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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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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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11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3)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마리야녀학교

2

 

가사실습장으로 돌아온 영옥은 최보배가 분담해준 허드레일을 하는 《허드레반》에 끼우게 되였다.

40~50명이 넘는 동급생들은 교실로, 주방으로 허드레일을 하는데로 바쁜듯이 들락거리였다.

그러나 실상 힘든 일을 맡아하는 학생들은 불과 10여명안팎이였다.

《허드레반》 학생들은 영옥이와 마찬가지로 오늘 내야 할 실습비추가액을 못 낸 학생들이였다.

영옥에겐 닭을 잡아 내장을 꺼내는 일이 배당되였다.

그는 여직껏 이런 잔인하고 끔찍한 일은 자기 집에서도 해보지 않았기때문에 자신이 생기지 않았거니와 실습비를 내지 않았다고 해서 《닭백정》노릇을 시키려는 가사선생의 심보가 너무도 밉살스러웠다.

그러나 영옥은 자기에게 맡겨진 이 분업을 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닭의 날개죽지를 틀어잡으려 했으나 닭이 발악을 치고 두발로 후비는통에 그만 겁을 집어먹고 손을 놔버렸다. 닭은 어느덧 운동장쪽으로 도망치고말았다.

《아니 얘! 너 닭 한마리두 못 죽이는 주제에 왜 그리 실습을 회피하니?》

최보배가 실습장에서 뛰여나와 핀잔을 주더니 이번에는 포크와 나이프와 숟갈을 닦는 일로 바꾸어 맡기였다.

영옥은 수백개가 넘는 그것들을 받아서 약가루로 닦기 시작했다.

한사람의 일로서는 분량이 너무도 많았으나 가사선생에게 직접 항의를 제기할 용기는 나지 않았다.

시장에서 사들여온 남새를 다듬어 씻는 일, 생선의 배를 갈라 씻는 일, 가마솥에 불을 때는 일, 쌀을 씻어 이는 일 등… 《허드레반》 학생들은 한풀 기가 죽어 묵묵히 고개를 수그리고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가사교실에서는 료리법문답이 시작되였다.

오늘 밤 열리는 기념연회에 내놓을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그동안 배운 고급료리법을 통털어 실습하기로 된것이였다.

《허드레반》에서 일을 하는 학생들은 문답에 참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전히 자기에게 맡겨진 일들만 했다.

더구나 최선생이 그들을 불러들여 다른 학생들과 함께 문답에 참가시키지도 않았다.

《힝, 료리만드는 법 몰라서 료리 못해먹을라구. …》

《얘, 정말 오늘 일복 만났구나. 이놈의 신선로는 언제나 내가 닦긴가?》

《정말 아니꼽구나. 실습비 못 낸 죄로 이렇게 막 차별을 해서 힘드는 일거리는 모조리 우리한테만 맡기는 법이 어디 있담.》

《허드레반》 학생들은 서로 불평을 하면서 수군거리였다.

때마침 복도쪽에서 실습장으로 선뜻 들어서며 《허드레반》작업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다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교장 김치선이였다.

50이 가까운 그의 얼굴에는 무테안경이 걸려있고 호리호리한 체격에 회색빛 마카오제신사양복을 입었다.

영옥을 비롯한 《허드레반》 학생들은 수군거리던 말소리를 뚝 그치고 일제히 일어서며 인사들을 했다.

김치선은 답례를 할 생각은 않고 안경너머로 그들을 훑어보고는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허드레일두 배워야 해. 너희들이 앞으로 부자집으로 시집을 가서 식모와 하인들을 부려먹드래도 일을 알고 부려먹어야 잘 부려먹는거야. 오늘 실습비 못 냈다고 허드레일을 시키는건 아니니깐 오해해서는 안돼!》

학생들은 아무도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윽고 김치선은 가사교실로 들어갔다. 료리법강의는 잠간 중단되였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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