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문예물/ 동영상/ 사진/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10(2021)년 6월 30일 《통일의 메아리》
《실습교원》(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손수경작 《실습교원》,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

그제야 나는 분과실문앞에서 있은 말다툼의 동기가 어렴풋이 헤아려졌다.

성범이는 여느날처럼 생각하고 글을 썼는데 담임선생이 병원에 입원하여 그대신 내가 학급을 보게 된다는것을 알고는 덴겁하여 정미에게 습작집을 도로 달라고 졸랐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기 비슷하게 되여버린 그의 글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재치있는 글솜씨보다도 그 글에 비낀 진실한 마음때문이였다.

나는 책상우에 있는 푸른색원주필을 들어 수표를 하려다가 앞페지들을 번졌다.

분과장선생과 가장 비슷한 방식으로 수표해주고싶었던것이다.

《요즘 사그러져가는 성범이의 실력이 정말 걱정됩니다. 분발하자요.》

빨간색으로 또박또박 박아쓴 이 글은 시험성적이 낮아 고민하는 어느날의 습작품뒤에 써준 분과장선생의 글이였는데 피를 찍어 쓴것 같은 그 빨간색의 문장에서 선생의 뜨거운 심장이 맥박치고있는듯 싶었다.

그 하루뿐이 아닌 모든 날들에, 그 한 학생만이 아닌 모든 학생들의 습작품 갈피마다에 티없이 깨끗하게 날마다 커가는 학생들의 마음이, 그들모두를 한가슴에 꼭 안고사는 선생의 따뜻한 마음이 곱게 새겨져있었다.

글이란 손끝에서 나오는것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나오는것이다.

나는 책상서랍안에서 붉은색원주필을 꺼내들었다.  내가 들고있던 원주필이 마치도 그 《고드름》색갈 같아서.

《성범학생의 따스한 글이 선생에게 녹음점을 안겨주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마지막수업이 끝나자마자 습작집들을 아름벌게 안고 웃으면서 교실문을 열었다.

《자, 습작집을 나눠주겠습니다. 리영주동무.》

그의 글에서는 책을 많이 읽고 사색을 깊이한다는것이 쉬이 알렸다.

《강철동무.》

글을 아기자기한 동화처럼 재미있게 쓴 그는 《강철》이라는 묵중한 이름과는 아주 딴판으로 생겼다.

크지 않은 키에 날씬한 몸매, 류달리 장난기로 빛나는 까만 눈, 이마우에 물결을 그린 고수머리…

《최정미동무.》

기하문제를 풀던 모양인지 손에 콤파스를 쥔채 일어서는 그를 보니 아침에 분과실앞에서 두덜거리던 조성범의 목소리가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났다.

글을 수학문제 풀듯이 한문장 한문장 정확하게 써내려가는 빈틈없는 전개방식에 비해 형상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결함이 있었다.

그런 그가 어떻게 문학과목책임자가 되였을가?

《송우동무.》

《예!》하는 챙챙한 목소리에 이어 내 코앞에서 불쑥 튀여일어난 꼬마를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키나 생김새로 봐서 초급반학생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애된 소년이였다.

책표지가 아롱다롱한 그의 습작집은 그야말로 동요, 동시로 가득찬 동심의 세계였다.

《조성범.》

내가 일부러 온곱지 않은 목소리로 부르자 아까부터 자라목이 되였던 성범이는 송우의 옆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나며 생김새에 어울리지 않게 비위살좋은 웃음을 씩- 웃었다. 그 바람에 나까지 웃을번 했다.

애써 무뚝뚝한 《고드름》인상을 짓고 서있는 내 모습에 겁먹었던 성범이는 습작집을 펼쳐보더니 얼굴이 대뜸 밝아졌다.

좀전의 웃음과는 달리 그 웃음에는 천진스러운 기쁨이 찰랑이고있었다.

책들을 모두 나누어주고나서 나는 아주 홀가분한 기분으로 학급장을 찾았다.

《학급장동무, 이제 다른 사업계획이 또 있습니까?》

내가 학급장이라고 생각되는 그 멋쟁이 최대혁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리고있을 때 창문쪽줄에서 리영주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니 학급장이 녀자였나?

어리뻥뻥해졌지만 인츰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교실밖으로 불렀다.

《선생님이 앓으신다는데 과외시간에 다른 계획이 없으면 가보도록 하자요.》

《아닌게아니라 모두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수업만 끝나면 가보자고 절 얼마나 다불러대는지 모릅니다.》

리영주의 대답이였다.

《그렇다고 몽땅 다 갈수는 없는거구…  초급단체위원동무들만 가도록 하자요.》

《다들 가고싶어하는데…》

나는 《원, 철두 없지.》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영주는 더 다른 말을 못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하루사업이 다 끝난 다음 교실에 들어서니 리영주와 최정미, 조성화와 조성범(그들은 쌍둥이오누이임.) 이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입원실에 들어서자부터 능청맞게 너스레를 떠는 성범이 덕분에 겨우 일어나앉았던 분과장선생은 웃다가 다시 쓰러질 지경이였다.

중한 병인가고 근심스레(그것은 사실 나에 대한 근심이기도 하였음.) 묻는 나를 보고 선생은 부석부석해진 얼굴에 미소를 지어보였다.
  《중한 병은 아니예요. 지금껏 이러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믿음직한 대리인이 생기니 긴장이 풀린게지.》

롱삼아 하는 말같았으나 선생의 눈가에는 진정으로 다행스러워하는 빛이 력연했다.

《선생은 절 그렇게 믿습니까?》

《그럼요. 입원하기 전에 매일 진희선생이 수업하는 화면들을 봤는데 선생은 정말 교원이 되려구 태여난 사람같더라니까요. 다른 과목도 그렇겠지만 특히 문학에선 자기가 시 백편을 쓰기보다 학생들이 한편을 쓸수 있게 하는것이 더 힘든 법이지요.》

그 말을 듣고는 언제쯤 나올수 있는가고 물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

지금까지 단편소설 《실습교원》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