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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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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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14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5)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 《교수의 이야기》,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입니다.

 

4

 

운명의 희롱이란 얼마나 어이없는것인가.

기연은 자기가 최민웅을 제발로 찾아가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틀전최민웅은 교직원모임을 소집하고 여러명의 대학생들에 대한 퇴학처분을 내렸는데 그가운데는 영훈이의 이름도 들어있었다.

격분했다한달후면 졸업할 그를 퇴학시키다니.

민웅은 영훈이가 《국대안》반대시위와 관련한 학생들의 모임에 참가한것을 퇴학리유로 내세웠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다학우들의 권고를 외면할수가 없어서 한두번 끼웠댔다는데 그것만으로 한 수재의 전도에 칼질을 한다는게 어디 될법이나 한 일인가.

이번 기회를 리용하여 자기를 제 손아귀에 틀어쥐려는 그의 속심이 손금처럼 빤히 들여다보였다가소로운짓이다제자들의 피가 손에 묻어있는 친일파에게 굽어든다는것은 상상도 할수 없었다.

오늘 오전에 민웅으로부터 영훈이의 이름을 학적부에서 당장 지워버리고 그를 강의실에 절대로 들여보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굳게 질렀던 마음속의 빗장이 덜커덕 거렸다자기가 아무리 제자를 감싸준다고 해도 앙심을 품은 최민웅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내쫓을것이다어떻게 하면 좋은가?

그때 제임스가 불쑥 생각났다그렇지그라면 영훈의 퇴학문제를 바로잡을것이다그를 찾아갔다그러나 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제자를 위하는 류선생의 심정은 리해됩니다헌데 학생퇴학문제는 대학당국의 권한인것만큼 막무가내로 내려먹일수 없으니 참 딱하게 됐습니다.

기대의 탑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의 기색을 엿본 제임스가 이렇게 말했다.

《최민웅학장을 만나보는것이 좋지 않을가요?

《최민웅을요?》 하고 반문한 그는 묵묵히 돌아섰다뒤에서 제임스가 뭐라고 말했으나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믿는 나무 꺼꾸러진다는 말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것이 아닐가아니다그보다 앞서 그를 실망하게 한것은 제임스의 권고뒤에서 울리는 의미깊은 속대사였다.

《어떻든 그야 학장이 아닙니까.

의혹의 파문이 기연의 심중에서 일었다일전에 제임스는 최민웅의 임명문제가 잘못되였음을 인정하고 곧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했었다그랬으나 한달이 넘도록 아무런 변화도 없다오히려 최민웅은 더욱 기고만장해가지고 돌아치고있었다.

대학에 돌아온 그는 천천히 강의실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그것은 생각이 착잡하거나 속이 탈 때마다 하는 다년간의 습관이였다.

강의실들은 무덤속처럼 고요했다불과 얼마전까지만 하여도 여기에서 자신의 열정에 넘친 강의가 있었고 수백쌍의 눈동자들이 빛났었다고 생각하니 자연 마음이 쓸쓸해졌다.

2층의 어느 한 강의실앞에 이르렀을 때였다놀랍게도 그안에서 중얼중얼하는 소리가 났다가만히 문을 열고보니 영훈이가 류창한 영어로 기술서적을 열심히 읽고있었다.

두눈을 감아버렸다스무살의 제자는 자기앞에 어떤 심연이 입을 쩍 벌리고있는줄을 모르고 기계공학의 각종 법칙들과 맹렬한 《전투》를 벌리고있는중이였다저런 영훈이를 끝내 퇴학시켜야 한단 말인가.

불현듯 아들의 장래를 부탁하던 스승의 얼굴이 떠올랐다그 다음 금비녀를 판 돈으로 사준 책들을 한아름 안고 울먹거리던 영훈이의 모습이…

《후―》

죄스러움이 밀물처럼 가슴에 밀려들었다내가 얼마나 옹졸했던가눈도 감지 못한채 림종을 마친 스승앞에서새 조선의 미래앞에서 서푼짜리 자존심을 내세우다니.

눈을 버쩍 뜬 기연은 학장방으로 향했다.

최민웅은 기다리고있은듯이 반갑게 맞아주었다시종 친절한 웃음을 머금고 기연의 말을 들었으며 《하긴 저도 그때 너무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는 등의 상냥한 말투로 영훈의 퇴학처분을 선뜻 취소했다그러나 다른 학생들의 복학문제를 꺼내자 딱딱하고 메마른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그건 안됩니다영훈이는 류선생과의 관계를 고려해서 사정을 봐준거예요.

《…》

《제기되는 문제가 또 있으면 언제든지 오십시오.

그의 치째진 입귀에 묘한 미소가 떠돌고있었다.

큰일을 위해 마음을 돌려먹고 간 길이였으나 어쩔수없이 밀려든 허탈감은 리성의 뚝을 넘고야말았다지난날 악착한 왜놈들한테도 굽어든적이 없었던 기연이였다《학도병》을 기피한 영훈이를 산속에 숨겨놓고 남몰래 돌봐준것이 뒤를 밟은 최민웅에게 들켜서 경찰의 취조를 받을 때 그는 끝까지 빌붙지 않았다그때문에 종당에는 교단에서 쫓겨났었다그래도 기연은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으며 고개를 꿋꿋이 쳐들고 다녔다그러했던 자기가 해방된 땅에서 친일파에게 머리를 숙인것이다.

운명은 가혹하게도 그가 꿈에도 상상한적이 없었던 아름찬 굴욕을 강요하고있었다.

제임스의 의미심장한 권고최민웅의 선심… 이것은 무엇을 말해주는가?

기연은 어떻게 제 방으로 왔는지 알지 못했다.

저녁에 그 사연을 들은 영훈이는 선불맞은 범마냥 펄펄 뛰였다.

《선생님대학을 그만두면 두었지 그런 놈한테 찾아갔단 말입니까내 당장…》

집 대문을 박차고 뛰쳐나가려는 그를 겨우 붙들었다제자의 팔목을 그러쥔 기연의 손이 우들우들 떨렸다.

《영훈이생각같아선 우선 나부터도… 허나 생각해보오다들 대학에서 쫓겨나면 누가 이 나라의 장래를 떠메고 나가겠소누가?…》

《선생님!

《하루아침의 노여움을 참으면 백날 근심을 던다는 말이 있소우리 큰일을 위해 마음을 다잡구 학업에 전심하자구.

《선생님!

영훈이의 큰 눈이 뜨겁게 불타고있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다섯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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