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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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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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6(2017)년 3월 26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17)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백열일곱번째시간입니다.

 

4~5살가량 된 어린 처녀아이가 방에서 갑자기 울며불며 뛰여나왔다. 금방 자다 깨여난 얼굴이였다.

《얘 순옥아, 울지 마! 응? 할머니 이제 곧 오신다, 응?》

영옥이가 달래였으나 처녀아이는 그대로 울기만 했다.

《내, 밥 해줄가? 배가 고파 우니? 응? 할머니가 너 줄 사탕 많이 사온댔어!》

영옥은 부리나케 손을 씻고 쌀을 내다가 밥을 안치였다. 그리고는 자기가 긁어온 락엽으로 불을 지폈다.

어린 처녀아이는 여전히 울고만 있었다.

영옥은 우는 아이를 덥석 안아다가 아궁이앞에 앉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지 말라고 또 달래였다.

이때 마당에 머리가 허옇게 센 령감이 나타났다.

그는 어깨에 메고 들어온 괭이를 헛간에다 내동댕이치고나서 부엌으로 들어왔다.

《아니 아가씨, 왜 방안에 가만히 있으래두 나와서 일하우, 응? 아무리 우리 집이 산골짜기 외딴집이지만 꼬리가 길면 밟히기가 쉽다고 자연 밖에 나와 일하면 남의 눈에 띄기가 쉽대두 그래.》

령감은 걱정스럽게 말하며 아궁이에서 담배불을 붙이였다.

《원, 땔나무까지 해왔소? 이젠 우리 집 살림살이까지 해주누만… 허허허.》

령감은 껄껄 웃으며 담배를 빨았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태까지 부역을 하셨어요?》

《어떡하오. 달구 치면 맞지 별수 있소? 힝! 별장인지 놀이턴지 지었으면 저희나 좋지 우리네헌테 무슨 상관이야? 이 겨울날 마을사람들을 강제로 불러내여 길을 닦이니…》

령감은 몹시 분한 표정을 하면서 구시렁거렸다.

그는 빨던 담배대를 쑥 뽑아들고는 《그 권세쓰는 놈들 보기 싫어 산골짜기로 와 살라니깐 흥, 뚱딴지같은 놈의 별장은 왜 지어가지구 만만한 백성들만 고생시키느냐 말야… 애당초에 깊숙이 두메로나 들어갈걸…》 하고 한탄조로 말하였다.

벌써 해는 산을 넘어 산그늘이 갑자기 골짜기를 뒤덮었다. 음산한 저녁바람이 나무가지를 흔들며 쏴 하고 지나치군 했다.

《아, 그런데 이 늙은이가 대체 어찌된 셈판이야? 중한 심부름을 가면 빨랑빨랑 와야지 또 주책없이 수다를 떠느라고 이렇게 늦지…》

령감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사립문밖을 내다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오는 사람이 없었던지 그는 마당에 널린 락엽과 삭정이를 거둬 부엌으로 들이였다.

《순옥아, 너 이젠 방에 들어가있어라. 얼굴보니깐 많이 울었구나. 에미, 애비없이 크는 년이 청승맞게 울기만 하면 어떡해, 응?》

령감은 어린 처녀아이를 방으로 들여보냈다.

《그런데 할아버지, 순옥이 아버지는 편지두 없어요?》

《편지가 다 뭐요. 정전되던 해 강제징병으로 끌려간 놈이 벌써 5년째 소식이 없으니 그 자식이 죽은 자식이지 살았겠소? 혹시 남들처럼 북에라도 갔으면 오죽 좋으련만… 그런 주변머리두 못되니 만일 죽었으면 개죽음이지 뭐야…》

령감은 지나간 일이 회상되는지 한숨을 후우 내쉬였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제 형놈은 똑똑했소. 인민군대가 서울을 해방시켰을 때 미군놈들을 몰아내겠다고 떳떳하게 의용군으로 나갔소. 그놈은 정녕 살았을게요. 암, 살아있구말구… 가끔 그 자식이 꿈에 뵈거던… 인민군대복장을 하고 아버지 하고 부르면서 사립문밖에 선연하게 나타난단 말야…》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백열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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