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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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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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7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실습교원》(1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손수경 작 《실습교원》, 오늘은 열한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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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그 순간 선생님의 말이 혼돈에 의한것이 아니였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사실 인철선생도 실습교원시절엔 얼마나 진취적이였는지 몰라요. 꼭 지금의 진희선생처럼 실습기간에 늘 학급을 맡았었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졸졸 따르는지…  산전산후휴가를 받고 들어가면서 학급을 인계했던 난 한달후에 한번 나와보구 깜짝 놀랐어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인철선생이 막 시샘날 지경이였다니까요. 하루는 아이들이 하루종일 축구에 정신이 팔려 모두 수학숙제를 안했다면서 수학선생이 펄펄 뛰며 날 찾아왔더군요. 난 밤을 새워서라도 숙제를 다 받아내려는 생각에 불편한 몸에도 학교까지 단숨에 달려나갔지요. 그런데 글쎄 인철선생이 운동장에서 아이들하구 같이 공을 차고있는게 아니겠나요. 쉴참에는 아이들을 운동장에 앉혀놓고 제 손으로 그림까지 그리면서 문제를 풀어주더니 (아마 세평방의 정리를 증명하는 문제였던가 봐요.) 이렇게 말하더군요.

〈얘들아, 이 축구공은 뭘로 만들었니?〉

〈합성재료로 만들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옛날옛적에 사람들이 처음으로 찬 공은 짐승의 내장에 바람을 불어넣은것이였단다.〉

그러자 아이들이 오만상을 찌프리지 않겠어요.

〈에이, 끔찍해. 그걸 어떻게 발로 찼을가?〉

〈그러게 미개한 옛날 사람들 아니가.〉

저마끔 떠드는 아이들에게 선생은 말했어요.

〈그래, 하지만 그런 미개한 사람들이 세평방의 정리를 발견했단다. 그 정리를 기초로 해서 무수히 많은 정리들과 법칙들이 나오고 오늘은 비행기가 하늘을 날게 된것이란다. 그런데 그런 오늘날 이렇게 멋진 공을 차는 너희들이, 비행기를 만들고 우주를 정복해야 할 앞날의 주인공들이 세평방의 정리 하나 증명할줄 모른다는게 말이 되느냐?〉

〈선생님,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다신 공차기에 정신팔지 않고 공부잘하겠습니다.〉

〈아니야, 공차기도 해야지 뭐. 하지만 자기가 모르는 문젠 다 풀고 놀아야 한단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축구도 잘해. 자, 이젠 문젤 다 풀었으니까 후반전을 해야지.〉

난 그때 얼마나 부끄럽던지… 그래서 학교에 제기했지요. 인철선생같은 사람은 꼭 우리 학교에 있어야 한다구 말이예요.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하는 말이 〈그 동문 대학에서 교원으로 지목하고있는 동무요.〉이러더군요.

그런데 다음해 새학년도준비로 법석한 우리 분과실에 트렁크를 든 인철선생이 나타날줄이야 어떻게 알았겠나요. 헌데 세월이란 참… 언제가도 늙을것 같지 않던 우리 머리에도 흰서리가 내리구 그동안 인철선생같은 사람은 선뜻 믿기 어려울만큼 변해버렸지요.

교원의 일이라는게 얼핏보면 한가지 일의 부단한 반복인듯이 보이지요. 이 학급에서 한 말을 다른 학급에 들어가서 또 하고, 학급을 맡아서 졸업시키고나면 또 새 학급을 맡고…

난 자기는 모르는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분명 아는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교원이 자기는 이제 더 배울것이 없고 가르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직업에 권태감을 느끼게 되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보수주의자가 되고말지요.

수업이라는건 어제도 있고 오늘도 있고 래일도 있는데, 학생들이야 어떻게 배워주든 한해에 한 학년씩 올라가는데… 이렇게 생각하면서 뚜렷한 목표도 없이 수업시간표에 끌려다니는 사이에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해놓은 일도 없이 머리엔 흰서리만 내리지요.

그런 사람인줄 뻔히 알면서도 인철선생을 그냥 보고만있자니 마음이 아프고… 그건 그렇고 우리 애들이 요즘 글은 잘 쓰겠지요?》

《내가 그만 이야기바람에…》

나는 그제야 가방에서 휴대용콤퓨터를 꺼내놓았다. 오늘의 습작들가운데서 제일 잘된것들을 문서로 편집해가지고 왔던것이다.

《한달새 글도 많이 늘었지만 우리 애들 마음이 어쩌면 꼭 진희선생을 닮아가는것 같군요.》

《선생님은 무슨 말씀을… 제가 오히려 그애들한테서 배웁니다. 얼마나 똑똑하구 좋은 애들입니까. 대혁이랑 정미랑… 참, 언제부터 묻고싶었는데 대혁일 학급장에서 해임시킨건 좀 너무한것 같지 않습니까?》

《나도 그때 정말 가슴이 아팠어요. 누구나 말하지요. 대혁인 영웅감이라구… 하지만 좋은 씨앗도 버려두면 실한 열매를 기대할수 없는것처럼 영웅감도 잘 키워야 영웅이 되는 법이예요. 제 마음대로 하게 놔두면 그애의 앞길은 예측하기가 두려운 방향으로 가고말아요. 지지대를 든든히 세워주면 그걸 따라서 세상끝까지라도 갈게구요.》

그러던 선생님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

《퇴원수속을 하자요.》

내가 만류할 사이도 없이 방을 나선 선생님은 며칠만 더 있어야 한다고 하는 의사들에게 어떻게나 설득력있는 론거를 들이대였는지 벽창호라고 소문났다는 이 병원 기술부원장의 수표까지 끝내 받아내고말았다.

나도 저 나이가 되였을 때 저런 모습으로 살수 있을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의사선생들 말대로 하다가 올해중에 병원문을 못 나설번 했다고 즐겁게 말하는 선생님과 함께 밤거리를 걸으며 나는 이제 사흘이면 실습기간도 끝나게 된다는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놀랐다.

그러고보니 한달이란 너무도 짧은 시간이였다.
                                                                        ×

앞으로 다시 보게 될지 알수 없는 정다운 교정의 창문들이 아이들의 미소처럼 밝은 빛을 뿌리며 나를 바래주었다.

《진희선생, 앞으로 훌륭한 교원이 되기 바래요.》

분과장선생님의 평범하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당부였다.

《진희선생이야 벌써 훌륭한 교원인걸 뭐, 허허.》

인철선생은 예전그대로다.

《제가 앞으로 훌륭하게 살겠는지는 모르겠지만 한생을 실습교원시절처럼 살겠다는것만은 약속합니다.》

선생님들은 더 긴말이 없이 오래도록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들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학생들이 안겨준 기념품들이 가득한 가방안에서 이제는 열번도 더 들여다보았을 송우의 그림을 꺼내들었다.

그림속의 나는 지금 공부를 하고있었다.

창밖에 빛나는 별들, 책상우에 펼쳐진 책들, 콤퓨터화면에 열중한 처녀, 새벽 4시에 맞추어진 자명종시계… 그 애들은 이 모든것을 언제 다 보았을가?

그림의 아래에는 이런 글이 씌여있었다.

《선생님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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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단편소설 《실습교원》을 열한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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