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0(2021)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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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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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9월 30일 《통일의 메아리》
따라서는 마음들 (4)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한정아작《따라서는 마음들》, 오늘은 네번째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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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는 그냥 머리를 숙인채 대꾸를 안했다. 그러는 녀인이 답답하게 생각되여 선금은 뭔가 한마디 하려 했다.

김정숙동지께서는 조용히 손을 흔드시였다. 그러시고는 묵묵부답인 녀인을 타내지 않으시고 다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형님, 내 노래 하나 부르겠어요. 일이 힘들 때 노래를 부르면 한결 힘이 난답니다.》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부드럽고 청아한 그이의 음성이 봄하늘에 조용히 울렸다. 선금도 따라불렀다.

그의 집에 오실 때마다 낫놓고 기윽자도 모르던 그에게 노래로 글자를 체득하도록 이끌어주신 김정숙동지이시였다.

김정숙동지께서 부르시는 노래의 선률에는 그 녀인을 위해주시려는 뜨거운 인정이 담겨있었다.

《형님, 이 노래는 임진년때 녀인들이 전장나간 남편들을 그리며 불렀던 노래랍니다.》

그이께서 이렇게 노래의 내용을 친절히 이야기해주는데도 녀인은 그냥 머리를 푹 숙이고있었다. 수집어서 내우를 하는것인지 아니면 아직 마음의 경계를 풀지 않고있는지 알수 없었다.

다음날도 호미를 드시고 그 녀인네 밭으로 가시는 김정숙동지께 선금은 이렇게 간청했다.

《저, 옥순언니, 반제청년동맹원들을 좀 동원시키면

그이께서 머리를 흔드시였다.

《저 형님의 마음속에는 슬픔의 얼음덩이가 꽉 차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그것을 혼자 삭이려 한답니다. 그러니 우리 둘이서 조용히 도와주자요.》

그렇게까지는 생각 못했던 선금은 그이의 다심하신 마음에 그저 감동될뿐이였다. 그런데 안타까운것은 그 녀인의 태도였다. 둘째날부터는 경계하는듯 한 눈빛이 다소 풀린듯 했으나 속을 드러내놓기 몹시 저어하는것이였다.

그렇게 바쁜 시간을 내여 도와주시는 그이께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줄 모르니 인간의 모든 감정이 말라버린 나무등걸같았다. 시어머니가 천덕꾸러기라고 박대할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을 매기 시작하여 사흘이 되던 날 마지막이랑이 남았을 때는 산판에 황혼이 비끼고있었다. 그 녀인의 얼굴에 미안해하는 표정이 어렸다. 그는 무엇인가 말할듯 머리를 들었다가 다시 고개를 푹 숙이는것이였다.

김정숙동지께서는 녀인이 가엾게 생각되시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누릴 권리를 가지고 태여났다. 그런데 이 녀인은 한생 그 어떤 압박에 짓눌려 자신을 죄인으로 여기며 눈도 바로 들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얼마나 불행한가. 정이나 사랑이란 그에게서 너무도 멀리 떨어져있다. 그저 천대와 멸시를 숙명처럼 여기는 체념만이 그의 넋에 타성처럼 굳어져있을뿐이였다. 숨쉬는 화석과 같은 인생을 살아온 불쌍한 녀인.

지하공작의 나날, 불행한 사람들을 수많이 만났어도 이 녀인처럼 자신을 잃고사는 녀인은 처음인것 같다. 한시바삐 그가 지금의 슬픔에서 벗어나게 하여야겠는데

그에게 다소나마 즐거움이 될 일이 무엇일가. 사흘동안 함께 일하면서 녀인이 그 무엇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지만 노래소리에는 어느 정도 귀를 기울인다는것을 감촉하셨다. 어려울 때 노래는 마음의 위안으로 된다.

《형님,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우리 나라에서 남편을 기다리며 사는 녀인들이 한둘이 아니예요. 벌이를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녀인들이 있는가 하면 뜻을 품고 떠난이를 그리며 날을 보내는 녀인들이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수난받는 우리 민족의 감정을 노래한 〈아리랑〉노래도 나오지 않았어요? 같이 불러보자요.》

그래도 녀인은 머리를 들지 못한다. 그저 기계적으로 호미만 놀릴뿐이였다.

그이께서는 선금에게 눈짓했다. 함께 부르자는 뜻이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이때였다.

별안간 듣는지 마는지 잠잠히 호미질만 하던 녀인이 갑자기 얼굴을 싸쥐고 흐느끼기 시작하는것이였다.

선금은 아연해졌다.

녀인이 눈물을 흘리다니, 무시로 쏟아지는 시어머니의 구박속에서도 눈물조차 내비치지 않았던 녀인이다. 동네사람들의 비방도 묵묵히 감수하기만 하던 기죽은 녀인, 눈물마저 다 말라버렸다고 생각했던 그의 마음에서 눈물의 샘이 터질줄이야.

조용히 느끼던 울음소리가 점점 더 비통하게 울렸다. 몇년동안 쌓이고쌓였던 슬픔이 마침내 곬을 만나 터져나오는것 같았다.

그 울음소리는 자기의 불행한 운명을 하소하는듯 매우 처량하게 들렸다.

선금은 그의 눈물을 처음 보았다. 선금은 그를 말리려 했다.

《놔두세요. 지금껏 울음을 쏟고싶어도 참았을거예요. 마음껏 슬픔을 터치게 해요.》

그이께서는 이렇게 선금이에게 이르며 녀인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따뜻이 잡아주셨다.

녀인의 흐느낌이 잦아들무렵, 김정숙동지께서는 녀인의 어깨를 다정히 쓸어주시며 말씀하셨다.

《저도 가까운 혈육들을 다 잃고 고생과 슬픔을 많이 겪어보았어요. 정 참기 힘들 땐 친지들에게 속을 털어놓았어요. 그러면 슬픔이 한결 덜어지더군요.》

이윽고 울음을 그친 녀인이 그이를 올려다보며 무엇인가 말할듯 간절한 눈빛을 보였다. 그러나 입이 열어지지 않는지 고개를 떨구었다.

《형님, 저에게도 형님이 있었어요. 부지런하고 근면한분이였는데 그만 왜놈들의 〈토벌〉에

그이의 음성도 갈리시였다.

《제가 늘 바쁘게 다니다나니 생존해계실 때 형님에게 따끈한 밥 한끼 해드리지 못한것이 마음에 걸려요. 이제라도 형님을 친형님으로 모시고싶어요. 그러니 동생처럼 여기시고 힘들 때마다 부탁하세요.》

그이의 말씀은 녀인은 물론 선금의 마음도 뭉클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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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따라서는 마음들》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네번째 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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