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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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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3월 30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19)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백열아홉번째시간입니다.

 

영옥은 혹시 이 할머니도 오다가 자기 어머니처럼 미국놈의 찦차에 치였거나 순옥이 어머니처럼 미군놈의 총에 맞아 쓰러진것이나 아닌가? 집에 불쑥 들어갔다가 혹시 강태근이놈을 만나 끌려가 취조를 받는것이나 아닌가? 생각할수록 불안스럽고 마음이 뒤숭숭해져서 견딜수가 없었다.

더구나 오늘 이 집 할머니가 집에서 쌀을 받아오지 못한다면 래일 아침부터는 이 집 식구와 함께 밀기울죽을 먹는수밖에 별도리없다고 생각하니 너무도 처량해진 자기 신세가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령감은 물끄러미 사립문밖을 내다보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아가씨, 얼른 집뒤로 돌아가 숨우.》 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영옥을 바라보았다.

영옥은 정신이 아찔해지며 갑자기 온몸이 떨리고 무슨 불길한 일이 자기 신변에 또 닥친것만 같아 허둥지둥 뒤란으로 들어가 솔가리나무동뒤에 숨었다.

《여보, 첨지 있소?》

어떤 사나이의 굵은 목소리가 들리였다.

《네, 누구요?》

《나요. 그런데 왜 세금을 안 내우? 세금을 안 내려거든 이 산골에 살지 말란 말이요!》

표독스런 목소리였다.

《글쎄, 누가 내기 싫어서 안 냅니까? 우선 사흘에 죽 한그릇 얻어먹기도 힘든데 뭘루 세금을 냅니까? 그저 제발 면제해주시구려!》

《뭐? 면제? 국민이면 세금을 내야지! 국민의 의무가 뭔지 알아? 첫째 세금내는거고, 둘째 징병나가는거구, 셋째 부역나가는거란 말야! 알았어? 첨지!》

《네, 그건 잘 압니다. 그 세가지중 두가지는 했습니다.》

《뭐? 두가질 뭘 해? 허긴…》

《아들놈이 벌써 5년전에 국군에 나갔고 또 오늘도 부역나가 했습니다.》

《그럼 왜 세금을 안 내? 솔가루 긁어다가 팔아서 뭘 해? 응? 동회비두 벌써 두달치나 밀렸단 말야!》

그놈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칠고 딱딱했다.

《글쎄, 이렇게 쫓기고쫓겨 산골짜기에 와서 움막을 치고 겨우 죽지 못해 사는 이 늙은 놈에게 무슨 세금이니 동회비니를 받으려고 하십니까? 그저 나리, 면제해줍쇼.》

령감이 사정을 했으나 그놈은 《그 쓸데없는 소리말구 래일안으로 당장 해다 바쳐! 만일 안해오면 이 산골에서 살지 못해! 여긴 〈대한민국〉이 아닌줄 알았어? 산골에 산다구 세금 안 내게…》 하고 톡 쏘아붙였다.

《아니, 나리! 누가 그래서 안 낸답니까? 정말 헐수, 헐수없이 살아가는 이 늙은 놈에게 글쎄…》

《잔말말구 래일 아침 당장 내란 말야. 솔가루나무는 몇동이나 해다놨어? 응? 나무도 해서는 안되는거야! 누가 이 별장지대에서 나무하랬느냐 말야! 어디 얼마나 해다놨어? 뒤란에 있지?》

영옥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암만해두 그놈이 뒤란으로 돌아와 솔가리나무동을 세여볼것만 같았다.

영옥은 얼른 어디로 다시 피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무동뒤에서 뛰여나왔다.

아니나다를가 그놈이 뒤란으로 돌아오는지 서쪽굴뚝모퉁이에서 발자국소리가 가까이 들려왔다.

영옥은 별안간 어디로 피했으면 좋을지 몰라 당황하였다.

그러나 어물어물하다가는 그놈에게 발견될것만 같아 얼른 반대방향의 부엌뒤 모퉁이로 돌아가 동정을 살피였다.

그놈은 영옥이가 숨어있던 솔가리나무동곁으로 다가와서 《음, 이거 두동이나 있구먼! 첨지, 이 두동 우리 집으로 져내려와!》 하고 령감에게 호령했다.

《글쎄 이번만은 안되겠쇠다. 한동은 팔아서 동회비 내고 한동은 팔아서 밀기울이라도 사다 죽이라두 끓여먹어야 하잖겠습니까?》

령감이 난색을 보이자 그놈은 고함을 꽥 지르며 말했다.

《아, 누가 첨지네 나무 거저 땐댔어? 돈을 줄테란 말야!》

《돈이요? 힝! 언제 동회나리들이 내 나무 갖다 때구 돈주었습니까? 내 인차 한동 해다드리리다. 어서 내려갑쇼.》

《그런 소리말구 래일 아침 꼭 져내려와! 기다릴테니, 만일 안 내려오면 또 올라올테니깐! 알았어? 첨지!》

그놈은 재차 이렇게 강요하고나서 마당쪽으로 나가버렸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열아홉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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