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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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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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10(2021)년 6월 16일 《통일의 메아리》
《사랑과 위훈》(5)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정기종작 《사랑과 위훈》,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입니다.

중석은 습관되지 않은 넥타이를 쥐여당기기만 했다. 그러자 아무도 보지 못하는 중석의 그 혼란된 심정을 비틀어짜듯 넥타이는 그의 목을 더 바싹 조여대였다.

《왜 그러나?》 로동과장은 불안스러운 눈길을 그에게서 떼지 못했다.

《어디 말짼가?》

《안요. 어서 갑시다.》

순간 중석은 그 자리에 못박혀버렸다. 길 건너 맞은편 울타리곁에서 서성거리는 군복입은 처녀를 띄여보았던것이다.

《아니?!…》

심장이 흠칠 떨렸다. 작은 몸매… 그 처녀도 그렇게 작고 약했었다. …

저도모르게 그 처녀에게로 마주갔다. 가슴은 세찬 격동에 뒤흔들렸고 걸음걸이는 비틀거렸다.  

그는 군복입은 처녀가 고개를 돌려보았을 때에야 다시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그는 지나가던 제대군인처녀였다. 한순간 군복어깨우의 상등병견장에 눈길을 박았다. 가슴을 에이는듯한 쓰라림… 아니다. 교두보의 그 처녀는 소위였었다. 군관이였다!…

《저 실례지만.》 군복입은 처녀, 몸매작은 처녀상등병이 깍듯이 물었다.

《북으로 가는 렬차가 이제 몇시쯤 있는지 모르겠습니까?》

무슨 말로 어떻게 대답했던지… 마지막으로 중석은 《고맙습니다.》하는 인사말만 귀결에 들었다.

로동과장이 다가와 조심히 물었다.

《그 체넨 뉘긴가?》

《그저 군복입은 녀전사지요.》

… 먼 역두에서 기적소리가 울렸다. 흐릿한 저녁하늘에서 비방울들이 후둑후둑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뜻밖의 비구름이 들이닥칠 때 흔히 그러듯 세찬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흩날렸다.

허나 중석은 돌미륵처럼 까딱 움직이지 못했다.  

그 처녀, 얼굴도 미처 익히지 못했고 지금껏 목소리로만 알고있 는 그 처녀!… 비로소 그는 깨달았다.  

교두보에서 격전을 치르던 그날부터 중석의 가슴속에는 그 처녀가 자리잡고있었던것이다.

약속도 없다. 특별한 인연도 없다.  

다만 빈사상태에 이른 그 처녀를 자기의 군용외투에 감싸 위생차에 실어보냈다는것, 처녀를 싸안은 그 외투안섶에 두개의 훈장과 메달을 단단히 구리줄로 꿰매달았다는것, 그 훈장과 메달이 목소리로만 알고있는 그 처녀에게 교두보의 중대를 위해 바친 희생성의 표창으로 남아있게 되기를 지금껏 바라마지 않았다는 오직 그것뿐이였다.

먼 기적소리가 다시 울려왔다. 두번, 세번… 나를 부르는 소리가 아닐가? 어제날의 보병소대장을 다시 전후복구건설의 총공격전 제1선 교두보에로 손저어부르는 소리가 아닐가?…

《불현듯 나는 그날의 교두보를 또 생각했습니다. 총포성과 화염속에서 함께 싸우던 전우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포탄에 의해 구멍이 휑하던 얼음판우에 한팔만 내밀고 쓰러져있던 그 처녀도 그려보았습니다. 그들 모두가 나를 향해 소리치는것 같더군요.

<소대장동무!‐ 왜 거기 혼자  떨어져있소? 왜 교두보에서 떠났는가 말이요. 어서 오시오. 여기 복구건설의 최전선교두보로!…>

이튿날 나는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철도부설공사장쪽으로 가는 기차였지요. 나의 결심을 누구도 막지 않더군요.

나는 차창에 이마를 맞대고 노을이 타는 하늘가를 하염없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어째서 사람들은 노을이라면 그저 통털어 붉은 노을이라고만 할가?… 하고  말입니다. 사실 나에겐 그것이 피빛으로만 보이더군요.》

철길부설공사장에 도착한것은 한밤중이였다.

멀리서 불빛들이 가물거리고있었다. 폭탄구뎅이들이 듬성듬성 널린 길아닌 길을 더듬어가던 중석은 별안간 《거 누구요?》하는 거쉰 목소리를 들었다. 이번엔 또 《엎드리세요!》 하는 녀자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호각소리가 뒤따르고 사방에서 전지불들이 그를 향해 불그레한 광선의 일격을 퍼붓고있는 가운데 다시금 《엎드리세요. 동무!‐》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웬 녀자가 몸을 날려 그를 세차게 떠밀었다.

묵은 상처를 때리는 세찬 충격에 그는 그만 풀썩 주저앉았다. 그 순간 중석은 가까운데서 발파가 터지는것을 알았다.

《됐어요. 인젠 일어나세요.》

어쩐지 단번에 일어날수 없는것에 중석은 화가 치밀었다. 가슴이 쓰라렸다. 꼴 좋겐 됐군. 보병소대장, 이렇게 영영 주저앉을셈인가?!…

《어디 다치지 않았어요?》

《괜찮소.》

아픔을 참으며 가까스로 일어났다.

《지휘부가 어디요?》

《지휘부요?… 제가 같이 갈가요?》

《아니, 그저 어디 바룬지 그것만 대주오.》

천천히 숨을 돌려가며 지휘부까지 갔다.

물론 그곳에서는 키가 큰 중석의 부리부리한 눈빛이며 투박한 말투까지도 마음에 들어했다. 그가 제대군관이라는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건설대의 대대장(박격포신처럼 다부진 사람이였다.)은《좋소. 아주 제때에 찾아왔소.》하고나서 《그래 무슨 일을 해보겠소. 보병소대장?》하고 물었다.

중석은 그 억양만으로도 그 역시 제대군관이라는것을 짐작했다.

《아무 일이든 좋습니다.》

《그럴테지. 그럴줄 알았소.》

대대장은 대뜸 송수화기를 들더니 군대식으로 몇호초소를 대라고 명령했다.

《기사동무요? 동무의 소원을 당장 풀어주게 됐소. 그럼!… 보병소대장으로 싸우던 동무요. 소환된 굴진소대장 후임으로 보낼가 하오. 후리후리하구 잘 생긴 미남자요. 아니 뭐라구?》

그는 중석이를 향해 한눈을 찡긋했다.

《처녀기사가 미남자는 싫다누만.》

《그만두십시오.》 중석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뭐 나두 처녀밑에서 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저런!… 아니, 그 처녀기사가 어떤 동무게 그러오? 대학을 나오자바람으로 우리 차굴공사를 맡았소. 아, 동무한테 하는 소리가 아니요.》

그는 중석에게 열심히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아니, 뭐라구? 벌써 만나봤단 말이요? 원 저런!‐그럼 그렇게  하지.》

대대장은 중석에게 송수화기를 내밀었다.

《받소. 바꿔달라누만 할말이 있다면서.》

송수화기를 받아들자 찌륵찌륵 공명판을 울리는 소음이 나더니 갑자기 무던히도 귀에 익은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아까는 참, 실례했어요.》

《?!…》

><

지금까지 단편소설 《사랑과 위훈》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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