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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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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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8월 7일 《통일의 메아리》
동틀무렵(1)

장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엄흥섭작《동틀무렵》,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마리야녀학교

                                           1


인왕산 락맥 비탈진 언덕배기에는 한길이 넘는 돌담으로 넓게 둘러싸인 대여섯채의 검붉은 벽돌 서양집들이 두드러지게 드러나있다.

세운지 거의 반세기가 넘어보이는 중고식건물들은 그 건축양식이 낡고 구식이긴 하나 돌담밖으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게딱지같은 양철지붕들과 다 찌그러진 궤짝과 같은 판자집들을 내려누를듯이 너무도 크고 웅장하며 위엄있게 보이였다.

돌담안에는 뺑 돌아가며 쭉쭉 뻗어올라간 말쑥한 뽀뿌라나무들이 늦은가을 아침바람에 단풍든 나무잎을 한잎두잎 휘날리며 넓은 마당우에 긴 그늘을 던져주고있다.

돌담 정문에는 파란 뼁끼를 칠한 쇠창살문이 활짝 열려져있고 바른편 돌기둥에는 《마리야녀학교》라는 붓글씨로 쓴 구형청동간판이 걸려있다.

회가루로 줄을 쳐놓은 운동장에서는 륙상경기훈련을 하는 학생들의 경쾌한 모습이 눈에 띄우고 본관옆에 붙은 음악관에서는 피아노소리가 둥당둥당 울려나왔다.

음악관과 나란히 선 특별관내 미술교실에서는 여러명의 녀학생들이 그림을 들고나와 본관 강당으로 운반하고있었다.

본관 교실들은 아래층, 웃층 할것없이 일제히 유리창들을 닦으며 책상과 의자를 들어올려놓고 수선스럽게 청소를 하는 등 전에 볼수 없는 대청소가 이른아침부터 시작되였다.

설립 60년 기념식을 앞둔 이 녀학교에서는 벌써 여러날째 정식 수업을 중지하고 학생이나 교원들이 총동원되여 기념행사준비에 바삐 서둘렀다.

미술교원 홍찬수는 학생들과 함께 그림틀들을 본관 강당으로 옮겨놓고나서 전람회장을 꾸리려고 미리 작성해둔 작품배치계획표를 가져오려고 다시 미술교실로 돌아왔다.

미술교실에서는 학생 하나가 창문앞에 화판을 세워놓고 그림을 그리고있었다.

그는 찬수가 교실에 들어오자 붓을 멈추며 가볍게 인사를 한다.

《아니, 영옥이! 그 그림에 더 손질을 해?》

찬수는 의외로 놀란 표정을 하였다.

《암만해두 음영관계가 잘 나타나지 않아서 그래요. 여기 좀 봐주세요, 선생님!》

영옥은 방그레 웃으며 말했다.

전교 900여명 학생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미술실력을 가진 영옥이가 자기 그림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전람회장을 꾸리는 날에까지도 자기 작품에 붓을 더 대고있는 모습에 찬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솟아올랐다.

그는 어느덧 영옥이곁으로 다가갔다.

《음, 역시 좀 부족한데가 있어.》

찬수는 붓에 채색을 묻혀들고 자기 손으로 몇군데를 가필해주면서 설명하였다.

《목적물의 음영관계는 기후, 광선, 주위물체들의 반사관계를 잘 고려해야 되니깐…》

《그렇지만 선생님 필치처럼 돼야 말이죠. …》

영옥은 찬수의 채색다루는 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내 필치처럼 돼서야 되나, 내 필치보다 훨씬 우수해야지.》

《아이유, 선생님두…》

영옥과 찬수사이에는 잠간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선생님!》

《음?》

《전… 어떻게 했으면 좋아요? 네?》

영옥이의 얼굴에는 약간 불안과 초조한 빛이 떠올랐다.

《왜?》

《…아버님께서 미술을 전공하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시니 말이예요.》

《글쎄, 아버님께서 계속 그러신다면 그것두 곤난한 일이야. 그러나 문제는 영옥이의 결심여하에 달렸어! 모든 난관을 뚫고 전공하도록 해야지. …》

찬수는 붓을 움직이면서 점잖게 말했다.

《그렇지만 상급학교는 더 못 갈것 같아요.》

영옥의 말소리는 이 순간 실망에 잠기였다.

《…꼭 미술학교를 가야 미술가가 되는건 아니니깐 실망할것은 없어.》

찬수는 부드럽게 영옥을 격려해주었다.

《언제 한번 선생님께서 저의 아버지한테 말씀 좀 해주세요!》

영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간청하였다.

《음.》

이때 별안간 문두드리는 소리도 없이 교실문이 왈칵 열리며 하얀 앞치마를 입은 녀선생 하나가 나타났다.

《아니 영옥이, 너 여기 와있었구나. 오늘 상급생은 가사실습인줄 알면서 왜 여기 와있니? 어서 가지 못해? 실습비를 못 냈으면 일하기로 된걸 모르니? 왜 땡땡이를 부리니? 어서 가!》

녀선생은 화를 왈칵 내며 표독스럽게 고함을 꽥 질렀다.

영옥은 당황한 태도로 찬수앞을 물러났다.

 

지금까지 장편소설 《동틀무렵》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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