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문예물/ 동영상/ 사진/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11(2022)년 9월 9일 《통일의 메아리》
선택(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영남 작 《선택》,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 <

...

며칠전에 설비수리차로 ㅎ전기용품공장에 온 광산자재창고원처녀에 대한 칭찬이 온 수리직장사람들속에 파다하게 퍼졌다.

지난해 광산에서 건설한다는 발전소설비구입차로 여러번 왔다간터여서 이미 구면인 처녀였다. 해종일 로동자들과 어울려 종종걸음으로 온 직장안이 좁다하게 뛰여다니는 처녀의 소행은 곧 현장속보판에까지 나붙었다. 단 한가지 이상한것이 있다면 이전에 그리도 발랄하고 명랑하던 처녀가 웃는것을 누구도 보지 못한것이였다.

그렇다. 향미는 웃을수가 없었다. 지금 처녀는 자신에 대한 의혹과 함께 타매와 질시의 감정이 가슴가득 매운재처럼 꽉 들어찼다.

자신을 땅에다 힘껏 태질하거나 한껏 혹사시키고싶었다. 그런 몸부림으로 현장에서 무섭게 일한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찬하고 저렇게 속보에까지 내붙였으니 그야말로 씻지 않은 얼굴에 화장까지 한 격이 되고말았다. 향미는 단 한순간만이라도 자신을 잊고싶었다.

어쩌다 이런 모퉁이에 들었는지 생활이 막 야속했다. 오히려 잊으려 할수록 과거는 더 지꿎게 다가든다. 마치 때릴수록 더 기운차게 돌아가는 팽이처럼.

…광산적으로 향미만큼 명철이와 척진 사람은 없었다.

나무랄데없는 외모, 사내싼 성격, 드센 손탁과 조직력으로 언제한번 뒤져본적 없는 계획수행, 광산에서 제기되는 긴급한 일의 뒤끝마다 감탄부호처럼 따라붙는 이름… 이 모든것에 마음이 끌릴수록 처녀의 행동은 정반대로 표현되군 하였다. 마주서기만 하면 별치 않은, 가장 하찮은 일을 두고도 서로 티각태각이였다. 문제는 명철이 향미의 가시돋친 태도에도 아랑곳없이 오히려 재미있다는듯 더욱 시룽거리며 접어드는것이였다. 그후 향미는 소형발전소건설을 위한 돌격대에 참가하게 되였다.

사실 명철이네 청년소대병실을 비롯하여 여러개의 생산단위건물들이 들어앉은 골짜기로 홍사천이라고 부르는 크지 않은 개울이 흘렀다.

봄, 가을의 갈수기철에는 별로 보잘것없는것 같았지만 사실 따져놓고보면 그 홍사천의 물량이 결코 적은것은 아니였다.

그래서 광산웃쪽에서부터 급류를 이루던 물이 좀 완만하게 흐르는 골짜기초입에 뚝을 쌓고 전기를 뽑아쓰자고 명철이 강력히 제기했다.

광산에서는 그의 제기를 적극 지지해주고 건설자재도 전적으로 보장해주었다.

돌격대는 두개 소대로 편성되여 한개 소대는 림명철이 맡았고 다른 하나의 소대는 그때 당시 굴진소대장이였던 강철준이 맡았다.

향미나 윤아 같은 참모부직속성원들도 돌격대에 망라되였는데 자기가 명철의 소대에 속했다는걸 알고 향미는 생활이 그토록 공교로운데 혀를 깨물었다. 그것이 광산참모부를 뻔질나게 드나들며 돌격대명단작성에 삐친 명철의 《덕택》이였다는것을 안것은 썩 후의 일이였다.

뙤약볕속에 하반신을 물에 잠그고 벌리던 기초굴착작업,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두 소대가 서로 경쟁적으로 쌓아나가던 사석언제쌓기, 지치고 힘겨울 때마다 대원들을 불러일으키던 오락회와 춤판들, 필요한 발전설비때문에 하루에도 백여리밖의 먼길을 오가던 나날들… 그 나날에 향미는 명철의 싱거운 《도발》에도 점점 너그럽게 리해하게만 되는 자신의 전에없던 《아량》을 발견하고 무등 놀랐다.

처녀는 그만 자기가 변해버렸다는것을 미처 느끼기도 전에 무심중 사랑에 빠진것이다. 한마디로 두다리는 앙버티지만 마음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선것이였다. 드디여 발전소건설이 계획한 기일내에 완공되고 첫 전기가 나왔다.

비록 큰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자기들이 생산한 전기의 덕을 현실로 보게 되였다는 사실앞에 모두들 감격하였다.

자기와 명철이 나란히 《청년전위》신문에 사진까지 받치여 크게 소개된 그날 어쩐지 산란하고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다잡느라 일거리를 찾던 향미는 오후에 읍에 있는 공구공장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얼마전에 그 공장에 여러가지 착암기부속들을 가공해달라고 부탁해두었던것이다. 저물녘에야 호젓한 산골길을 따라 완성된 부속을 실은 자전거를 밀고 올라오던 향미는 광산으로 올라가는 외통길어구에서 뜻밖에도 명철을 만나게 되였다. 긴 지레대를 든 명철이 웃동을 벗어붙이고 길바닥 한가운데 거부기잔등처럼 돋아난 돌부리와 씨름질하고있었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이미 파낸 돌들이 적지 않게 뒹굴고 여기저기 메꾼 자리들이 력연했다.

서름서름 다가오는 향미를 띠여보는 순간 명철의 얼굴에는 어설픈 웃음이 떠올랐다. 그것은 뭔가 몰래 하던 소년이 의외로 딴사람의 눈에 들켰을 때 의례히 짓게 되는 그런 순진하고도 어색한 웃음이였다.

괜히 《차만 타면 이 구간이 제일 덜돼먹게 논다니까.》하고 혼자말처럼 시답지 않게 두덜거렸다. 왜서인지 그냥 지나치게 되지 않았다.

그래 자전거를 세워놓고 이미 파낸 돌들을 길밖으로 걷어내고 금시 메운 자리들을 고루었다. 명철은 그런 향미를 흘끔흘끔 바라보면서도 부디 말리지 않았다. 한참후 일을 끝내자 명철은 향미가 세워놓았던 자전거에 스스럼없이 손을 뻗쳤다. 향미는 자기가 어떻게 되여 그렇게 공손히 자전거를 넘겨주었는지 알수 없었다. 해는 이미전에 서산너머로 숨어버리고 점점 짙어가는 어둠이 한쌍의 처녀총각을 푸근히 감쌌다. 이런 저녁은 무엇인가 갈망하는 청춘남녀들에게 더없이 친근한 벗인듯싶다. 곁에서는 명철이 열어젖힌 앞자락을 너풀거리며 스적스적 걸었다.

저멀리 우중충한 산중턱어방에서 초저녁어스름속에 반디처럼 파르스름한 불빛들을 반짝이는 광산마을이 안겨왔다.

서로 말없이 걷는 이 길이 좀더 길었으면싶은 생각은 자기만이 하는것이 아닐것이라는것을 향미는 처녀다운 감각으로 확신했다.

그날 밤 향미는 이불속에서 끝내 윤아에게 고백하고야말았다.

《윤아야, 난 어쩐지 인츰 그 동물… 사랑할것 같애.》

《인츰?! 내 생각엔 이미전부터 사랑한것 같은데.》

향미는 윤아의 어깨를 꼭 그러안고 볼을 부비였다.…

야릇한 추억을 헤집어보던 향미는 불쑥 목이 꺽 메여올랐다.

도망치다싶이해버린 자신이 야속할수록 앞날의 일은 생각만 해도 겁이 나고 눈물만 앞선다. 이곳에 와서야 향미는 자기가 명철을 얼마나 열렬히 사랑했는가를 새삼스레 절감하게 되였다.

해빛이 밝을수록 그늘은 더 짙은 법이다. 그렇듯 심장으로 사랑했기에 지금의 고통이 이토록 큰것이 아니겠는가. 부지중 향미는 자기가 비켜설수 없는 엄혹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다는것을 뼈아프게 느꼈다. 향미는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명철동무, 대답해줘요. 난 어쩌면 좋아요?

> <

지금까지 단편소설 《선택》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