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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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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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12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4)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 《교수의 이야기》, 오늘은 네번째시간입니다.

 

3

 

다음날 오전아마빛머리의 인상좋은 미국인이 ㅅ대학정문에 나타났다미군정청 문교부담당관인 제임스대위였다.

현역군인이지만 대학에 올 땐 반드시 흰 와이샤쯔에 까만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다.

언제인가 기연은 그에게 그 까닭을 물었었다.

《대학이야 신성한 학원이 아닙니까.

어느모로 보건대 제임스는 길가는 사람을 군용차로 깔아뭉개고도 마구 달아나거나 대학들에 뛰여들어 실험기구며 책상들을 마당에 집어던지는 무지스러운 미군들과 달랐다제자의 《학도병》기피사건으로 하여 교단에서 쫓겨나 해방이 될 때까지 집에서 소일거리나 하고있던 기연을 ㅅ대학 학부장으로 임명해주고 번듯한 기와집까지 해결해준것은 다름아닌 제임스였다.

대학에 오면 늘 그랬듯이 오늘도 그는 기연의 방부터 찾아왔다.

《그동안 건강은 어떻습니까?… 부인에게 안부를 전해주십시오.

놀라울 정도로 조선말에 능통한 이 미국인은 매양 이렇게 례절바른 인사로부터 말을 건네군 했다.

얼마후 기연의 안내를 받으며 텅텅 비여있는 강의실들을 돌아본 제임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입니다이번에 우리는 남조선의 취약한 교육형편을 개선하기 위해 <국대안>을 내놓았습니다헌데 학생들은 공부는 하지 않고 몇달째 소동을 피우고있으니… 조선사람들은 미국이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이 나라를 <해방>시켰는지 모르고있습니다절 보십시오.

제임스는 양복앞자락을 와락 제꼈다그 바람에 단추가 으드득- 떨어졌다.

고을원의 행차를 따라나선 비장마냥 공손한 자세로 서있던 최민웅이 잽싸게 단추를 집어들었다.

《이 총알자리는…》 하고 제임스는 조심스레 단추를 내미는 민웅의 존재는 아랑곳 않은채 총알자리가 뚜렷한 가슴팍을 가리켰다.

《…사무라이들과의 전투에서 입은건데 그때 총탄이 조금만 밑으로 박혔어도 난 오늘과 같이 류선생과 이야기를 나눌수 없었을것입니다얼마나 많은 미군병사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갔는지 선생은 모를겁니다그 유명한 진주만전투 때만도 수천명의 미국인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만일 그토록 큰 희생이 없었더라면 아직도 이 땅에서는 일본기생들의 샤미센(일본민족현악기)소리가 울리고있을것입니다.

제임스는 뒤늦게야 자기가 너무 흥분했음을 깨달았는지 옷깃을 바로잡고 말을 계속했다.

《류선생제가 새삼스레 이런 이야기를 꺼낸건 그 무슨 대가를 받자고 그러는게 아닙니다하도 속이 타서 허물없이 꺼낸 말이니 널리 리해해주십시오이러나저러나 학생들이 공부를 착실히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지금처럼 강의실들을 비워놓고 소란만 피운다면 건국사업은 언제 하는가 말입니다후-》

건국사업이라… 일리가 있는 소리다아닌게아니라 현단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건국을 위해 학업에 열중하는 일이다.

한편 학생들의 심정도 충분히 리해되였다일본《천황》의 넉두리같은 항복연설이 서울장안에 흐느끼듯 흐를 때 그들은 해방의 환희와 함께 무엇을 꿈꾸었던가왜놈교원들의 멸시와 학대가 없는 새 나라새 학원에서 마음껏 공부하게 될것이라고 믿었었다그러니만치 하필이면 미국인을 대학총장으로 임명한 사실과 자기의 전통을 고수해온 대학전문학교들을 강제적으로 통합시키려는 미국의 처사는 청년학생들의 민족적감정을 크게 자극했을것이다그래서 그들은 거리에 떨쳐나섰다그렇다학생들은 그들대로 정당했을것이다.하지만 계속 시위만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하는 문제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어째서 《척양척왜》의 기치를 장하게 추켜들고 그처럼 기세등등하던 20만의 동학군이 일본군과의 싸움에서 지리멸렬되였겠는가어째서 할빈역두를 울렸던 안중근렬사의 《조선독립 만세!》 삼창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아녀자들의 금가락지까지 모아들이며 눈물겹게 벌렸던 《국채보상운동》에도 무관하고 우리 나라는 왜놈의 발굽에 무참히 짓밟혀야 했던가?

그것은 국력이 약했기때문이였다강도적인 《을사5조약》날조당시 전체 조선의 공업동력이 고작 227마리의 말이 끄는 힘에 불과했다니 거기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가.

그렇다면 스티븐슨의 첫 증기기관차가 기적소리를 기운차게 내지르며 강철레루우를 달리고있을 때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프랑스의 기술자 클레망 아데르가 자기가 제작한 비행기를 타고 세계최초의 비행을 할 때에디슨이 발명한 백열전등이 미국과 유럽의 거리들을 대낮처럼 밝히고 전화기들이 문명세계의 위대함을 자랑하듯 경쾌한 소리를 울릴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했단 말인가.

음풍영월사대분파싸움…

이것이 고작이였다세계에서 제일 먼저 금속활자를 만들고 오늘날 장갑선들의 조상이라고 할수 있는 거북선을 무어서 세상을 놀래웠던 민족의 유구한 력사와 문화는 바람앞의 초불마냥 꺼지고 결국은 섬오랑캐들에게 삼천리강산을 통채로 빼앗기고말았다그러나 이제는 그 모든것이 끝장났다우리 세상이 왔다새 조선의 운명이 영훈이와 같은 청년학생들의 어깨우에 얹혀있다바로 그들이 가난하고 뒤떨어진 조선을 국력이 강하고 문명한 나라로 일떠세워야 한다그러자면 피타게 공부해서 발전된 나라들의 과학기술을 따라잡아야 한다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초가삼간이 다 타도 빈대가 타죽으니 속이 시원하다는 격으로 미국의 정책이 비위에 거슬린다고 학업을 중단했다물론 미국인들이 일부 정치적문제를 잘못 처리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그것은 그들이 해방된 조선의 실태를 잘 모르고 저지른 실수일것이다.

최민웅의 임명문제만 놓고봐도 그렇다그것은 곧 바로잡힐것이다왜냐면 미국은 어디까지나 《해방자》인만큼 조선사람들의 의사와 요구에 어긋나는 일들에 대해 수수방관하지 않을것이기때문이다게다가 미국인들중에는 제임스와 같은 신사들도 있다미국은 우리의 건국을특히 교육사업을 도와줄것이다.

《참류선생!

제임스의 부름소리가 그를 흔들어깨웠다.

《신임학장이 어떻습니까?

제임스의 은근한 물음이였다그렇지 않아도 그를 만나려고 생각했던 기연이였다.

《오그렇습니까우린 그 사람이 그런줄은 몰랐습니다.

기연의 이야기를 듣고난 제임스는 펄쩍 뛰는것이였다.

(아무렴그럴테지.)

짐작한대로 미국인들은 최민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있었다.

헤여질 때 제임스는 기연의 손을 친근하게 잡았다.

《최민웅씨문제는 인차 대책을 세우겠습니다그건 그렇구… 학생들문제말입니다아무래도 전교적으로 신망이 제일 높은 학부장선생이 나서야 될것 같은데… 아마 그러면 그들은 자신들을 뉘우치고 강의실로 돌아올것입니다난 그저 류선생의 고결한 애국심에 탄복할뿐입니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네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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