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2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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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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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10월 14일 《통일의 메아리》
따라서는 마음들(11, 마지막회)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한정아작 《따라서는 마음들》, 오늘은 열한번째 시간입니다.

><

선금도 끔찍한 이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외마디소리를 쳤다. 광숙은 김정숙동지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에구.》 소리치다가 부드러운 미소를 담고 의미있게 보시는 그이의 눈길과 마주치자 얼굴을 붉혔다.

이번에는 수염쟁이가 무대우에 덜썩 누웠다.

시중군이 그의 배우에 빨래돌만 한 넙적한 돌을 올려놓았다.

팔의 근육이 울뚝불뚝한 청년이 도끼를 들고 무대에 나타났다. 그가 도끼를 머리우로 쳐들었다. 수염쟁이의 배우에 놓여진 돌을 치려는것 같았다.

숨소리마저 멎은듯 한 정적이 장마당에 깃들었다.

《얏!》

청년의 머리우에 쳐들렸던 도끼가 돌을 향해 내리꽂혔다. 산산이 부서진 돌을 손으로 쓸어내리며 일어서는 수염쟁이.

《야!》

일시에 소리치는 군중들의 목소리가 장마당을 뒤흔들었다.

이윽고 공연이 끝나자 수염쟁이가 벽돌장 둬개 합친것만 한 돈주머니를 들고 구경군들앞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저저마다 관람료를 거기에 넣어주었다.

《우리도 구경값을 내야지요.》

김정숙동지께서 광숙의 손에 돌돌 만 종이돈을 쥐여주시며 어서 수염쟁이에게 주고 오라고 재촉하셨다. 이런 일이 처음인 광숙이 머뭇거리자 선금이 나섰다. 재미난 구경을 해서인지 마음이 저도 모르게 흥그러워졌던것이다.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나 김정숙동지를 즐겁게 해드려 그동안 쌓인 로고를 다소나마 덜으시게 하고싶은 마음에서였다.

《옥순언니, 제가 넣고오겠어요.》

《선금이, 광숙형님을 보내자요. 우린 여기서 형님이 돈을 흘리지 않는지 감시하자요.》

이렇게 롱말하시는 그이의 뜻을 선금은 제꺽 알수 있었다. 언제한번 기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광숙을 기쁘게 해주시려는 왼심이 안겨왔던것이다.

눈굽이 달아올랐다.

수염쟁이는 사람들이 돈을 통에 넣을 때마다 머리를 굽석이며 《고맙습니다.》하고 머리를 숙이군 했다.

사람들이 훌륭한 재주를 보여준 그를 한걸음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앞으로 밀려나갔다. 붐비는 사람들의 물결에 떠밀려 광숙이 뒤쪽으로 밀려나자 김정숙동지께서는 《아무래도 안되겠구만요. 도와주어야겠어요.》하고 선금에게 귀띔하셨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그이의 음성이 몹시 흥분되신것 같았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선금의 마음은 왜서인지 즐거웠다.

김정숙동지와 함께 곡마단구경을 하였다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기쁜 감정에 싸이게 했다. 그이께서도 여느때없이 즐거워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언제나 긴장하고 위험한 길을 가시던 김정숙동지께서 잠시나마 휴식을 하신것 같아 안도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선금이였다.

광숙이도 저으기 기분이 뜬것 같았다. 왜 안 그러랴. 난생처음 구경이란것을 해보았을것이다.

《아니글쎄 그 수염난 사람이 내가 돈을 넣으려 하자 덥석 돈과 함께 손까지 잡는것이 아니겠어요.》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쳤다.

만시름을 털어버린듯 한 그 웃음에 선금은 깜짝 놀랐다. 광숙의 목소리가 이렇게 맑고 쨍쨍할줄이야.

선금은 얼른 김정숙동지를 바라보았다.

그이께서도 저으기 놀라시는 눈길로 그를 이윽토록 주시하셨다.

마을이 멀리 바라보이는 산허리에 이르시자 그이께서 풀밭에 웅크리고앉은 평평한 바위돌을 가리켰다. 초여름의 저녁해가 서산마루에 기울어져 연분홍노을을 펼치고있는 하늘아래 펼쳐진 산천은 조용한 정적에 묻혀있었다.

《여기서 좀 쉬여가자요.》

그이의 제의가 선금을 더욱 기쁘게 했다.

내친김에 그이께서 푹 쉬시도록 할수 있는 기회가 생긴것이다.

《광숙형님.》

바위돌에 앉으시며 그를 부르시는 김정숙동지의 눈빛에 더없는 행복이 넘치는것 같았다.

《방금 장마당에서 돈을 넣을 때 수염쟁이의 눈섭우에 기미가 보이지 않던가요?》

그이께서 갑자기 수염쟁이의 기미에 대해 물으시는 바람에 광숙은 물론 선금도 의아해졌다.

《그가 누구인줄 알아요? 바로 광숙형님의 남편이예요.》

선금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어느새 자기의 손이 그이의 손목을 꽉 잡고있다는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있었다.

《광숙형님!》 선금은 얼없이 앉아있는 광숙의 어깨를 와락 잡으며 그이께 다시 물었다.

《그게 사실입니까?》

하늘땅이 뒤바뀐것 같은 충격에 목소리가 떨려 말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초점잃은 눈길로 그이만을 바라보고있는 광숙을 보니 저절로 눈물이 나왔다. 세상에 이런 희한한 일도 다 있담.

하지만 뇌리에는 알수 없는 의문부호가 수없이 감도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일이

너무도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여서인지 광숙이도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돌처럼 굳어진채 앉아있기만 했다.

김일성장군님께서 광숙형님의 남편인 박기업동무를 찾아 조국광복회 특수회원으로 키워주셨어요.》

《예?!》

《광숙형님이 넣어준 종이돈에 박기업동무와 가족이 만날 날자와 장소가 암호로 기록되여있어요.》

숨이 다 막히는것 같았다. 김정숙동지께서 나직이 말씀하셨다.

《오늘 밤은 발편잠을 잘것 같군요.》

큰 시름을 가신듯 한 조용하신 그 어조가 선금의 가슴을 쩡 울렸다.

(아!)

생각히우는것이 있었다.

그 새벽, 방안에서 울리던 남편의 자책어린 목소리.

《밀정이 따라와서

《그래도 다른 집들을 마저 다 돌아보아야 할걸 그랬어요.》

그 말의 의미가 이제야 어렴풋이 깨도되는것 같다. 그리고 최근 며칠동안 그이께서 가셨던 먼길이 누구를 위한 걸음이였던지.

그리고 남편에게 사령부로 긴급련락을 보내신것도 결국 광숙의 남편일때문이였음을 비로소 짐작하게 되는 선금이였다.

그랬다. 며칠후면 선금은 남편으로부터 구체적인 내막을 알게 될것이다, 남편이 걸음했던 그 화전마을에 김정숙동지께서 다시 가시여 기어이 광숙형님의 남편인 박기업의 행처를 알아내신것을.

가족과 리별한 박기업이 어떻게 하나 돈을 벌어 가족들을 중국으로 데려오려고 도박이며 목재로동 등 별의별 고생을 다하다 금전판에서 우연히 얻은 콩알만 한 금덩이를 가지고 화전마을에 왔을 때는 이미 가족이 두만강을 건넜을 때였다.

그가 가족들의 행처를 찾으러 곡마단을 무으려했다는 결심을 마을의 한 젊은이로부터 아시게 된 김정숙동지께서 사령부로 긴급련락하신것까지 선금은 알수 없었다.

그러나 자신과 마을 부녀회원들 아니, 백두산지구의 모든 혁명조직들을 이끌고계시는 김정숙동지의 가슴에 이글이글 타번지시는 민족애, 조국애가 얼마나 뜨거운가를 지금에야 새롭게 느끼게 되는 선금은 이름할수 없는 격정으로 마음을 주체할수 없었다.

광숙이가 바위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두볼에서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리고있었다.

《옥순이!》

광숙은 김정숙동지를 와락 부둥켜안으며 흑흑 느껴울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가 감격의 눈물, 기쁨의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보기는 생에 처음일것이다.

불쑥 선금의 눈앞에 광숙의 시어머니모습이 떠올랐다. 죽었다고 생각했던 아들과의 상봉이 그에게 얼마나 크나큰 기쁨을 줄것인지, 울며 웃으며 아들을 부둥켜안고 자기 가정의 구세주가 어느분인가를 드디여 깨닫게 될 때의 시어머니의 얼굴이 상상되자 선금의 가슴은 벌써부터 쿵쿵 높뛰기 시작했다.

그때로부터 두달후, 뜻밖의 사건으로 김정숙동지께서 13도구경찰서로 이송되여갈 때 마을사람들이 모두 따라섰다.

그때 발벗은 그이께 신발을 신겨주며 《이놈들아, 옥순아기가 공산당이라면 나도 공산당을 따라가겠다.》고 웨치는 할머니가 있었다.

그가 광숙의 시어머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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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정아작 단편소설 《따라서는 마음들》을 열한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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