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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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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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20일 《통일의 메아리》
《성적》(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철룡작 《성적》, 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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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혜영박사가 새로운 다수확벼종자연구에서 성공하자 제일먼저 축하편지를 보내온 사람은 중학시절 담임선생이였던 정지현이였다.

급히 속지를 꺼내 읽어보니 편지는 안해인 최은하와 함께 보낸것이였다.

최은하 역시 혜영박사에게는 잊지 못할 스승이였다. 그 시절 혜영박사에게 정지현은 배움의 나래를 펼쳐주었다면 최은하는 그의 희망을 꽃피우도록 이끌어준 엄격한 선생님들이였다.

혜영박사는 오래도록 앉아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고마운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는 즐거웠던 배움의 나날들이 봄날의 새싹마냥 아지를 치며 자라기 시작했다. 제일 잊혀지지 않는것은 생물시험에서 4점을 받았을 때의 일이였다.

×

눈이 내린다.

운동장에서는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좋아라 뛰여다닌다. 산천은 온통 눈속에 잠겨있었다. 하지만 창문가에 선 정지현은 밖의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게 지그시 눈을 감았다.

나무옹이처럼 박힌 수자 4때문에 마음이 불안하였다. 4점이라는 암초는 거치른 파도우에서도 끄떡없이 닻을 올린 배와 같이 달려온 그가 맡은 학급앞에 장벽이 되여 나타났다.

(어떻게 4점으로 평가되였는가? 실력에서는 마음놓던 학생인데.)

4점을 맞은 학생은 정지현이 담임한 학급의 김혜영이다. 그의 생물시험성적이 4점이였다.곱슬곱슬한 머리가 이마로 흘러내린 혜영학생의 갸름한 얼굴이 떠오른다.

지금껏 한번도 우등을 한 일이 없다. 학급에서도 점수가 제일 높았다. 이번에는 다른 얼굴이 떠오른다.

동그스름한 얼굴에 새물새물 웃는 눈을 가진 처녀, 몸매도 버들잎마냥 날씬하다. 생물교원 최은하였다. 말하자면 정지현의 마음에 불안의 싹을 던진, 최우등생 혜영학생의 성적을 4점으로 평가한 교원이였다.

최은하는 정지현이 졸업한 사범대학의 후배였다.

지금의 학교에 배치된지 얼마 안된다. 이렇게 한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였지만 사실 그들은 대학시절부터 매우 깊은 인연을 맺고있었다.

대학시절의 어느날… 학과토론준비때문에 정지현은 미분과 적분의 관계식에 대한 몇가지 자료를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가 앞에서 새물새물 웃는 녀대학생의 눈길을 보게 되였다.

(어데서 본것 같은데…)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것이였다. 알고보니 최은하는 뜻밖에도 정지현이 공부하는 대학 최교수의 외동딸이였다.

어느날 정지현은 최은하와 또다시 만났다.

수집음을 잘 타는 얼굴을 다소곳이 숙이고 섰던 처녀가 머리를 싸쥔채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애를 먹는 정지현의 가까이에 다가섰다.

《저… 제가 좀 도와드릴가요?》

정지현은 그때 처녀를 새삼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처녀의 진지한 설명과 새로운 문제풀이방식에 내심 놀랐다.

그날부터 그들은 고심과 탐구, 번민과 어려운 고충의 나날을 흘러보냈다. 애를 먹었던 계산법들이 은하의 도움으로 정지현의 머리속에 뚜렷이 정돈되여갔다.

군사복무를 마친 대학생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어려운 공정들이 은하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메워졌다. 그래서 어느사이에 가까워졌다.

어느날 그들은 해변가를 거닐었다.

푸른 바다물결이 밀려오고 밀려와서 그들의 발목에서 어리광을 부리다가는 소리없이 미끄러져갔다.

《무슨 생각을 합니까?》

정지현이 침묵을 깨뜨리며 말머리를 뗐다.

《저… 저보다 먼저 교단에 서겠지요?》

《새삼스럽게 그건 왜 묻습니까?》

달빛을 받은 은하의 고운 눈에 웃음이 함뿍 어렸다.

《부럽군요. 얼마나 보람찬 직업이예요. 전 언제면…》

《허허, 은하동무도 다음해에는 교단에 서겠는데.》

정지현은 어쩐지 가슴이 긍지로 부풀어올랐다.…

갑자기 《와하.》하는 소리가 터져올랐다.

《탁.》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주먹만 한 눈덩이가 유리창에 넌떡 붙었다.

《저런!》

《유리를 마스겠군.》

누군가의 기겁해하는 소리에 정지현은 깊숙이 끌려들어갔던 대학시절의 추억에서 깨여났다.

눈앞에는 부드럽고 따뜻한 어제날의 최은하가 아니라 최우등생 혜영학생의 성적을 단호히 4점으로 평가한 은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한테 알아나 보고 평가할게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음순간 은하가 여간만 깐깐한 처녀가 아니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온몸이 긴장되였다.

성적을 단순하게 평가할 그가 아니였다.

정지현은 어제오후에 복도에서 최은하를 만났을 때의 일을 곰곰히 되새겨보았다.

그때 정지현은 지나가는 말처럼 혜영학생실력문제를 내비쳤다.

《은하선생, 우리 학급 혜영학생이 어떻습니까?》

은하는 인상적인 볼우물을 살짝 파며 조용히 웃었다.

《말이 적고 온순하더군요.》

《아니, 실력 말입니다.》

은하의 얼굴에 비꼈던 웃음이 새벽안개처럼 사라졌다. 머리를 다소곳이 숙이고 말없이 얼마 더 걷다가 머리를 들며 자기 생각을 조심히 터놓았다.

《머리가 좋은 학생입니다. 그런데 성격이 너무 내성적이더군요.》

《허허, 녀자니까 남자애들하고는 좀 차이가 있을겁니다.》

정지현은 실무적인 말을 몇마디 더 건늬고는 그만 헤여졌다.

그가 평가한 4점은 결코 파악이 없는 실수가 아니라는것이였다.

어떻게 할것인가? 체면이 문제가 아니라 혜영이가 우등을 하면 학급전원이 최우등생이 되지 못한다. 정지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였다.

×

최은하는 실험실에서 토끼해부실험에 열중하고있었다.

새물새물 웃는 쌍까풀진 눈만 내놓고는 코, 입, 얼굴의 전부를 흰 마스크로 가리웠다. 위생복을 입고 엷은 장갑을 낀 손에 수술칼을 들었다.

그 모습은 병원에서 본 수술의사를 방불케 했다.

비릿한 냄새가 떠도는 속에 역시 위생복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운 학생들이 두개 책상을 합쳐놓은것만큼 넓은 실험탁에 빙 둘러섰다.

맨끝에 눈살을 찌프리고서서 실험탁을 넌지시 넘겨다보는 혜영학생의 모습도 보였다. 호기심어린 수십쌍의 까만 눈들이 교원의 설명과 수술칼의 움직임에 따라 재빨리 이동한다.

다정다감하다고 생각한 은하에게 저런 단호한데가 있다는것이 놀라왔다.

문가에 서있는 정지현이를 알아본 은하는 따뜻한 눈길로 인사를 대신했다.

정지현은 손짓으로 밖을 가리켜보이고는 실험실에서 나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합니다.》

최은하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왔다.

《그런데 실험은 끝났습니까?》

《예.》

《사실은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저에게요?》

《실은 우리 학급 혜영학생의 성적때문에… 유독 생물과목만이 4점이여서…》

은하는 미소를 머금으며 발등에 눈길을 떨구었다.

《원래 공부를 잘하는 학생입니다. 이번 학기에도 생물 한과목을 내놓고는 전 과목이 5점이더구만요.》

은하는 알릴듯말듯하게 머리를 끄덕여보이고는 호- 하고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였다.

《어찌겠습니까? 지금까지 최우등을 해오던 학생인데 대학추천을 받자고 해도…》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은하가 소리없이 웃었다.

《왜 웃습니까?》

《제게 무슨 예비성적이 있어서 올려주고말고하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도와줍시다. 동생처럼 생각하고 말입니다.》

순간 은하는 얼굴을 들고 정지현이를 마주보았다. 마치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이 그의 두눈에 짙은 의혹이 어렸다.

《혜영학생은 단순한 동물의 내장구조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알아보니 실험에 성실히 참가하지 않았더군요.》

《원래 심장이 약한 학생입니다. 언제인가 개구리를 보고 놀라서 주저앉은적이 다 있습니다.》

정지현은 그때 일을 상세히 설명하고나서 한마디 더 보탰다.

《좀전에 토끼해부실험을 할 때에도 한쪽구석에 박혀있더군요.》

은하의 입에서 또다시 한숨이 새여나왔다.

《저도 알고있습니다.》

정지현은 자못 심각해진 은하의 얼굴을 곁눈질해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생겨먹은걸 이제 어찌겠습니까. 다른 학과목성적에 기준합시다. 이게 성적일람표입니다.》

수첩갈피를 번져 성적일람표를 뽑아든 정지현은 은하앞에 내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은하선생은 새로 와서 잘 모를수 있겠는데 최우등생학급을 유지해온건 학교적으로 우리 학급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혜영이가 우등을 하게 되면 학급의 최우등생프로수가 낮아지게 됩니다.》

정지현은 말하고나니 좀 게면쩍었던지 허구프게 웃었다.

《성적을 꼭 올려야 한다면 좀 생각해보겠습니다.》

은하는 한참만에야 이렇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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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단편소설 《성적》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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