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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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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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성적》(2)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철룡작 《성적》, 오늘은 두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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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후 정지현은 교장의 부름을 받고 교장실로 갔다.

량수책상앞에 도수안경을 코등에 걸고앉은 교장이 흰종이우로 부지런히 펜을 달리다말고 머리를 들었다. 훤칠하니 벗겨진 이마를 쓸어올리며 정지현을 맞이한 교장은 조용히 물었다.

《지현선생, 학기성적총화에서 제기된것이 있다지요?》

《?!》

정지현의 의아한 눈길을 받으며 교장은 다시 말을 이었다.

《왜 놀라오? 내 제기를 받았습니다. 어느 학생입니까?》

그제야 정지현은 교장이 혜영학생의 성적을 두고 하는 말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했다.

《사실 혜영학생성적이… 과목담임선생과도 토론이 있었습니다.》

《그래 사정됐습니까?》

《아닙니다. 좀 생각해보자고 했습니다.》

교장은 걸상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우리는 교원들입니다. 때문에 학생성적에 대해서는 보다 심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내 은하선생도 불렀습니다.》

이때였다. 《똑똑.》하는 손기척소리가 울리였다.

나들문이 열리더니 흰저고리에 까만 치마를 받쳐입은 최은하가 들어섰다. 그뒤로 체육교원이 탄력있는 걸음걸이로 따라들어섰다.

《아, 모두 오는구만. 자리를 잡고 앉으시오. 사실 선생들과 한가지 토론할 문제가 있어서 모이라고 했습니다.》

걸상에 돌아와앉은 교장이 책상에 팔굽을 고이고 세쌍의 의문어린 눈들을 살피고나서 말꼭지를 뗐다.

《방금 담임선생하고도 이야기하던중이였습니다. 혜영학생의 성적문제인데 담임선생의 견해를 들어봅시다.》

정지현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몸을 약간 앞으로 굽혔다.

《사전에 과목선생과도 이야기된 문제이지만…》

그는 말머리를 떼놓고는 은하쪽을 바라보았다.

몸을 곧게 세우고 앉은 은하는 펼쳐놓은 성적기록부에 눈길을 주고있었다.

《김혜영학생의 생물성적문제입니다. 다른 과목은 모두 5점인데 생물과목만이…》

정지현은 또 말끝을 맺지 못하고 이번에는 교장쪽을 건너다보았다.

《몇점입니까?》

교장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4점입니다.》

교장은 눈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하고는 은하에게 눈길을 주었다.

《선생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소리없이 걸상에서 일어선 은하는 천천히 머리를 들었다.

《혜영학생의 생물과목성적은 4점입니다. 저도 담임선생의 의견을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하지만…》

《?!》

정지현은 금시 등골에 찬물을 끼얹은 때처럼 가슴이 섬찍해났다.

《그러니 고려할수 없다는거겠지요?》

《예.》

《음- 그 리유는 뭡니까?》

교장은 반반하게 면도한 턱을 손끝으로 쓸며 다시 물었다.

《혜영학생이 4점으로 평가된데는 저의 책임이 큽니다.》

《은하선생, 책임문제를 따지자고 모인것이 아닙니다. 혜영학생의 성적을 고려할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그것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교장의 어조에 아량기가 풍기였다.

은하의 귀밑이 발기우리해졌다.

《실력을 알아보자고 실험도 조직했고 시험도 쳐보았습니다. 그런데 혜영학생은 전혀 낯을 돌리지 않고있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토끼해부실험을 하댔는데 분명 실험실에 들어와있던 혜영학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살펴보니 글쎄 키큰 학생의 등뒤에 숨어서 얼굴을 가리우고 서있지 않겠습니까. 다가가보니 알릴듯말듯 어깨를 떨고있었습니다.》

《리유가 그겁니까?》

《예.》

교장의 눈길이 체육교원쪽으로 돌려졌다.

《혜영학생의 체육성적은 어떻습니까?》

체육교원이 걸상을 뒤로 제끼며 일어섰다.

《사실 체육시간에 혜영학생때문에 애를 좀 먹습니다. 특히 수영이 약하다보니… 그러나 영 못하는것도 아니고 또 당장 수영선수가 되는것도 아니여서 기본과목성적에 대체로 맞추었습니다.》

《그러니 체육선생은 기본과목성적을 보고 체육점수를 평가했다는겁니까?》

이마를 쓸어올리던 교장이 문득 이렇게 물었다.

《그런건 아니지만 혜영학생의 실력이야 다른 선생들도 다 인정하는 최우등…》

교장이 그의 말을 잘랐다.

《그건 나도 압니다. 그러나 최우등성적은 그 학생의 실력을 평가한거지 다들 인정한다고 해서 평가하는거야 아니지 않습니까.》

정지현의 입에서 가느다란 한숨소리가 새여나왔다.

혜영이의 성적문제가 이처럼 심각하게 제기될줄은 미처 몰랐다.

이때 맑은 목소리가 또렷이 울리였다.

《저도 혜영학생의 생물과목성적이 5점이라고 당당히 말할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저에게는 한점을 더 올려 5점을 만들 예비성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기성적인것만큼 그대로 평가하자는 의견입니다.》

정지현은 흠칫 놀라며 머리를 들었다. 그는 교장실을 나서자 곧바로 분과실을 향해 걸어갔다.

수치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자기의 부탁이라면 어떻게든 들어주리라는 생각으로 은하를 찾아갔던 일이 못내 후회되였다.

정지현은 손에 잡았던 분과실문고리를 놓고 밖으로 나왔다.

온몸이 어둡고 침침한 대기속에 물먹은 솜처럼 잦아드는것만 같았다. 뿌잇하니 흐린 어스름때문인지 산기슭에 자리잡은 집들의 골목에서 피여오르는 연기마저도 가려볼수 없었다.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흐릿한 달이 수없이 반짝이는 별들을 뒤에 두고 천천히 떠간다.

정지현은 그 달과 함께 걸었다. 발끝에서 눈이 밟히는 소리만이 고요를 깨뜨린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귀따가운 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애처로운 비명소리같기도 하고 자기 학급 학생의 성적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자기에 대한 불만과 비난의 목소리같기도 했다.

정지현은 손에 지그시 힘을 주었다.

이제 며칠후면 학기성적총화가 있다. 그때 학생들에게 성적증을 주게 된다. 그 장면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우등의 성적증을 받아든 혜영이의 어두운 모습이.

정지현은 금시 가슴이 터져나갈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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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성적》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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