네 같은 화가로서는 좀 창피할는지 모르나 공장에 들어가 로동하는셈 치고 미술장치사 같은데라두 들어가서 생활문제를 해결해야지 않겠나?》

지선생은 간곡한 어조로 찬수에게 말했다.

찬수는 미술장치사에 대해 모르지는 않았다.

미술장치사는 일부 몰락한 미술가 또는 간판화공들이 한데 모여 실내장치, 벽화, 간판화, 광고문도안, 초상화, 무대장치, 상품진렬장장식 등등… 기타 각 종목에 걸쳐 고객들의 주문에 응하여 영업을 하는 상업미술기관이였다.

찬수는 마리야녀학교에 취직하기 전 취직난으로 고생할 때에 어쩔수없이 간판쟁이, 자수도본쟁이노릇을 해서 생활비를 겨우 벌어쓴 일이 있었다.

이때 찬수는 자기가 상업미술에 발을 들여놓게 된것이 미술가로서 일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한 그 지향과는 어긋나는것만 같았기때문에 몹시 괴로웠고 불만족스러웠다.

그는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 교원노릇이라도 하는편이 자기의 지향을 살리는 길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지선생을 찾아가 마리야녀학교의 취직소개장을 받았던것이였다.

지금 찬수에게는 그때 이상으로 더 절박한것이 취직문제인것이다.

찬수는 형무소안에서도 여러가지로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그는 일정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비록 출옥은 했으나 5년간 《집행유예》라는 멍에가 씌워지고 《빨갱이》니, 《반미분자》니 하는 딱지가 붙은 자기인것만큼 상대방이 마음놓고 채용할 곳은 없을것이고 더구나 기다리고있었다는듯이 반가이 맞아줄 곳은 한군데도 없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지선생의 권고대로 미술장치사 같은 상업미술기관에 취직을 한다면 그것은 지선생의 말과 같이 한개 로동자로 일품을 팔러 가는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되였다.

《별수없습니다, 홍선생! 이젠 놈들에게 요시찰인이 됐으니깐 화가로서 취직할 곳은 그곳뿐입니다.》

지금까지 잠자코 앉아서 침묵을 지키던 송동무도 이렇게 권했다. 그리고 다시 말을 계속하였다.

《그리구 홍선생! 이 집에서 하숙을 얼른 옮기셔야 합니다. <집행유예>란것은 언제 또 놈들이 덤벼들어 체포해갈는지 모르는거니까요. …》

송동무는 찬수에게 은근히 주의를 주었다.

《암, 시급히 래일이라두 시내로 옮겨야 하네.》

지선생도 그 의견에 찬성해나섰다.

찬수는 송동무가 자기보다 나이는 어린 사람이지만 이미 놈들과의 투쟁에서 단련되여 요령을 잘 아는것처럼 느껴졌다. 그를 이번에 알게 된것이 은근히 기뻤고 또 외로운 자기에게 앞으로 큰 힘이 될것만 같기도 했다.

더구나 자기에 대한 지선생의 모든 친절이 보통 있을수 없는 사제간의 의리와 정이라고 느끼여지면서 지나간 어린시절 지선생에게 배울 때의 일이 불현듯 회상되였다.

바로 자기가 고향마을에서 소학교를 졸업할무렵이였다. 그때 담임선생인 지선생은 자기를 사무실로 불러다가 이런 말을 하였다.

《찬수, 너 앞으로 미술가가 되겠다고 했지? 꼭 돼야 한다. 네가 중학에 시험쳐서 입학이 되더래도 너의 집이 가난해서 학비를 계속 당하지 못하여 혹시 중도퇴학을 하게 될 일이 있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때가 있더래두 너는 네 장래를 비관해서는 안돼. 네가 한번 결심한것을 위해서 너는 고학을 해서라두 미술가가 되여야 한다. 나는 네가 훌륭한 미술가가 될 때까지 너를 잊지 않을것이다. …》

지선생은 그때 자기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격려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었던것이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스물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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