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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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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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26일 《통일의 메아리》
《성적》(4, 마지막 회)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철룡작 《성적》, 오늘은 네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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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휴식일이였다.

겨울의 꼬리짧은 해와 경주나 하듯 어둠은 빨리도 주위를 감쌌다.

정지현은 혜영의 집에 찾아갔다가 마음속을 뜨겁게 달구는 모습을 보고 돌아선 그날부터 이 며칠동안 은하를 보기가 면구스러웠다.

은하는 혜영이때문에 무던히도 마음을 쓰는 모양이였다.

오늘도 합숙에는 그가 없었다. 어디에 나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정지현의 마음속에 짚이는것이 있었다. 하여 정지현은 자기도 혜영학생의 학업성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유익한 일을 하고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실험실에 필요한 산 물고기를 구하려고 농장양어장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

정지현은 발을 더듬거리며 방천뚝에 올라섰다. 그때였다. 《쟁강!》하는 쇠붙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지현은 우뚝 멈춰서며 반사적으로 소리난 개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리가 가까와질수록 사람의 자태가 더욱 또렸해졌다.

머리수건을 두른걸 보아 녀자들이였다.

한사람은 목이 긴 장화를 신고 깨여져나간 얼음아래로 흐르는 개울에 들어서있고 한사람은 그옆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었다.

《들어오지 말아요.》

《아이, 선생님, 인젠 나오십시오.》

분명 귀에 익은 목소리들이였다.

(그러니 은하선생이?)

정지현은 가슴에 무엇인가 가득차오르는것을 느꼈다. 그 어떤 말 못할 감정이 고패쳤다.

다음순간 정지현은 불이라도 지펴 그들의 언몸을 녹여주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마른 삭정이를 주섬주섬 모아가지고 개울가로 내려섰다.

잠시후 자그마한 모닥불이 타올랐다.

모닥불은 짙어가는 밤하늘에 빨간 불찌를 날리며 타오른다. 추위에 떠는 혜영이를 불곁에 꿇어앉힌 정지현은 은하를 소리쳐불렀다.

《은하선생, 어서 나와서 몸을 좀 녹이오.》

정지현은 불빛에 드러나는 바께쯔며 도끼 등 고기잡는데 필요한것들을 보며 공연히 헛기침을 하였다.

《붕어를… 잡아볼가 해서… 이렇게 얼음을 깼어요.》

모닥불가까이에 앉으며 은하가 띠염띠염 말을 이었다. 아직 언몸이 녹지 않아서 목소리가 떨리였다.

정지현은 여기저기 파헤친 개울가를 살피고나서 바께쯔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건 잡아서 어디에 쓰려구?》

정지현은 자기 말이 공연한 물음이라는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물었다.

《혜영이에게 실험을 시켜볼가 해서…》

은하는 눈길을 들고 모닥불에 두손을 쪼이였다.

《토끼해부실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혜영이에게 아직 부담이 큽니다. 그래서…》

은하는 말끝을 맺지 않고 혜영이쪽을 돌아보며 소리없이 웃었다.

혜영이도 그때 일이 생각났는지 머리를 숙였다.

정지현의 숨결은 옆에서도 들릴 정도로 빠르고 높아졌다.

혜영이를 위하는 은하의 마음에 감동되였던것이다.

거침없이 타오르는 모닥불빛에 동그스름한 은하의 얼굴이 환히 드러났다. 모닥불이 내뿜는 열을 받아선지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다.

두눈이 맑은 호수처럼 그윽하고 깊어진듯싶다. 그 깊은 곳에서 여전히 새물거리는 웃음.

《저…》

은하가 침묵을 깨뜨리며 말을 했다.

《혜영이 성적문제가 제기되였을 땐 정말 괴로왔습니다. 잘못하면 두번다시 아버지의 말을 거역할가봐 은근히 겁이 났습니다.》

《그건 무슨 소리요?》

정지현은 의혹에 잠긴 눈을 더 크게 떴다.

《저에게도 동무의 성적을 올려주려고 하다가 크게 봉변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무에게도?》

《지현선생이 대학을 졸업한 다음해였습니다. 우리도 졸업시험을 위해 눈코뜰새없이 주야로 학습을 벌렸습니다. 그런데 우리 학급동무가 갑자기 열이 나더니 덜컥 눕고말았습니다. 그 동무는 평시에 공부를 잘하던 동무였습니다. 그는 앓으면서도 공부를 해서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우린 그 동무의 의지와 정열에 탄복했습니다. 마지막과목시험이 끝나자 성적이 공개되였습니다. 그런데… 그 동무의 마지막과목성적이 3점이더군요. 제 립장이 제일 따분했습니다. 마지막과목은… 아버지가 맡은 과목이였습니다. 동무들은 그 성적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어쩌면 이럴수 있니?〉

〈글쎄 평상시에 공부를 잘하던 동무인데 이거야 너무하지 않니?〉

〈앓아서 시험공부에 지장을 받았는데 야박스럽게…〉

동무들속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불평이 로골적으로 터져나왔습니다.

저는 막 안타깝고 아버지가 민망스러웠습니다.

어느날 저녁 제가 이 안타까운 심정을 아버지앞에 털어놓았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인내성있게 마지막까지 듣고나신 아버지가〈그러니 인정때문에 성적을 높여주란 말이지. 량심을 팔아서 인정을 사라.〉라고 하시더니 이윽토록 저를 지켜보는것이였습니다.

〈너도 대학을 졸업하면 교단에 서겠는데 똑똑히 알아둬라. 점수는 단순히 수자의 개념에서 오르내리고하는 저울눈금이 아니다. 점수는 후대교육을 위해 바치는 우리 교육자들의 량심이다. 량심을 속일바에는 내스스로 사표를 내는것이 더 낫다.〉

아버지의 음성이 격하게 떨렸습니다. 그때야 저는 아버지의 마음이 리해되였습니다. 저는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습니다.

〈너희들 졸업생들은 우리 당에서 제일 아끼고 믿는 후대교육의 담당자들이다. 때문에 너희들의 마음에는 한점의 티가 끼여도 안된다. 만약 되는대로 성적을 올려주면 학생들은 공부를 하지 않고 건달을 부리게 되고 요행수를 바라게 된다.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이냐?〉
전 오늘도 아버지의 이 말씀을 잊지 않고있습니다.》

은하의 말은 끝났다. 하지만 지현의 귀전에는 자꾸만 그 말이 쟁쟁히 울리는듯싶었다.

은하는 결코 값눅은 동정이나 명예, 공명을 위해서 이 추운 겨울에 손을 얼구며 붕어를 잡는것이 아니라 오직 학생들의 실력을 실지로 높이기 위해서 뜨거운 마음과 마음을 바쳐가는것이다. 아니, 앞날의 혜영이의 모습이 성적증에 그려지기때문이다. 그래서 온넋을 바쳐 미래를 가꿔가는 은하였다.

정지현의 눈앞에는 교장실에서 성적때문에 안타까와하던 최은하의 모습이 방불히 떠오른다.

그는 진심으로 속죄하고싶었다.

(나는 은하선생처럼 학생들의 실력과 성적을 대하지 못했다. 분명 내가 평가한 점수들은 무른 인정에 빠진, 학생들의 장래를 담보할수 없는것들이였다. 그러면서도 진정한 교원의 량심을 우롱하려 했으니.)

정지현은 머리가 숙어졌다.

그렇다. 교원의 성실한 노력으로 마련된 점수 한점한점은 조국의 과학기술을 억년초석이 되여 떠받들것이다.

《아니 저, 혜영이, 어서 잡아요!》

은하가 가리키는쪽에서 붕어 한마리가 푸들쩍거리고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혜영이가 붕어를 덮쳤다. 거의 동시에 정지현이도 커다란 손으로 붕어를 덮었다. 그 바람에 둘의 머리가 부딪쳤다.

《호호호.》

《허허허.》

은하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쳤다.

붕어를 집어든 혜영이도 어깨를 흔들며 웃었다.

정지현은 뒤로 몸을 젖힌채 껄껄 소리내여 웃었다. 맑은 그들의 웃음소리는 어둠을 밀어내며 밤하늘가 저 멀리로 메아리쳐갔다.

×

멀리 추억에서 돌아온 혜영박사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당장 떠나기나 할듯 서둘러댔다. 아니, 마음은 벌써 그들에게 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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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성적》을 네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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