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1(202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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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 《통일의 메아리》방송은 단파 5 905KHz, 3 970KHz, 3 945KHz와 초단파 97.8MHz, 97 MHz, 89.4 MHz로 보내드리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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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105(2016)년 6월 10일 《통일의 메아리》
교수의 이야기 (3)

 

단편소설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류원규작 《교수의 이야기》, 오늘은 세번째시간입니다.                                                   

                                                     

                                               

드디여 집앞에 이른 그는 대문을 활짝 열고 들어섰다.

《에구머니나?

마침 밖을 나서려던 안해가 깜짝 놀라며 옆구리에 꼈던 빨래함지를 땅에 떨구었다.

그러거나말거나 곧바로 퇴마루에 올라선 기연은 아래방으로 들어가더니 장농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안해는 놀라서 바라보았다여태 없던 일이였다저이가 왜 저럴가?

미구에 찾던 물건을 꺼냈는지 장농에서 물러서며 옷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쳤다.

《여보웬 일이세요?

그제야 빙그레 웃음을 짓는 그였다한손을 펴자 금비녀가 나타났다.

안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걸 어쩌자는거예요?

이쪽의 태도는 태연했다.

《돈을 좀 쓸데가 있어 그러오.

안해는 무작정 남편의 팔에 매달렸다.

《안돼요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만은 절대로 안돼요.

?…》

제 생각에만 빠져서 안해의 이런 반발을 예견치 못했던 기연이였다.

《여보다른건 몰라도 제발 금비녀만은…》

애절한 목소리는 급기야 세찬 흐느낌속에 잠겨버렸다얼굴을 싸쥐며 돌아선 그 녀자의 동그란 두어깨가 물결쳤다.

!

가슴이 찌르르 했다그 느낌은 점차 온몸을 휘감으면서 안해에 대한 측은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비녀는 기연의 어머니가 갓 시집을 온 며느리의 손에 간절한 당부와 함께 쥐여준것이였다.

《아가우리 류씨집안은 대대로 자식복이 없단다나두 기연이만 외롭게 낳고말았지그러니 너만이라두 내 소원을 꼭 풀어다우.

이것은 몇대를 두고 되풀이해온 아녀자들의 《인계사업》이였다.

시어머니의 기원이 하늘에 닿아선지 아니면 금비녀가 효험을 냈는지 안해는 끌끌한 총각애들을 다섯씩이나 연줄 낳았다그때부터 그는 금비녀를 세상에서 제일 귀한 보물로 여겼다혹 잃어버리기라도 할가봐 장농속에 깊숙이 건사했다그와 관련해서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도 있다.

어느해인가 장마에 한강이 넘어나 집들이 물에 잠겼을 때였다이른새벽에 당한 변이여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쌀자루만 겨우 건져가지고 주변의 산으로 올랐다그런데 왜 그런지 안해가 머리에 이였던 쌀배낭을 기연에게 넘겨주더니 허겁지겁 집안으로 달려가는것이였다물은 벌써 허리를 치고있었다.

조금후에 그가 가슴까지 불어난 물을 손으로 헤가르며 나타났다그 찰나였다안해의 뒤에서 집이 물살에 무너지며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기연이가 마중나갔기에 망정이지 큰일이 날번 했었다.

산에 오르자 기연은 안해를 꾸짖었다.

《도대체 제정신이요?

안해는 고개를 소곳하고 서있었다그러다가 말없이 뒤로 돌아섰다그가 다시 돌아섰을 때 기연은 금방 떠오른 아침해빛을 받아 빛나는 례의 금비녀를 보았다그러나 그보다 더 밝게 빛나는것은 함박꽃같은 웃음을 그득히 머금은 그 녀자의 동그스름한 얼굴이였다기연은 그만 솟구치는 격정을 누르지 못한채 안해의 손을 와락 그러쥐였다.

그때의 일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여보내 당신의 마음을 왜 모르겠소그렇지만 생각해보오우리가 뭣때문에 왜놈들한테 나라를 빼앗겼던가를.

그건 힘이 약했기때문이요글쎄 대포와 기관총을 가지고 달려드는 야수들앞에 죽창이나 화승총을 들고나섰으니 얼마나 통탄할 일이요지금 나라가 해방이 되였다고는 하지만 실력을 배양하지 않으면 우린 또다시 망국노가 되고마오망국노가.

교육은 민족의 장래와 관련된 중대한 사업이요영훈이같은 수재는 앞으로 해방된 조선을 떠메고나갈 기둥감이요그런 그가 돈이 없어서 새 기술도서들을 보지 못하고있단 말이요그래도 나나 당신이 자기 가정만 붙들고있어야 하겠소다들 그런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어떻게 되겠는가 말이요.

《태삼이 아버지…》

안해의 어깨가 더 세차게 들먹거렸다.

그때였다그들의 옆에서 《선생님!》 하는 목갈린 소리가 들렸다영훈이였다.

《선생님전 책을 사지 않겠습니다그러니 금비녀만은… 그것만은…》

끝내 영훈의 머리가 푹 수그러들었다주먹같은 눈물이 그의 발등에 뚝뚝 떨어졌다.

기연은 힘있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영훈이는 꼭 훌륭한 학자가 되여서 새 나라를 일떠세우는데 한몫을 해야 하오.난 그렇게만 된다면 금비녀가 아니라 이 한몸을 다 바친다고 해도 아까울것이 없소.

영훈은 기연의 품에 어푸러지듯 안겼다.

《선생님!

제자의 잔등을 두드려주는 기연의 눈에도 맑은것이 번쩍거렸다.

회상에서 깨여난 기연은 웃방 불아궁이앞에 쭈그리고앉았다아직은 봄아씨가 면사포를 벗지 않은 때여서 방바닥이 찼다될수록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불을 때기 시작했다.

별안간 종로네거리쪽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졌다.

말울음소리유리깨지는 소리사람들의 비명…

기연의 눈가에 어두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그것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의 대학가들을 휩쓴 《국대안》반대시위였다.

 

지금까지 단편소설《교수의 이야기》를 보내드렸습니다. 오늘은 세번째시간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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