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문예물/ 동영상/ 사진/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11(2022)년 9월 13일 《통일의 메아리》
선택(4)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영남 작 《선택》, 오늘은 네번째시간입니다.

> <

...

바로 그 시각 철준은 혹시나 하는 한가닥 미련을 안고 자재창고로 내려갔다. 항상 알뜰하게 기름기가 돌던 창고안은 주인이 없어 그런지 별스레 어수선해보인다. 한동안 이곳저곳 살피며 창고안을 돌아보던 철준은 구석에 되는대로 쌓아놓은 기계부분품들앞에서 시선을 멈추었다. 그것은 이번 큰물때 피해를 입은 발전설비들이였다.

아픈 마음으로 겨우 피해를 면한 설비들을 어루쓸던 철준은 문득 그속에서 웬 종이뭉치같은것을 발견하였다.

기계기름에 얼룩지고 꼬깃꼬깃 구겨진 그것을 펼쳐드니 《사고, 사랑, 량심, 선택?》 앞뒤를 대중할수 없는 이런 글들이 씌여져있었다.

종이의 여기저기에 물방울에 젖어 부풀어난 흔적이 있었다. 분명 향미의 눈물자욱이리라. 눈물속에 자기의 심리적고충을 쓰고 또 썼을것이다. 나중에는 모든것을 체념하고 괴롭고 고달픈 고민의 그 흔적들을 와락 구겨버리고는 그길로 어디론가 떠나가버렸을것이다.

말 못할 처녀의 고충과 몸부림이 금시 눈앞에 보이는듯싶었다.

드디여 철준의 머리속에 여직껏 희미한 륜곽으로만 어룽거리던 모든것이 차츰 뚜렷한 표상으로 안겨오기 시작했다.

철준은 향미를 찾아떠났다.

ㅎ전기용품공장에서 철준을 만난 향미는 일순 당황해졌다.

그새 처녀는 몰라보게 핼쑥해졌다. 살을 깎으며 고민에 시달린 향미의 모습이 아프게 가슴을 허비였으나 일부러 목소리를 높였다.

《얼마 멀리 가진 못했구만. 고작 백리길을 추적했으니 말이요.》

철준은 주저없이 품속에서 구겨진 종이장을 꺼내 내밀었다.

《선택》이라는 낯익은 글자가 향미의 눈앞으로 육박해간다. 처녀는 전률하듯 몸을 떨었다.

뚫어질듯 들여다보다가 그만에야 눈길을 떨군다.

《저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하고 향미는 그만에야 울기 시작했다.

제길, 이런 마음여린 울보를 누가 《활촉》이라고 했담.

《광산사람들 누구나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명철동무를 전… 그래요, 폭우는 언제만이 아니라 제 마음까지 허물어버렸어요. 마음속으로 수십번 이렇게 묻기도 했답니다. 내가 사실을 까밝히면 사람들은 공정과 원칙을 운운하면서 제 애인까지 고발한 녀자라고 비웃을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질까지 할것이다. 과연 내가 사경에 처한 명철동무를 그렇게 치욕의 나락으로 모질게 떠밀어야 한단말인가. 홀로 속인들 얼마나 썩이고 울기는 또 얼마나 울었는지.… 그렇게 힘들게 당비서동질 찾아갔으나…》

아, 그제야 생각났다.

당비서방앞에서 서성거리던 향미의 모습!

그러니 처녀는 그렇게 힘들게 내린 결심마저 사고에 대한 료해사업이 있다는 전화내용을 듣고는 끝내 실행하지 못한것이였다. 량심과 애정사이에서 모질게 싸웠으나 더는 자기를 이겨낼수 없어 허둥지둥 이곳으로 떠나왔을 향미였다.

불쑥 철준은 자신에게 이렇게 묻고싶어졌다.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우정과 량심이라는 두 징검돌사이에서 철준은 선뜻 발을 내짚을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향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철준의 심장을 세차게 울려준다.

《전 오늘에 와서야 비로소 깨달았어요. 선택은… 량심을 떠난 선택은 자기기만에 불과하다는걸 말이예요. 용서하세요.》

향미는 여전히 울고있었다. 부지중 깨달았다.

아, 녀성의 눈물이란 얼마나 아름다운것인가. 생활에서 불가사의하게 있게 되는 아픔과 괴로움, 슬픔의 마디마디를 그것으로 씻고 그것으로 강해지기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운것이다.

그런 눈물앞에 철준은 할말이 없었다.

떠나오는 길에 철준은 내내 괴로움에 시달렸다. 과연 지금껏 나는 그들의 사랑을 얼마나 지켜주었던가. 사실 향미에 대한 친구의 진실한 감정을 위해주고 보호해주고싶어 진흙실은 차들이 들어와도 이렇게저렇게 명철에게 먼저 양보하는 등 제딴에 발전소언제를 건설하는 전기간 앞자리에 내세워주려고 애쓰군했었다.

그래서 명철이 앞서나가는것이 자기 일만치나 기뻤고 천성적으로 덜퉁한 그 성미로 하여 빈구석이 있을수 있다는것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만약 이번 언제사고가 명철의 거치른 일솜씨와 처녀의 마음을 사려는 들뜬 마음에서 시작된것이라면 그것을 적극 조장하고 동조한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이냐. 그러고도 되려 제켠에서 향미를 훈시하고 질책하려들어?

량심을 떠난 선택은 자기기만이다. 하다면 강철준! 넌 도대체 어떤 선택을 하려느냐, 우정? 아니면 량심?

원통굴리기와 같이 끝없이 이어지는 이런 생각은 광산에 이르러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계속되였다. 어쩐지 전등을 켜기가 두려웠다. 그 환한 전등아래서 별로 투명치 않아보이는 자기의 모습이 적라라하게 드러날것같은 위구심에서였다. 바로 그때 똑똑똑 문기척이 나더니 윤아가 방에 들어섰다. 처녀의 손끝에서 딸깍소리가 나더니 뒤이어 환하게 전등이 켜졌다. 잠시 눈이 부신듯 눈가를 쪼프리던 윤아는 또박또박 쪼아박듯 뇌였다.

《위원장동지! 향미동물 이 지경으로 떠민 장본인은… 바로 접니다. 제가 당위원회에 찾아가 진실을 말하려던 향미를 막았습니다. 전 그것이 향미와 명철동무를 위한 일인줄로 생각하고… 그들에게 용서를 빌겠습니다.》

윤아는 얼굴을 싸쥐고 방안에서 뛰쳐나갔다. 돌발적인 처녀의 행동에 자석에 끌리듯 벌떡 일어선 철준도 뒤미처 방을 나섰다.

복도에 나서던 철준은 그만에야 뜻밖의 광경에 우뚝 멈춰서버렸다. 환한 불빛아래 온통 땀투성이가 된 향미가 등에 배낭을 무겁게 지고 섰는데 그를 얼싸안은 윤아가 여전히 눈물범벅이 되여 무슨 말인가를 열심히 속삭이고있었던것이다. 저도모르게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돌아왔구만.》

철준을 바라보는 향미의 얼굴에 알릴듯말듯 미소가 어려있었다.

향미의 타는듯한 눈빛, 침착한 행동거지에서는 본래의 모든것을 되찾은듯 자신심이 엿보였다.

일순간 세사람사이에 하많은 의미가 담긴 눈빛들이 오갔다. 그 눈빛들에서 그들은 서로의 동일한 선택, 동일한 의지, 동일한 결심을 읽었다.

잠시후 그들은 당위원회문을 조심히 두드렸다.

> <

지금까지 단편소설 《선택》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