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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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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18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7)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교수의 이야기》,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입니다.

 

6

 

기연은 때로 인생이란 나그네의 덧없는 걸음이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군 했다한 고개를 넘어서면 또 다른 고개가 기다리는.

최민웅의 해임이라는 《고개》를 넘자 이번에는 제자들의 항변이라는 《고개》가 앞을 막아섰다.

3일전 그는 특별강연에 출연했었다지난 시기 과학기술발전에 낯을 돌리지 않은탓으로 국력이 약해져 끝내는 왜놈들에게 나라를 빼앗겨야 했던 민족의 비참한 운명에 대하여 그리고 해방조선의 미래를 떠메고 나가야 할 대학생들의 사명감에 대하여 기연은 절절한 어조로 설명했다.

얼마동안은 청중이 연설을 주의깊게 들었었다그러나 연설이 중간부분(여기에서 기연은 발전된 미국의 방조속에 건국을 해야 한다고 력설했다.)에 이르자 학생들은 바람을 맞은 숲처럼 와슬렁거렸다.

예견치 못한 일이여서 당황했다그때 처녀애처럼 곱살하게 생긴 한 학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한가지 질문하겠습니다선생님은 방금전에 미국이 우리를 도와줄것이라고 하셨는데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이미 자신을 수습한 기연은 태연자약하게 대답했다.

…미국은 《해방자》다해방이란 한 민족이 외래침략자들의 지배와 예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된다는것을 의미한다우리는 지금 부강하고 문명한 독립국가를 세울것을 바라고있다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조선을 《해방》시킨 미국이 우리의 건국을 도와줄것은 당연한 리치이다이것은 학생의 질문에 대한 충분한 대답으로 된다고 생각한다.

고집이 센 학생이였다.

《학부장선생님의 말씀대로라면 미국은 남조선에서 북조선과 같은 민주주의시책들을 실시해야 할것입니다왜냐하면 그것은 건국사업에서 관건적자리를 차지하기때문입니다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농촌에는 여전히 지주들이 거들먹거리며 농민들의 피땀을 짜내고있고 영등포방직공장같은데선 우리의 누이동생들이 해방전과 다름없이 고역에 시달리고있습니다지금까지 미국은 숱한 법령을 발포했지만 거기에 조선의 건국을 도와주는 조항이 어디 하나라도 있습니까?… 지난해 8월 미군정법령 제102호로 발포된   <국대안>만 봐도 그렇습니다미국은 말로는 남조선의 교육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어째서 방학기간에 불의에 그것을 발포했으며 왜 미국사람을 대학총장으로 임명했습니까그 속심이 <국대안리사회>를 통해 남조선교육행정전반을 저들의 손아귀에 완전히 틀어쥐고 왜놈들과 같은 식민지교육정책을 실시하려는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연은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자기는 여태 《국대안》문제를 그런 각도에서 분석해보지 못했던것이다비로소 그는 자신과 학생들의 사고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음을 깨달았다그러자 연설을 처음 시작할 때 몸에 넘치던 자신심(그는 연설로써 학생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 돌려세울수 있다고 생각했었다.)이 물먹은 소금처럼 스르르 녹아버렸다.

《학부장선생님!

학생은 돌진하듯 연탁앞으로 다가왔는데 두눈에는 실망이 가득 비껴있었다.

《저희들도 강의실에 편히 앉아서 학부장선생님의 열정에 넘친 강의를 듣고싶습니다하지만 이 땅에 미국이 있는 한 진정한 학업이란 있을수 없다는것을 알고있기에 시위에 떨쳐나섰습니다.  저희들은 새 조국건설에 대한 희망이 누구보다 높고 정의감이 강하신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의로운 투쟁을 제일 먼저 지지해주실줄로 굳게 믿었댔습니다헌데…》

학생은 찡그린 얼굴을 옆으로 돌려버렸다때를 같이하여 여기저기에서 벌떡벌떡 일어난 학생들이 《와―》 하고 강당밖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했다.

기연은 그들을 제지시키려는듯이 두손을 얼결에 쳐들었으나 이내 맥없이 떨구고말았다.자기에게는 제자들을 억제시킬 힘이 없다는것을 문득 느꼈던것이다.

운명의 채찍은 거듭 그를 후려갈겼다어느날 오후미군정청앞을 지나가던 기연은 뜻밖의 일을 목격했다금시 멈춰선 까만 승용차에서 내린 중키의 사나이가 자신만만한 걸음으로 미군정청안에 들어섰는데 그의 뒤모습이 몹시 낯익었다때마침 그 사람은 옆에서 마주오던 미군장교와 만나 황송한 자세로 뭔가 대답을 하다가 얼핏 이쪽을 스쳐보았다.

짧게 깎은 상고머리교활한 빛이 맴도는 작은 눈치째진 입귀에서 스멀거리는 미소…

기연은 제 눈을 의심했다아니저 사람이…

그 사나이는 지금쯤 눅거리술집에 달팽이처럼 들어박혀서 제 신세를 한탄하고있을줄로 알았던 최민웅이였다.

그쪽에서도 무슨 기미를 챘는지 다시 기연이쪽에 시선을 던져왔다.

순간 아연한 눈길이 비웃음이 어린 눈길과 엉켜돌았다.

조금후에 미군장교와 헤여진 민웅은 보란듯이 어깨를 뒤로 젖히고 흔들흔들 걸어갔다.

뒤늦게야 정신을 차린 기연은 급히 승용차운전사에게 따져물었다.

《아최민웅선생말입니까그분은 <조선교육위원회> 위원인뎁쇼.

찬물을 들쓴것처럼 뒤잔등이 선뜩 했다.

민웅이를 학장방에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였다그땐 그래도 미국인들이 친일파의 과거를 몰라서 실수했으려니 하고 리해를 했었다하지만 오늘은 사정이 달랐다미국은 그 모든것을 알면서도 민웅을 교육부문의 최고기관에 들여앉힌것이다.

피뜩 떠오르는것이 있었다혹시 그들은 이미전부터 그의 경력을 알고있지 않았을가?

《우린 그 사람이 그런줄은 몰랐습니다.》 하며 펄쩍 놀라던 제임스의 모습이 방불히 떠올랐다그우에 겹쳐지는 최민웅의 뒤로 젖혀진 두어깨…

결국 제임스는 자기를 속였다불안했다어째서 미국은 조선사람들의 의사를 거슬러가면서까지 한사코 친일파를 비호하는가과연 그들의 속심은 무엇인가?

가슴속에서 무서운 의혹이 소용돌이를 일으키고있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일곱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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