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8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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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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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9월 4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5)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입니다.

8

 

찬수는 울분에 넘치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휘청휘청 운동장을 걸어나왔다.

륙상선수들이 쉬고있다가 찬수에게 인사를 했으나 고개를 수그린채 학생들앞을 지나치며 그는 그저 형식적으로 답례를 했다.

음악실에서는 합창련습을 하는지 맑은 노래소리가 울려나왔다.

순진하고 명랑한 처녀들의 아름다운 노래소리! 그것은 이미 자기와는 아무런 관계없는 딴세상에서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교문을 나서서 높은 돌담밑 모래밭길을 걸어가는 그의 발길에는 락엽이 한잎두잎 짓밟히여 부서졌다.

찬수는 그 락엽이 마치 오늘의 자기를 상징한것 같았다. 그는 흡사 긴 악몽에서 깨여난 사람처럼 머리가 뗑하고 어지러웠다.

그는 새삼스럽게 이 학교에 취직했던것이 후회되였다.

자기가 미술가를 지망하던 어린 소년시절의 순진했던 리상이 오늘날 와서 이렇게까지 자기의 마음에 치명상을 입힐줄은 꿈에도 몰랐던것이다.

학비가 없어서 중학에 입학이 되고도 중도퇴학을 하고말았으면 그대로 운명에 맡기여 로동을 하든지, 농사를 짓든지 할 일이지 무슨 주제넘게 미술가가 되여보겠다고 열여섯살에 간도 크게 부모를 속이고 일본 도꾜로 건너갔던가!

8. 15해방직전까지도 갖은 고생을 해서라도 미술가가 되여 돌아오겠다고 결심하고 3년동안이나 신문배달을 해가며 고학으로써 어떤 화가의 개인미술연구소에서 야간교수를 받아온 자기, 다행하게도 처녀작이 전람회에 입선이 됨으로써 일약 신진화가로 등장할수 있었던 자기! 그러나 그것이 오늘날 와서 마리야녀학교의 교장이하 간부교원들로부터 인격적모욕을 당하고 멸시를 받으며 억울하게 면직처분을 당하기 위하여 쌓아온 노력이였던가?

차라리 이 학교에 교원으로 취직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뼁끼묻은 로동복을 입고 간판쟁이로동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아니꼬운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는 자기를 이 학교에 소개해준 소학교시기의 은사이며 지금은 서울에 올라와 건축설계사로 있는 지선생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또 그가 원망스럽기도 했다.

지선생이 써준 소개장과 자기 리력서를 가지고 교장 김치선을 찾아오던 날 그는 아주 친절한 태도로 찬수를 대해주었던것이다.

《에- 내가 지성근선생을 믿는만큼 홍선생을 믿겠소. 부디 지성근선생에게 루가 끼치지 않도록 해주시오.》

김치선은 그때 이렇게 점잖게 말했고 찬수에게 몇가지 부탁을 했던것이였다.

《홍선생두 알겠지만 우리 학교는 그리스도교학교요. 원래 교직원채용은 신자가운데서 하는것이 원칙이요. 그러니 홍선생두 이 기회에 신자가 되시오. 그리고 매주마다 례배당에 나오시오.》

《네.》

찬수는 취직할 욕심에서 그저 선뜻 대답을 했다.

그러나 그후 그는 처음 몇주는 부지런히 례배당에 나갔지만 차차 한번두번 빠지게 되고말았다.

례배당에 나오는 교원들이란 간부교원 7~8명 이외에는 별로 없었고 학생들도 기숙사에 들어있는 학생이외 통학생들은 잘 참가하지 않았다.

교장 김치선은 례배당에 잘 안 나오는 학생들과 교원들의 명단을 작성해놓고 직원회의가 있을 때에는 의례 《약국에 감초》격으로 그 문제를 한몫 넣어 교직원들의 《신앙의 자유》에 대하여 억압하고 강요했던것이다.

그러나 물리, 화학이나 수학이나 박물학과 같은 과학계통의 학과를 담당한 교원들이나 급이 낮은 말석교원들속에는 그렇게 충실하게 교장의 지시에 복종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찬수는 결국 교장의 지시에 충실하지는 못했다.

김치선은 이런 교원들을 《요시찰명단》에 기입하고 은근히 거동을 살피기 시작했던것이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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