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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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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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27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1)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열한번째시간입니다.

6

 

수화기를 떼여놓고 숙직을 하고난 찬수는 여전히 머리가 뗑하고 얼떨떨했다.

더구나 숙직실 한쪽귀퉁이에 종이에 덮인채 그대로 놓여있는 두개의 음식쟁반이 눈에 띄우자 그는 기분이 또 불쾌해졌다.

찬수는 거리로 나와 아침을 사먹고 다시 학교로 들어갔다.

첫 시간 종이 요란스럽게 울었다.

그는 어제 채 끝내지 못한 전람회장을 꾸리려고 본관 강당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학생 하나가 급한 걸음으로 찬수앞에 나타나더니 가볍게 인사를 했다.

《저… 선생님! 지금 곧 교장실로 오시래요.》

《음.》

찬수는 좀 이상스런 예감이 들었으나 하던 일을 중지하고라도 가지 않을수 없었다.

교장실에는 교장이하 교무주임, 훈육주임, 사감, 가사선생 등 간부교원 7~8명이 쭉 모여앉아있었다.

《홍선생, 어서 앉으시오.》

교장 김치선은 안락의자에 버티고 앉아서 찬수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찬수는 이 순간 어떤 불길한 예감이 번개처럼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빈 의자에 가만히 앉았다.

모여앉은 간부교원들은 모두다 긴장된 얼굴로 찬수를 흘끔흘끔 흘겨보는것이였다.

해일이 일어나기 전의 고요한 순간과도 같이 잠시동안 납덩이같은 침묵이 흘렀다.

잠간 동안을 두었다가 김치선이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자, 그럼 지금부터 긴급회의를 시작합시다. 오늘 긴급회의는 별다른것이 아니라 간단히 말하자면 어제 밤 홍선생이 미군장교를 모욕하고 폭행을 가한 문제, 또 숙직중에 교장의 지시를 반대하고 어떤 선동적인 전화를 한 사실 등에 대해서 토의하고 그 대책을 취하자는게요.》

찬수는 돌발적인 교장의 발언에 참을수 없는 분격이 불끈 솟아올랐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억제하면서 먼저 일어나 말을 꺼내려고 했다.

김치선은 뱁새와 같이 작은 눈으로 찬수를 쏘아보면서 《홍선생은 가만히 앉아있소. 이 회의는 홍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모인 회의가 아니니깐…》 하고 언권을 주지 않았다.

찬수는 기가 막히였다. 흥분된 기분을 도저히 억누를수 없었기때문에 그는 언권을 얻지 못했지만 불쑥 일어났다.

《교장선생님,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나는 어제 밤 미군장교를 모욕하지도 않았고 또 폭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사실이 증명하지 않습니까?》

평소에 별로 말이 없고 온순한 사람으로 정평이 났던 찬수에게서 전에 보지 못한 흥분된 표정을 본 간부교원들은 의외로 긴장되지 않을수 없었다.

이윽고 교무주임 윤성오가 입을 열었다.

그는 김치선과는 반대로 키도 크고 몸집도 뚱뚱한 40살가량 된 사나이다. 이마는 훌떡 벗겨지고 머리칼은 듬성듬성 나있었다. 코는 우뚝하고 넙적스름한 얼굴에는 개기름이 주르르 흘렀다. 어글어글하게 불거진 큰 눈에는 심술과 오기가 넘쳐흘렀다. 아래우에 사치스러운 하늘빛양복을 입은 그는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앉은 그대로 입을 벌리기 시작한것이였다.

《홍선생의 어제 밤의 행동은 엄중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한국에 주둔하고있는 미군에 대한 모욕입니다. 뿐만아니라 우리 마리야녀학교 교원으로서는 할수 없는, 해서는 안될 탈선행동입니다. 이 얼마나 우리 학교의 위신저락입니까? 손님을 초대해다가 기껏 성대하게 연회를 잘했는데 홍선생이 결국 망쳐먹었다 그겁니다. 이 얼마나 분한노릇입니까? 왜 무슨 까닭에 다른 선생들은 가만히 있는데 홍선생만이 유독 뛰여들어 미군장교에게 폭행을 가하고 모욕을 주었는가? 이것은 로골적인 반미사상의 표현이며 당국교육정책에 대한 반기가 아니고 무엇입니까? 더구나 상대방이 유엔군사령부의 스틸맨대좌가 아닙니까? 나는 오늘 이 회의에서 홍선생의 사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성오는 입술을 씰룩거려가며 찬수에 대하여 날카로운 비평을 가하려 하였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열한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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