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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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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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21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8)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여덟번째시간입니다.

 

찬수는 오늘 밤 웬 일인지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기분이 몹시 우울해졌다.

박로인이 연회장을 구경하고 와서 서글프게 탄식하는것이라거나 한숙경이 역시 의분을 참지 못한채 퇴근해버린것을 생각할 때 그는 오늘밤 숙직당번이 된것이 더욱 기분이 불쾌했다.

《아, 선생님! 신문만 들여다보시지 말고 나가 구경 좀 하다 오십시오! 아주 료리집이나 캬바레 같습니다.》

박로인은 연방 찬수에게 권했으나 찬수는 입을 다문채 구경갈 생각이 없는듯 이윽고 무게있는 어조로 《그까짓것 구경해 뭘 합니까. 령감님 말씀대로 눈허리가 시여 못 볼걸…》 하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실말이지 선생님은 숫제 보시지두 마십쇼. 하두 기가 막혀 나가보시라고 한거지요. 난 선생님이 이 학교에 오신지는 얼마 안되지만 선생님이 어떤분이란건 대강 짐작됩니다. 만일 선생님이 저 꼴을 보시면 아마 그대로 보고계시지는 않으시리다. 그저 저 란장판을 학부형들이 와서 봐야만 할텐데… 에익.》

박로인은 다시 벌떡 일어나 밖으로 휙 나가버리였다.

소강당쪽에서는 박수소리와 함께 웃음소리가 요란스럽게 흘러나왔다.

찬수의 귀엔 그 박수소리와 웃음소리가 자기와는 인연이 먼 딴세상에서 들려오는것이라고 생각되자 더욱 불쾌하고 침울하였다.

이윽고 한참만에 연회가 끝난 모양인지 운동장쪽에서 자동차발동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복도에서 바쁜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더니 박로인이 헐레벌떡거리며 숙직실로 뛰여들어왔다.

《아, 선생님. 좀 나가봅쇼. 양코들이 글쎄 녀학생들을 끼고 나와 자동차에 태워가려 합니다그려.》

《뭐요? 학생들을?》

찬수는 갑자기 놀라며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운동장에서는 한대, 두대… 자동차들이 움직이며 정문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유… 선생님… 선생님…》

아직 움직이지 않고있는 자동차부근에서 어떤 녀학생의 비명이 들리였다.

찬수는 번개처럼 그쪽으로 뛰여갔다.

어떤 미군장교녀석이 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녀학생 하나를 자기 자동차에 강제로 태워가려는 순간이였다.

《노꿋! 노꿋!》

찬수는 왈칵 달려들어 미군장교녀석의 손을 뿌리치고 녀학생을 차에서 끌어내리였다. 그는 바로 영옥이였다.

《까뗌! 까뗌!》

녀학생을 빼앗긴 장교녀석은 찬수에게로 덤벼들며 후려갈기려 하였다. 그러나 찬수가 재빨리 비켜서는 바람에 그놈은 제풀에 나가 쓰러져버렸다.

술에 취했기때문에 맥없이 쓰러져버린것이였다. 그놈은 정신을 차리더니 다짜고짜 권총을 뽑아들고 찬수를 향하여 란사했다.

팡- 팡팡-

권총소리가 운동장을 요란스럽게 울리자 연회에 참가했던 교장이하 교원들이 당황히 모여들기 시작했다.

술에 취한 그놈의 권총알은 가까운 거리였으나 다행히도 찬수에게 명중되지는 않았다.

찬수는 치가 떨려 그 자리에서 얼른 물러나려 했으나 어느 틈에 교장 김치선이가 나타나며 《아니, 홍선생. 이게 웬 일이요? 학교체면두 봐야지. 미국손님한테 무슨 실례의짓이요?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선물들을 주기로 했는데 홍선생이 주제넘게 뭣하러 나서서 말리는거요?》 하고 불쾌한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그리고는 땅에 쓰러진 장교놈을 일으켜 흙을 털어주었다.

《미스터 김, 아까 그 녀학생 찾아주시오! 빨리빨리 찾아주시오! 그 녀학생 나 좋아합니다. 오늘 밤 프레센트(선물) 많이 주어 도로 보내겠습니다. 어서 찾아주시오!》

장교놈은 철면피하게도 김치선에게 애원하였다.

《예쓰, 예쓰.》

김치선은 장교놈의 청을 거부할수가 없었던지 녀학생을 찾으려 돌아섰다. 그러나 녀학생은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김치선은 당황한 태도로 잠간동안 무슨 계책을 생각하더니 어느덧 기숙사쪽으로 발길을 다그쳤다.

숙직실로 돌아온 찬수는 몹시 흥분된채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는 어느 틈에 영옥이의 환영이 눈앞에 어른거리였다. 아슬아슬한 순간에 구원은 했으나 과연 무사히 집에 돌아갔는지? 몹시 궁금하고 불안스러웠다.

얼마 지난 뒤였다. 고요해진 복도를 바삐 걸어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리였다. 그것은 박로인의 발걸음소리였다.

《선생님, 어서 밖에 좀 또 나가보십쇼. 본관모퉁이에서 영옥이가 아마 울고있는것 같습니다.》

박로인은 더 자세한 말을 하지 않고 찬수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장편소설《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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