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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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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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8월 21일 《통일의 메아리》
황철나무(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하수작 《황철나무》,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

···

한수길은 광수의 선배였다. 그저 나이많은 사람으로가 아니라 스스로 존경하게 되고 잊혀지지 않는 사람들중의 한사람이였다.

광수가 상사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날 새로 지은 건물의 앞마당을 넓히느라 도랑을 메우고 풀을 뽑으며 수평고르기를 한적이 있었다.

《이크, 하마트면 죽일번 했군.》

뒤를 돌아보니 자기가 뽑아놓은 풀속에서 한뽐이나 될 자그마한 황철나무를 손에 든, 방금 출장길에서 돌아온듯 한 아바이(그에게는 그렇게 보였다.)가 채 뽑지 못한 풀밭에 있는 여러그루의 황철나무잎새를 정히 어루쓸고있었다.

그러더니 광수와 함께 그 나무를 조심히 떠서 마당의 한쪽변두리에 심자고 했다. 그가 한수길이였다.

《다행스러운 일이지. 잡관목신세를 벗어났으니 인젠 알게야. 뿌리를 내렸다구 다 거목이 되지 않는다는것을··· 두고보라구, 저것들도 자기를 품어준 은공을 잊지 않거던. 이제 자라면 무성한 잎새를 펼쳐 온갖 새의 보금자리로 되고 무더위엔 그늘이 되여주지.》

그때가 한수길이와의 첫상면이였음에도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 그 말이 잊혀지지 않는 리유가 있었다.

지내볼수록 그는 사심이 없고 성실성과 헌신적인 자각이 줄기차게 뻗어오르는 황철나무처럼 계속 이어져 때없이 련상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두팔을 엇걸은채 생각에 잠겨 창가로 다가섰던 광수는 뒤에서 자기를 바라보고있을 청년을 예감하며 돌아섰다.

헌데 청년은 어데론가 가고 새 자재절충안을 가지고 계획부서에서 온 난데없는 두명의 부원이 서있었다. ···

저녁이 되여 사업으로 분망하던 사무실이 조용해지는가싶더니 전화종소리가 방안에 울렸다.

송수화기를 드니 로동과장이 웃음섞인 목소리로 제잡담 늘어놓았다.

《청년을 만나보니 어떤가. 아마 마음에 꼭 들거네. 아무렴, 그렇구말구. 눈이 똑바로 배겼다니까. 쉽지 않은 청년이야.》

《허, 이거 그 청년에 대한 인상이 이만저만 좋지 않군 그래. 제 자식보다 더 칭찬하누만.··· 잘 아는 청년인가?》

《그럼··· 첫눈에 알아봤지. 오늘 아침 출근하는데 구내선에 세워놓은 화차방통우에서 아바이라 부르며 나를 찾더구만. 올려다보니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바람에 펄럭이는 방수포의 한쪽귀통이를 붙잡고 어쩔줄 모르지 않겠나. 자칫하면 거기에 실은 비료가 비를 맞을 판이지. 끊어진 포장끈을 련결하자니 한사람의 손이 필요했던거네. 무척 감동되더구만. 그런데 사무실에 들어서니 글쎄 그가 우리 로동과에 나타나질 않았겠나. 문건을 보니 대학을 졸업했기에 제꺽 자네 생각이 나더구만.

그래서 출장이 잦은 곳이라고 슬쩍 귀띔했더니 뭐 자기는 어려서부터 그런 일을 많이 보아왔노라며 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가가 문제인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하는가가 문제라고까지 하지 않겠나? 잘 이끌어주라구.》

로동과장의 이야기는 끝났으나 광수는 손에 든 송수화기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청년을 다시 만나보고싶은 생각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것 같은 위구심이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나는 왜 로동과장처럼 이끌어줄 생각부터 먼저 하지 않았을가?···)

또다시 지나간 생활이 눈앞에 떠올랐다.

··· 다른데로 가겠다고 떼질쓰려고 문을 열려던 광수는 안에서 들리는 사장의 목소리에 문손잡이를 쥔채 굳어졌다.

《참, 광수가 제발로 우리에게 온것이 너무도 기특해 앞으로 기둥감으로 키워볼가 했더니 속이 궁근 녀석인줄 몰랐거던.》

(뭐라구?···)

광수는 채 닫기지 않은 문짬에 눈을 가져다댔다.

사장이 한수길과 마주앉아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사람이 스스로 자각한다는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속이 좀 궁글었으면 우리가 그속에 진짜를 채워줍시다. 키워주는 나무 비뚤게 자라는 법이야 없지 않습니까?!》

《그럼 동무에게 맡기겠으니 함께 힘써보기요.》 ···

퇴근할 생각을 까맣게 잊고 광수는 어둠이 짙은 청사앞마당을 거닐었다.

서늘한 바다바람에 해감내가 함께 풍겨왔다. 소리없이 떠나간 청년에 대한 생각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고보니 지금 아들과의 약속을 어기고있다.

《넌 밥은 먹지 않고 뭘 하고있니?》

중학교졸업을 눈앞에 둔 아들은 지망을 써낸다며 빈 종이장을 앞에 놓고 뚫어지게 노려보는데 그 표정이 어찌나 진지한지 광수는 보다못해 물었다.

아들은 두눈을 뜨부럭거리더니 무슨 생각이 났는지 아버지에게 눈길을 돌렸다.

《음··· 아버진 제가 뭘하길 바라나요?》

허, 제 생각은 어디다 두고···

《글쎄···》

광수는 모르겠다는듯 머리를 외로 틀었다.

《야참 아버지, 아들의 전망문젠데 그렇게 머리를 흔들면 어떻게 해요. 래일까지 바쳐야 해요.》

《아, 그거야 네 머리로 생각을 해야지.》

아들은 피씩 웃으며 재롱스럽게 두눈을 올리떴다.

《그럼 좋아요. 내가 생각한걸 오늘 저녁에 말할테니 반대하진 않지요?》

아침출근길에 나서는데 아들은 그 무슨 중대사나 되는것처럼 오늘 저녁 일찌기 들어와달라고 몇번이나 당부했다.

아버지인 광수조차 아직 채 여물지 못한 가슴에 남이 하는것은 다 하겠다는 욕심으로 헤덤벼치는 아들을 놓고 앞으로 무엇을 시켰으면 좋을는지 묘연하였다. 그 애의 지향이 마음에 든다 해도 뭔가 말은 해줘야 되겠는데···

남한테는 인식을 정립해준다고 리성적인 사고요, 라침판이요 하고 헐하게 말했지만 정작 제 자식에게는 그것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무엇을 말해줘야 하는가.

철두철미 앞서간 선대가 전생을 바치며 얻은 생활의 좌우명과도 같은, 그래서 후대들의 앞길에 귀중한 지침으로 되는것이여야 할것이다.

문득 광수는 낮에 만났던 그 청년의 옆에 아들을 나란히 세워보았다.

물론 나이차이는 있어도 현실에 자기를 세울줄 알고 지향성이 강한것 같은 그 청년만큼이라도 앞으로 마음이 자란다면 걱정할것 같지 않았다.

한줄금의 바다바람이 획 볼을 스치자 마당의 변두리에 병풍처럼 서있는 황철나무잎새들이 솨- 소리를 내며 어둠의 정적을 깨뜨렸다.

밤하늘에 무성한 잎새를 한껏 펼쳐든 거목의 황철나무를 바라보며 광수는 저도 모르게 긴 숨을 내그었다. 청년을 순간이나마 저울질한 미안한 감정에서 오는것이였다.

뒤이어 철없이 헤덤비던 어제날의 자기도 애어렸던 저 나무와 함께 돌기돌기 년륜을 감으며 오늘날엔 일군으로 자라지 않았는가 하는 자격지심이 들면서 성장의 첫걸음을 떼던 잊지 못할 일들이 눈앞에 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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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황철나무》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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