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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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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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24일 《통일의 메아리》
《성적》(3)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철룡작 《성적》, 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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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영이 아버지앞에서는 무슨 말로 변명하겠는가. 실력이 높은 애라고, 올해에도 최우등은 문제없다고 장담했는데 무엇이라고 말해야겠는지 일이 참으로 난처했다.

(최은하, 그렇게 막대기처럼 꼿꼿해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정지현은 누구든 옆에 있으면 마음속에 뭉친 불만을 한껏 터쳐놓고싶었다.

혜영이의 부모님들을 만나보자. 왜 혜영이가 심장이 약한지 알아보자.

수학박사라고 불리우는 혜영이, 춤을 잘 추는 영옥이, 시읊기를 즐기는 현숙이… 얼마나 밝고 깨끗한 얼굴들인가. 그 밝은 얼굴들에 웃음을 주지는 못할망정 어두운 그늘을 줄수야 없지 않는가.

가슴이 답답해났다.

《얘 혁철아, 인제야 너를 찾았구나.》 하는 녀인의 목소리에 지현의 생각은 마을길에서 동강났다. 그가 걷는 바로 댓발자국앞에서 한 녀인이 아홉살 남짓한 사내아이를 불러세우고있었다.

《복실동무네 어머니이시지요? 그런데 왜 그럽니까?》

《네가 학습반 반장이라지?》

《예.》

《야단났구나. 복실이가 글쎄… 너 오늘숙제를 다했겠구나.》

머루알같은 눈을 데룩거리던 사내애가 녀인의 얼굴을 쳐다본다.

《예.》

《그럼 네가 우리 복실이 숙제를 좀…》

《히야, 남의 숙제를 어떻게… 숙제야 제힘으로 해야지요.》

《어떻게 한번만…》

녀인이 딱한 표정을 짓고 말끝을 맺지 못하며 사정을 한다. 그러나 사내아이는 도리머리를 흔들면서 좀처럼 응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정지현은 소리없이 웃었다. 녀인보다 어린 사내아이가 돋보이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컹컹, 개짖는 소리가 울렸다.

정지현은 전등빛이 흘러나오는 집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야 자기가 지금 혜영이네 집앞에 서있다는것을 느꼈다.

주인을 찾으려고 마당에 들어서던 정지현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깔깔대는 웃음소리에 주춤 멈춰섰다.

《혜영이, 소랭이에 있는 고기밸을 마저 따줘요. 내가 불을 지필게.》

《알았습니다.》

정지현은 귀에 익은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흠칫 놀라며 부엌안을 들여다보았다.

흰 타일을 가쯘히 붙인 부뚜막앞에 치마폭으로 무릎을 감싸고앉은 동그스름한 어깨가 눈에 띄였다.

(은하선생이?!)

그옆에 역시 쪼그리고앉은 혜영이가 커다란 소랭이속에 척 가로누워있는 팔뚝시만 한 물고기의 배를 식칼로 갈라서는 속집을 끄집어냈다.

(아니, 저 애가 고기를 주무르다니?! 개구리를 보고 기겁하던 혜영이가 어떻게?)

정지현의 눈이 대뜸 커졌다.

《혜영이, 알과 밸을 따로따로 갈라놓아요.》

《선생님, 이건 뭡니까?》

《호호, 그게 심장이예요.》

《아이, 작네. 심장이 이렇게 작은데도 덩지는 크기만 하네.》

《작아도 심장이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세요? 온몸에 깨끗한 피를 공급해주지요. 률동적인 수축으로 혈액순환을 일으켜요. 다르게는 염통이라고 한답니다.》

《호호, 염통?》

혜영이의 명랑한 목소리를 들으며 정지현은 문가에서 물러섰다.

정지현의 눈앞에 해변가를 걷던 그밤 은하가 하던 이야기속의 한 녀교원의 모습이 우렷이 떠올랐다.

어느날 저녁 얼굴이 온통 땀으로 얼룩진 한 녀선생이 최교수를 찾아왔다.

최교수의 놀란 눈우에서 숱많은 눈섭이 꿈틀했다.

《용서하십시오, 선생님. 이렇게 주저없이 찾아와서.》

《어떻게 된거요, 선영동무?》

녀선생은 가방을 열고 물기가 함초롬이 오른 진분홍꽃송이와 부피가 두툼한 식물도감책을 조심히 꺼냈다.

그리고는 최교수를 찾아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다.

전날 녀선생은 수업을 하다가 우연히 한 학생에게서 질문을 받았다.

《선생님, 이 꽃의 이름이 뭡니까?》

녀선생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학생이 내놓은 꽃은 한번도 본적이 없는 꽃이였다.

《이 꽃은?…》

《우리 고향의 차일봉중턱에서 피는 꽃입니다.》

녀선생은 난처해졌다. 그는 수업이 끝나는 즉시 도서관으로 갔다. 거기서도 꽃이름을 찾지 못한 그는 이렇게 최교수를 찾아 도에까지 왔던것이다.

《꽃이름 하나가 뭐라고 여기까지 오다니… 선생은 참.》

최교수는 한 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주기 위해 멀고 험한 길을 걸어온 녀선생을 감동어린 눈길로 바라보았다. …

정지현은 최교수를 감동시킨 그 녀선생을 바로 눈앞에 보는듯 한 환영에 빠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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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성적》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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