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첫페지/ 북녘의 오늘/ 주요방송기사/ 방송극/ 보도/ 아시는지요?/ 문예물/ 동영상/ 사진/ 유모아와 일화/ 꽃망울실/ 청취자마당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주체105(2016)년 6월 22일 《통일의 메아리》
녀교수의 증언(1)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김호성작 《녀교수의 증언》, 오늘은 첫번째시간입니다.

 

                                               1

유엔식량 및 농업기구(FAO)본부가 자리잡은 로마에서 비행기에 몸을 실은 김일순은 푸른 하늘을 날고있다. 흰구름아래로 누런색을 띤 땅과 수림, 호수들이 보인다. 승객들은 자기들의 시야가 엄청나게 넓어진데서 오는  환성을 터뜨리며 들뜬 기분으로 유쾌한 이야기를 끝없이 나누지만 김일순은 무심한 시선을 시창에 보낸채 주위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돌리지 않았다, 중년기의 녀인들이라면 화장에 신경을 쓰려만 그의  얼굴에는 바르거나 그려붙여놓은 흔적이란 하나도 없다. 창백하게 느껴지는 기름한 얼굴, 약간 쳐들린듯 한 코마루와 움직일줄 모르는 눈동자의 초점은 도고함과 함께 찬 기운을  풍기고 가볍게 다물린 고운 입매조차 얼굴전체가 던지는 그늘로 하여 이상야릇한 절제감을 느끼게 한다. 미간의 잔주름만이 이따금 넓어졌다 좁아지군 하면서 심리의 숨결을 내비친다. 6년간 FAO에서 일하다 돌아오는 김일순이다. 생물세포공학계 권위있는 학자인 그는 실천을 통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것외에는  그 무엇도 믿지 않는 녀자였다. 유전자의 배렬로 이루어진 세포와 세포의 결합으로 존재하는 생명체가 자연을 이루고 사회를 형성했다고 간주하는 다원주의의 신봉자, 종족과 민족, 국가와 국가간의 마찰과 분쟁까지도 갑작변이의 현상으로 분석하는 생물공학주의자이다. 인간에게 유익한것이 있다면 오직 과학뿐이라고 단정하는 여기에 온갖 사회적현상의 본질을 옳게 파악하지 못하는 그의 본질적약점이 깊숙이 자리잡고있었지만 자신을 인식하려고조차 하지 않았다. 

《부인, 위스키를 마시지 않겠습니까?》

곁에 앉은 은발머리사나이가 스코틀랜드방언이 섞인 영어로 친절하게 묻자 김일순은 고맙다고 고개만 끄덕여보일뿐 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동양녀인의 랭담에 어깨를 으쓱한 사나이가 위스키를 한모금 마시고나서 그냥 지분거렸다.

《세상남자들은 누구나 동방녀인을 좋아합니다. 그...사실은 일본녀성을 말입니다.》

《어서 가세요, 그 섬나라 녀자들한테로, 부디 돌아갈 비행기표값을 남겨두고 말입니다.》

김일순은 영어로 타이르듯 말하고나서 미간을 찡그렸다.

술냄새만 맡으면 불쾌감이상의 신경질을 부리는 그였다.

《괴벽한》 그 성미로 하여 친근한 외국벗들에게까지 얼마나 무례한 인상을 주군 했는지 모른다. 인간의 높은 지성과 도덕적행위가 반드시 정비례하는것은 아니였다. 김일순은 자기 성격의  약점에 대해 늘 뒤늦게 깨닫고 후회하지만 이미 굳어진 타성임을 부인하지 않았다. 곁에 앉은 사내가 풍기는 술냄새때문에 저도 모르게 어깨를 옹송그린 그는 눈을 감으며 등받이에 몸을 기대였다. 뇌수라는 광야에서 명상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흘러간 인생의 여러가지 사변들이 락엽인양 여기저기 날려가고 날려온다.  맥락이 닿지 않는 토막진 일, 세부들이 언뜻언뜻 추억의 언덕너머에서 숨박곡질을 하더니 하나의 생동한 화폭을 펼쳤다. 

....여기저기 되는대로 솟아난 버럭산, 그사이로 난 울퉁불퉁한 버럭돌길, 맨발로 달려가는 애어린 소녀, 바람에 날리는 탄가루... 숨막히는 대기속을 헤치며 마침내 자기 집 마당에 이른 소녀는 폴싹 주저앉기라도 할듯 멎어버린다.  토방에서 세살잡이 남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술에 취한 아버지가 탄덩이같은 주먹을 쳐들고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나...나때문에 이 꼴로 산다는거야? 죽어라, 다...다 죽어 없어져야 고달픈 심사도 숨을 거둔단 말이다!...》

굴뚝모퉁이까지 쫓겨간 어머니는 두손으로 저고리고름을 쥔채 소리없이 울고있다. 머리채가 다 풀어헤쳐졌다. 하루세끼 죽먹듯 하는 아버지의 술주정에 편안한 날이 없는 어머니였다.

돌막집을 허물어내칠 기상인 아버지는 술에 풀어진 눈동자로 정신을 잃고 허둥거리며 어머니만 찾는다.

《어데 있어? 날 데려다 눕혀라. 망할 년같으니...》

주먹을 쳐든 아버지가 다시 어머니를 향해 비칠거리며 걸어가자 김일순은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가 앞을 막았다.

《엄마를 때리지 말아요! 아버진 나빠,나빠! 죄없는 우리 엄마를 왜 때리나요?》

딸의 울부짖음앞에서 아버지는 두눈을 부릅뜨고 내려다보다가 하늘로 뻗쳤던 주먹을 맥없이 내렸다.

《우리 엄마?... 난 누구냐? 아버지다. 아버지라고 불러라!》

《싫어! ... 아버진  나빠!》

《허-허허허...어어어...》

아버지는 바들바들 떨며 선 어린 딸을 굽어보며 꾸역꾸역 속에 찬 울화를 토하고 부엌문앞에 털썩 주저앉아 두손으로 머리만 쥐여뜯었다.

그해 가을 아버지는 탄광일을 하다가 굴이 무너져 술을 더이상 마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어느 하루 그 아버지로 해서 울지 않은적이 없었지만 아버지없는 집은 허전했고 그때문인지 몰라도 어머니마저 병들어 누웠다. 림종을 앞둔 어느날 어머니는 딸을 머리맡에 앉히였다.

《일순아!》

《엄마!》

《우리 일순이... 엄마가 머리 빗겨줄가?》

참빗을 찾아든 어머니는 간신히 일어나앉았다.

《고운 내 딸아, 엄마 말 잘 듣지?》

《일순아, 아버지를 원망하지 말아라, ... 아버진 좋은분이시다.》

그 말이 일순에게는 곧이들리지 않았지만 어머니 말이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안고 마지막으로 머리를 빗겨준 어머니는 사흘후에 눈물로 산 세상과 리별하였다. ...

 

 

지금까지 단편소설 《녀교수의 증언》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시간이였습니다.

 

 

 

감 상 글 쓰 기
:
:
:
:
:  protect_autoinse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