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08(2019)년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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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8(2019)년 9월 1일 《통일의 메아리》
민족의 얼 (28)

장편실화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리원주, 리원갑 작 《민족의 얼》, 오늘은 스물여덟번째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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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윤재는 빙그레 웃을뿐이였다.

《마산창신학교에 다니다가 배우자면 아예 대처에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저는 돈 한푼 없이 덮어놓고 서울로 갔고 거기서 다시 순전히 걸어서 만주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리극로는 리윤재를 돌아보고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환산선생도 내가 만주에서 의병을 따라다닌건 모르시겠지요.》

《허허, 리박사가 의병출신이라.》하고 리윤재도 따라웃었다.

《먼저 서간도로 가서 환인현 동창학교에 갔습니다. 동창학교는 윤세복이 독립군간부양성을 목적으로 세운 학교였지요. 그때 신채호, 박은식이 거기서 조선력사를 가르치고있었습니다. 그후 나는 의병대장 리진룡이를 따라 무송으로 갔고 여기서 의병부대가 재편성되였을 때 총사령 리진룡, 총참모 윤세복밑에서 모집훈련감을 했습니다.》

《리진룡은 기개있는 인물이였지.》하고 리윤재가 감회깊이 말했다.

《내가 평양감옥에 들어가기 한해전에 리진룡이 그 감옥에서 사형을 당했는데 그때까지 그는 상투를 틀고 갓을 쓰고있었다오. 왜놈에게 마지막까지 저항한거지. 그래서 그 다음 어떻게 했어요?》

《그후 아무래도 공부를 더해야 하겠기에 상해에 가서 동재대학 예과공과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리동휘가 쏘련에 갈 때 수원으로 따라갔다가 모스크바에서 윌헬름 피크와 친교를 맺게 되여 그의 도움으로 도이췰란드류학을 가게 됐습니다. 베를린대학 정치경제학과에 입학하게 된것도 그의 도움이 컸습니다.》

《아유, 리박사는 정말 팔방미인이구려.》하고 김해댁이 탄성을 올렸다.

《안 간데가 없고 안한 일이 없구려.》

《허허, 그래서 이렇게 헛나이만 먹었지요.》하고 리극로는 다시 리윤재를 돌아보고 말을 맺었다.

《이렇게 동서양을 돈 한푼 없이 두루 돌아다니며 별의별 일을 다 겪어본 후 제게 생겨진것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것입니다.》

《동감이요.》하고 리윤재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때 밖에서 놀던 리윤재의 다섯살 난 맏아들 종갑과 두살아래인 막냉이 종주가 집에 들어오다가 대돌우에 놓여있는 매생이만 한 신발이 놓여있는것을 보고 좋아하는 아저씨가 온줄 알고 아버지의 방으로 뛰여들어가려다가 호랑이같은 할머니가 앉아있는것을 보고 주춤해서 들어가지는 못하고 방문을 배시시 열고 졸랐다.

《락화생, 아저씨, 락화생.》

《아하, 이 댁의 대장들이 나타났군. 오냐, 주지. 옛다.》하고 리극로가 두루마기 앞섶을 제끼고 커다랗고 불룩한 조끼 호주머니에서 락화생봉투를 꺼내여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종갑은 할머니의 눈치를 흘끔흘끔 보며 주저하는데 종주가 뽀르르 들어가서 락화생봉투를 받아쥐였다.

할머니가 혀를 끌끌 찼다.

《원, 이런 버르장머리 봤나. 애아범이 아이들을 너무 어루만지니까 이렇게 버릇이 없지. 냉큼 나가지 못해!》

리윤재가 조용히 말했다.

《내버려두시오, 어머니. 일생 왜놈의 구속에서 살아야 할 아이들을 뭣때문에 집안에서까지 구속을 하겠어요. 내버려두면 다 저절로 철이 듭니다.》

《옛사람도 고운 자식 매질하라고 했는데 자식을 욕 안하고 어떻게 키운다냐.》하고 김해댁이 노여워한다.

《어머니, 제가 왜 하필 락화생을 사오는지 아십니까?》하고 리극로가 커다란 눈을 슴벅이였다.

《이거 다 뜻이 있는거랍니다. 우선 락화생에는 사람몸에 좋은 단백질과 기름이 많아서 아이들에게 특히 좋고 또 그것을 먹자면 껍질을 벗기고 다시 속껍질까지 벗겨야 하니 일을 안하고는 먹을수 없다는걸 아이들에게 가르쳐준단 말입니다. 이게 바로 아이들을 어릴적부터 일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거지요. 그러니 이 락화생이 욕보다는 얼싸하게 낫지요. 허허허.》

김해댁도 그제서야 그의 말뜻을 알아듣고 따라웃었다.

《리박사는 자리를 보아가며 이야기할줄 알거던. 내 정신 봤나. 앉아서들 이야기하라구.》하고 김해댁이 밥상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둘은 한참 덤덤히 앉아있었다. 이윽고 리윤재가 근심스레 말을 꺼냈다.

《리박사도 가족을 빨리 서울로 이사시켜야지 언제까지나 그렇게 뜨내기살이를 할수야 없지 않아요. 그런데 서울에서 가장 힘든게 집을 마련하는거지만.》

《일없습니다. 궁한대로 견디면 통하는 날도 있겠지요. 나는 무일푼인 이내 꼴보다 조선어연구회의 꼴이 더 한심합니다. 창립된지 거의 10년이 되도록 제 집 하나 있나, 뭘 하자니 돈이 있나. 왜놈치하에서 벌거벗은 내 나라의 꼴 그대로지요. 발간하던 잡지도 휴간하고는 다시 못 나가지, 기도했던 사전편찬도 좌절됐지, 어느 하나도 되는게 없군요. 환산선생이 상해에 갔다오신 후로는 사전편찬은 아예 료원한 일로 미루어버린것 같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리윤재는 쓴약이라도 먹은듯 낯을 찡그리고있다가 말했다.

《계명구락부와 상해에서 김두봉이 가지고있는 <말모이>원고를 찾아올 생각만 했지 우리 손으로 어휘수집부터 새로 시작할 결심을 못한게 우리의 잘못이요. 이제는 두 길이 다 막혔으니 죽든살든 우리 손으로 시작하는수밖에 없어요.》

선행자의 《말모이》원고를 두고도 백지에서 시작해야 하니 너무도 아름차고 원통한 일이였다.

분한듯 코김을 불고있던 리극로가 이윽고 말했다.

《그래서 좀 생각해봤는데 올해 10월에 있게 될 훈민정음반포 483돐 기념식에서 각계 인사들을 초청하고 그들의 발기로 사전편찬회 같은것을 내오면 어떻겠는가 하는겁니다. 그렇게 하면 사전편찬사업이 사회 각계의 관심과 지원을 불러일으킬수 있을뿐더러 그 사회적인 권위도 생길게 아닙니까.》

《아주 훌륭한 착상이군요. 그렇게 하자면 지금부터 언론을 통해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개별인사들을 만나서 의견을 타진하는 사전준비가 있어야 하지요.》

《미리 꾸미지 않고 저절로 되는 일이 있습니까.》

앞으로 할 일을 궁리하는지 한참 묵묵히 앉아있던 리극로가 돌아가려고 부시시 일어서며 말했다.

《환산선생, 건강에 각별히 류의해야 하겠습니다.》

《그냥 앉아계시오. 가나오나 남의 밥 자시기는 일반인데 나하고 이야기나 하다가 저녁도 함께 합시다.》

사실 리극로로서도 안해가 끓여주는 밥을 먹을 집도 없는지라 못이긴체 하고 눌러앉아 저녁까지 먹고 늦은저녁에야 이 집을 나섰다.

어느덧 그의 머리속은 사전편찬회를 꾸릴 생각으로 꽉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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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장편실화소설 《민족의 얼》을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스물여덟번째시간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