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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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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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28일 《통일의 메아리》
《실습교원》(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손수경작 《실습교원》, 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

1

《예? 제가 말입니까?》

《얼마동안 학급을 좀 맡으라는데 놀라긴 왜 놀라오?》

햇내기실습교원에게 학급을 맡기며 부교장선생은 빨갛게 달아오르는 나의 얼굴을 안경너머로 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나는 두볼이 볼록하게 공기를 채워보이고나서 회의실 맨뒤에 로장답게 앉은채 습관처럼 귀바퀴를 연신 쓸어내리고있는 우리 분과의 인철선생에게로 구원의 눈길을 보냈다.

《허허선생》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사람좋은 허인철선생은 온 학교에 유명짜한 그 허허전략으로 곤경에 처한 나에게 지원포를 쏘아주려고 결심했는지 너부죽한 얼굴을 웃음으로 채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희선생이야 엊그제 온 실습생인데 차라리 제가 맡아보는게 어떻습니까? 허허… 거 뭐 분과장선생 병셀 봐두 인차 나오실것 같진 못한데.》

반죽좋게 넘기는 인철선생의 말에 턱이 뾰족한 부교장은 두부모베듯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건 분과장선생의 요굽니다. 진희선생, 2학년 7반은 학교적인 모범학급인데 잘해보시오.》

이로써 나는 비록 림시적이긴 하지만 2학년 7반의 담임교원이 되였다.

사실 그 학급은 내가 첫 수업을 한 학급이였다.

《강철학생.》

《예.》

《리주성학생.》

《옛.》

걸걸한 목소리로 옆자리의 녀학생들은 물론 나까지 놀래우며 싱글거리는 그들의 대답에서 나는 학생들이 이 실습선생을 무척 마음에 들어한다는것을 느꼈다. 그런데…

《최대혁학생.》

《예.》하는 대답소리를 삼켜버리며 웃음판이 터졌다.

나는 영문을 몰라 허둥지둥 출석부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최대혁, 분명 옳았다.

나는 저도모르게 화면으로 어설픈 이 수업을 지켜보고있을 분과장선생은 물론 교장선생의 모습이 눈앞에 안겨왔다.

당황함을 한구석으로 밀어내며 노여움이 불쑥 치밀었다.

자기들의 실책을 느낀 수십쌍의 맑은 눈가에 미안한 빛이, 용서를 구하는 천진한 빛이 비끼지 않았던들 나는 이내 교수안을 싸안고 교실을 뛰쳐나가고말았을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45분수업이 끝날 때까지도 나는 머리속에 독버섯처럼 돋아난 물음표를 종내 뽑아버리지 못하였다.

그날 저녁 온 나라에 소문이 자자한 이 고장 특산사과를 한구럭이나 들고 숙소로 찾아온 분과장선생으로부터 사연을 전해들은 나는 너무 창피스러워 내 얼굴이 손에 든 사과보다 더 빨개진것도 느끼지 못했다.

나는 우리 고향 북관사투리로 내는《최》라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듯 우습강스럽게 들린다는것을 그때에야 알았던것이다.

바로 그래서 대학동무들이 짬만 있으면 핀잔을 주군 했으리라.

그날의 일은 웃음으로 끝났지만 나는 왜서인지 그 학급 학생들을 마주하기가 몹시 어색해졌다.

사흘째 그 학급 문학수업이 차례지지 않는것을 다행스레 여겼던 나로서는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다가 범을 만난 심정이라 할지…

《허, 종달새같이 명랑하던 우리 진희선생이 하루아침에 밝은 날의 부엉이처럼 뻥해졌는걸.》

교원모임이 끝나자 분과실로 돌아온 나는 한동안 멍하니 서있었다.

《인상을 좀 펴라구요, 그러다 그 고운 얼굴이 말린포도알처럼 되고말겠소. 자, 서있지만 말구 앉소. 우리 분과실천정은 말이요,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게요, 정말이라니까! 허허.》

자리까지 권하며 익살을 부리는 인철선생의 성화에 못이겨 나는 끝내 웃고야말았다.

《선생님, 전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에이, 참… 어떤 사람들은 엎어져두 떡함지라던데 난!》

《왜 2학년 7반은 뭐 돌무지라던가. 사실 실습기간에 학급을 맡아본다는것자체가 행운의 떡함지라니. 나역시 수십년전에 그 떡맛을 본사람으로서 하는 말인데 복인줄 알라구요.》

인철선생은 눈을 깜박이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나를 보고 《허허.》 소리내여 웃더니 《자, 그럼 시간표를 볼가.  3수업에 1반, 4수업에 5반…》하고 쭉 내리읽었다.

이때였다.  똑똑똑 하는 소리와 함께 분과실문이 빠끔히 열리더니 턱에 닿을 정도로 높이 쌓은 책무지를 안은 녀학생이 언뜻 보였다.

《야… 동무, 제발 오늘만 사정봐달라.》 무언가 사정하는 남학생의 목소리…

《안돼. 아, 안된다는데.》

차겁고 딱딱한 대답과 함께 도망치듯 재빨리 분과실에 들어선 몸매 날씬하고 살갗이 유난히 맑은 그 녀학생은 차겁던 목소리의 주인답지 않게 방그레 웃었다.

밖에서 《에이, 고거 콤파스같은거. 괜히 들어다줬다.》 하는 남학생의 랑패스러운 목소리가 울리였다.

《15분전 8시인게구나. 정미가 온걸 보니.》

혀를 차는 인철선생의 말에 나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정말 15분전 8시였다.

분과실에 웃음의 잔물결이 일었다.

《진희선생. 그 학급 문학과목책임자요. 이건 분과장선생이 매주 월요일마다 꼭꼭 보아주는 학생들의 습작집이요.》

나는 인철선생의 말을 들으며 정미에게서 넘겨받은 책무지를 책상우에 놓았다.

맨우에 놓인 빨간색의 습작집표지우에 싱갱이질끝에 난 상처인듯 꺾였던 자리가 유표했다.

《조성범》

그런즉 정미를 콤파스라 욕하던 그 남학생이 조성범이라…  키는 그리 크지 않은데 몸이 다부지고 큼직한 얼굴의 이마에 《임금 왕》자까지 그려놓으면 정말이지 범처럼 보일 인상이였다.

성범이가 무엇때문에 습작집을 놓고 정미와 싱갱이를 벌렸을가 하는 물음표가 꼬부랑거리며 호기심을 자아냈다.

《진희선생, 세번째 수업부턴 련달아있는데… 힘들어도 어찌겠소.》

수업준비종이 울리자 분과실문을 나서던 인철선생은 미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후더분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 괜찮습니다.》

그러니 두시간은 여유가 있는셈이였다.

책상에 마주앉으니 쌓아놓은 습작집들이 나와 키를 겨루잔다.

나는 성범이의 책부터 펼쳐들었다.

《고드름》이라는 제목이 안겨왔다.

… 오늘 아침 교실에 들어서니 동무들이《고드름》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하고있었다.

《실습선생님을 두고 하는 말이니?》

나의 말에 누구도 대꾸를 하지 않았다.

하긴 이렇게 물어보는 내가 보기에도 실습선생님은 고드름이라고 할 정도로 차겁고 딱딱해보였다.

날씬한 몸매와 대학교복인 흰저고리를 입어서인지 그런 느낌을 더해준다.

사실 첫눈에 우리는 교실이 환해질 정도로 밝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선 선생님에게 무척 호감을 가졌다.

헌데 우리 학급에서의 첫 수업이 선생님을 고드름으로 만들어버릴줄이야.

교내에서 만나 인사를 하면 깍듯이 받아주기는 하지만 어딘가 어색하고 당황해진 선생님의 얼굴에서 우리는 웃음을 기대할수 없다.

날이 갈수록 모든것이 나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이 어는것은 주위가 차기때문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날 누나는 날보고 《그건 다 웃기 잘하는 너때문이야. 아무때나 부실하게 히들거리면서…》하고 욕했다. 그때 나는 온 학급이 다 웃었는데 왜 나보구 그러느냐고 대들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옳았다.

아무 일에나 선구자가 있듯이 웃음판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

누군가가 웃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반사적으로 따라웃는것처럼…

그날에는 내가 바로 그《영예로운》 선구자가 되였던것이다.  사실 그날 나는 선생님이 성이라도 나시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조였었다.

혹시 한문선생님이라면 《이녀석들은 그저 좋다는군, 허허…》하고 웃어넘기였을테지만 강한 자존심의 소유자라는것이 십리밖에서도 알리는 실습선생님은 《성범학생, 일어서세요.》하고 꼬치꼬치 따져물었을것만 같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몇순간 당황해서 얼굴을 붉히셨을뿐 전혀 내색없이 수업을 끝내셨다.

얼마나 노여우셨을가, 그러나 참으시였다. 바로 선생님이기때문에. 나는 이렇게 좋은 실습선생님에게 용서를 빌고싶다.

칠판에 축하장을 그려 담임선생님을 깜짝 놀래웠던 그 아침처럼 실습선생님이 우리 교실에 두번째 수업을 들어오시는 날 진심으로 용서를 빌어 선생님의 웃음을 다시 찾아드리고싶다.

고드름을 녹이는 봄바람이 되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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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실습교원》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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