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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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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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사랑과 위훈》(6,마지막 회)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정기종작 《사랑과 위훈》, 오늘은 여섯번째시간입니다.

《어데 다치지 않았어요? 걸어가는걸 보니 몹시… 힘들어 하는것 같더군요.》

《…》

가슴이 흠칠 떨렸다. 걷잡을길 없는 피의 분류가 이마언저리로 줄달음쳤다.  

너무도 귀에 익은 그 목소리, 맑고 침착하고 부드럽고 또 어찌보면 화사한 보라색과 같은 그 목소리!…

《여보세요. 여보세요!》

《말씀하시오. 난… 듣고있소.》

《그럼 우리 같이 차굴공사를 해보자요. 어떠세요. 곧장 여기루 오시겠어요?… 왜 아무말두 없으세요?》

《기억나오?》 하고 중석은 가까스로 목소리를 짜냈다.  

송수화기를 거머쥔 손아귀에서 땀이 흐르는것도 몰랐다.

《교두보, 로그함수…》

《아니, 뭐예요?!…》

《기억을 잘 더듬어보오. 방울새!… 그렇게 말하던 사람, 나 교두보의 소대장이요. 그런데 오늘에야 이렇게 도함수에까지 이르렀소.》

《…》

침묵, 또 침묵… 마침내 숨소리조차 더 들려오지 않는듯했다.

그는 더 기다릴수 없었다. 송수화기를 놓고 배낭을 메였다. 대대장이 몹시 놀란 표정으로 《곧장 가려구?》하고 물었다.

《예.》

《오늘밤은 쉬고가도 되겠는데?…》

《안요. 그러지 않아도 전 너무 늦었습니다.》

얼마후 중석은 처녀기사의 천막안으로 들어섰다.

가스등불이 흔들리며 작은 천막안을 이리저리 비쳐주고있었다. 널판자로 대충짠 탁자와 통나무의자들… 방금전까지 떠들썩한 론쟁이 벌어졌음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꽁초가 가득찬 재털이까지 눈에 띄였으나 사람은 없었다.

누구인지 탁자 한끝에 허름한 수첩과 안경까지 놓고간것으로 미루어 다들 폭탄이라도 터진것처럼 허둥지둥 자리를 옮긴 모양이였다.

작은 천막안을 여기저기 휘둘러보던 중석은 부지중 천막을 받치고있는 한쪽기둥에 걸려있는 외투에 눈길이 갔다.

군용외투였다. 소위견장, 두개의 훈장과 메달… 저도모르게 의자를 넘어뜨리며 다가갔다.  

색날은 외투!… 얼음장우에서 처녀의 작은 몸을 싸안고 보냈던 중석의 외투였다.

달라진것이 있다면 외투안섶에 구리줄로 단단히 꿰매달았던 훈장과 메달을 밖으로 내단 그것뿐이였다.

거기에서는 아직도 전날의 초연과 화약내까지 풍겨오는듯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가스등불이 다시금 길게 나가누우며 몸부림쳐서야 중석은 소스라치며 몸을 홱 돌렸다.

그 순간 소리없이 들어선 키도 작고 몸매도 작은 한 처녀를 보았다.

심장이 고동을 멈춘듯한 한순간이 지나갔다.  

어룽거리는 불빛속에서 타는듯한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쳐 무시로 불꽃 방전을 일으켰다. 허나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둔 그리도 가까운 거리였건만 그들은 마치 포연탄우가 휩쓸던 교두보의 저 한끝에서부터 오늘에 이르는 멀고 먼 길을 사이에 두고있는듯 숨소리까지 죽이며 서로 마주보고있었다.

《동무였군요.》

마침내 처녀가 한말이였다. 중석은 그것을 귀로 들었다기보다 그의 입놀림으로 알아보았다.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습니다. 처녀는 얼굴이 해쓱하니 질린채로 힘들게 나서더군요. 보통 어데서나 만날수 있는 수수하고 좀 여윈듯한 얼굴이였습니다. 그러나 장담합니다만… 나는 여태 그처럼 신중하고 사색깊은 눈빛을 본것같지 않습니다. 나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우린 오늘에야 이렇게 통성을 하게 되는구만요. 난… 권중석이라구 하오.>

처녀는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뿐이였습니다. 괴로운 침묵, 그가 왜 입을 열지 않고있는지 알수 없어 나는 괴로웠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나의 두눈을 똑바로 올려다보던 그가 왼손을 쑥 내미는게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왼손입니다!…

그는 한손을 잃었던것입니다. 후에 안일이지만… 교두보의 전투때 강바닥을 기여와 얼음구멍으로 한손만 내짚고있었다는 말을 이미 했지요? 끝내 그 손은…

날카로운 아픔이 가슴을 찢더군요. 나는 처녀의 왼손을 꼭 잡았습니다. 차고도 딴딴한… 그러나 뜨거운 피줄이 툭툭 뛰는 그 손!… 정말 무슨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그제서야 처녀가 무슨 말인가 하려고했지만 입귀만 약간 실그러졌을뿐 한마디도 입밖에 내진 못했습니다.

나는 숯불처럼 타는 그 눈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이렇게 속으로 부르짖었습니다.

<됐소. 제발 잠자코있소. 이제 와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이요?!>

그 시각 나는 진정 온몸에 굽이치는 그 뜨거운 피의 흐름에 잠겨들고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맥박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더 세차고 더 강렬한 심장의 고동을 울리고있다고 믿었습니다. …

사랑을 찾아서 내 여기로 왔던가?… 그때 나의 머리속에 번개친 생각이였습니다.

아니, 아닙니다. 그게 아니였습니다.

나는 진정 위훈을 찾아서 왔던것입니다. 그러나 그때 비로소 위훈이 있는 곳엔 참된 사랑도 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럼 위훈이란 무엇일가요? 예?!…어디 말 좀 해보십시오.》

《…》

나는 대답을 서둘지 않았다.

우리는 코스모스들이 줄지어 피여있는 철뚝을 따라 걷고있었다. 좀 늦은감이 없지 않으나 여기서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권중석은 지금 어느 철도역의 선로반 반장으로 일하고있다.

평범한 직무이나 대단히 중요한 일을 맡고있다고 그는 말하군 한다.

한동안 말없이 걷고있던 우리는 먼 산굽이에서 기적소리가 울려서야 문득 생각난듯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헤여질 때가 된것이다.

그가 조용히 물었다.

《이제 그 얘기도 쓰겠습니까?》

나는 잠시 생각을 굴리다가 역시 조용히 대꾸했다.

《위훈이란 큰 사랑이 아닐가요?… 나는 그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

지금까지 단편소설 《사랑과 위훈》을 여섯번에 나누어 전부 보내드렸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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