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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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9월 9일 《통일의 메아리》
민족의 얼 (32)

장편실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원주, 리원갑 작 《민족의 얼》, 오늘은 서른두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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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극로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발기인 108명이 만장일치로 가결했는데 그건 리선생의 기왕의 업적을 바로 평가한거지요. 이번 사전편찬사업에도 리선생의 큰 기여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하하, 감투를 하나 씌워놓고 돈을 내라는 말이군요.》

《하하하, 말하자면 그렇지요.》

둘은 기탄없이 속을 터놓고 시원히 웃었다.

《그런데 나는 사회사업에 돈 몇푼 희사하고는 크게 떠드는 그런 눅거리독지가가 되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의 궁한 처지에서는 그런 독지가라도 많기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리극로는 여전히 우스개삼아 말했지만 리우식은 이미 웃지 않았다.

《사전편찬이란 장기간에 걸치는 방대한 사업이니 누구 한사람이 돈 몇천원 한번 내서 해결될 일이 아니지요. 108명의 각계 인사들이 사전편찬회를 뭇듯이 뜻있는 자산가들로 사전편찬회 후원단체를 무어야 하지 않을가요?》

《아아, 옳습니다!》하고 리극로가 환성을 질렀다.

《리선생은 사전편찬회 회장으로서 벌써 중대한 문제를 구상하고계셨군요.》

《허, 너무 추어올리지 마십시오. 이 후원단체를 뭇는데도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사전편찬에 돈을 대는걸 주저하지 않을수는 있어도 그 후과를 념려하는 경우도 있을수 있습니다. 조선어연구회가 하는 우리 말의 정리와 통일이 조선어를 말살하려는 왜놈들에게는 눈안의 가시같을겁니다. 그러니 조선어연구회활동에 협력했다가 화나 입지 않을가 하고 생각할수도 있지요. 제 돈을 써서 좋은 일을 하고 욕을 보려 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리극로의 얼굴이 흐려졌다.

《리선생의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습니다. 참 기가 막힙니다. 왜정치하에서는 조선사람이 조선사람을 위한 일에 돈을 쓰기도 돈을 받기도 어렵지요. 그러니 민족을 위한 모든 일이 정체되고 이어가기 어렵지요.》

리우식이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 생각엔 후원단체를 비공개로 꾸리고 그 명단을 일체 비밀에 붙였으면 하는데 어떨가요?》

《나는 리선생의 심사숙려에 감복할따름입니다. 그런데 리선생은 언제쯤 서울에 가겠습니까?》

《후원단체일때문에라도 곧 가겠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다. 이튿날 빈손으로 서울에 돌아가는 리극로에게는 근심만이 더해졌다. 비공개후원단체를 꾸리는게 헐하지도 않고 날자도 상당히 걸릴것이다. 그것을 꾸릴 동안은 사전편찬위원들이 무엇을 먹고 어디서 무엇을 가지고 일한단 말인가? 참을성도 많고 비위도 좋은 리극로지만 사전편찬과 같은 큰 사업을 사회유지들에게 동냥질하는 방법으로 운영해갈수는 없었다.

사전편찬을 시작한지 반년도 못되여 편찬위원들이 모여앉아 사전편찬을 당분간 쉬기로 결정하였다. 그 주되는 리유는 철자법과 표준말을 통일하지 못하여 사전원고를 각인각색으로 써서 도저히 수습할수 없으며 이 모순이 날이 갈수록 더 심해져서 온전한 사전을 만들수 없다는것이였지만 실은 재정난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는것은 두말할것도 없다.

사전편찬사업의 첫 실패는 리극로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108명의 발기인에 의한 사전편찬회의 구성이라는 큰 성과에 들떠서 재정적안받침도 없이 무모하게 사전편찬에 착수한 자신의 일을 두고 가슴아프게 뉘우치지 않을수 없었다. 사전편찬사업은 걸어서 만주까지 가는 그런 의지력만으로는 이끌어갈수 없었던것이다.

바로 이 좌절의 시기에 리극로는 생각도 않던 만주려행을 하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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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실화소설 《민족의 얼》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서른두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